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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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는 일본의 젊은 작가 6인의 작품들을 모아둔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을 봤을 때 '스미노 요루'만 보고도 읽고 싶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고 원작 소설뿐만 아니라 애니, 영화까지 다 찾아봤을 정도로 좋아했던 작품이다. 그런 작가의 다른 작품이라고 한다면 예약을 해서라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작가 프로필을 읽어보다 아주 낯익은 이름을 보았다. 작가 '가토 시게아키'다. 전에 알고 있던 이름이랑 같은 '가토 시게아키'로 동명이인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본의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고 지금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아이돌의 근황을 듣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니 반갑기도 했다. 나머지 4명의 작가는 아직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생소한 작가들이었다.

 

'포켓'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안이 갑자기 자신이 이별 선언을 할 예정인데 함께 가자고 한다.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한 번도 만나 본 적도,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상대를 첫 대면하는 자리가 이별 선언 자리라니 조스케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를 쉬면서까지 같이 가자고 하는 안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조스케는 가고 싶지 않다며 부탁을 거절한다.

대신 조스케는 이상한 소문이 가득한 모치스기를 만나게 된다. 모치스기는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등교했는데 자신이 뭔가를 만들었다며 그것을 보러 오라고 조스케에게 말한다. 구체적으로 뭘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아 조스케는 모치스기를 보러 가고 싶기도 했다.

'네가 좋아하는 / 내가 미워하는 세상'은 보건교사 사야카와 학생인 지하루의 이야기이다. 지하루는 가끔 보건실을 찾아오며 사야카와 이야기를 나누다 '야기누마 가나타'라는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지하루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로 소설 속에 나온 내용을 유서처럼 베껴쓰기도 했다. 소설가 야기누마의 신간이 나와 사인회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지하루와 사야카는 사인회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거기서 사야카의 거짓말이 들통난다.

'핑퐁 트리 스펀지'는 SF가 섞인 단편소설로 개인이 모두 로봇을 가진 미래 사회다. 일주일 중 이틀은 출근을 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로봇이 알아서 해 준다. 출근길도 로봇이 알려주어 로봇 없이 혼자 회사에 출근할 수도 없다. 그날은 출근하는 날인데 그만 로봇이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오렌지색 알람이 뜨면서 메시지가 나온다. 당장에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는 연락을 하고 로봇 회사에 서비스를 받으러 가지만 서비스 시간이 종료되었고 사설 업체에 맡겨야 했다. 로봇을 맡기고 회사로 가니 회사 앞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로봇을 반대하는 로봇 안티들이 로봇 해체쇼를 벌여 회사 앞엔 엄청나게 많은 로봇의 잔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핑퐁 트리 스펀지 로봇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어섭쇼'는 어섭쇼와 와카바의 이야기이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은 별명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편의점 직원인 어섭쇼와 편의점 손님인 와카바이다. 와카바는 회사에서 큰 존재감은 없지만 화장실에서 동료 여직원들이 와카바의 뒷담화를 듣기도 한다. 그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역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담배 한 대를 피고 편의점으로 간다. 그곳에선 언제나 어섭쇼라고 하는 직원이 있다. 언젠가 찻집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와카바는 얼마전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아무말도 없이 사라졌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으로 들어가면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으로 화가 나 와카바의 집으로 찾아온다. 술에 취하고 화가 난 듯한 남자가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여러 작가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의 경우 제목을 단편 소설 중 한 편의 제목을 제목으로 한다. 그런데 아무리 <가고 싶지 않아>를 보아도 동명의 단편 소설이 없다. 그래서 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가고 싶지 않다'라는 문장은 단편 소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문장이었다. 어디를, 누구와 얽힌 이야기이냐에 따라 이 문장이 포함하고 있는 내면의 의미가 달라진다. 단편 소설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그 내면의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은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공통적으로 단 한 문장을 가지고 있었다. '가고 싶지 않다'라는 문장은 주인공들이 가진 문제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남녀의 이별 현장에 제3자의 입장에서 가고 싶지 않았던 조스케와 분명 자신이 있어야 할 보건실이지만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사야카, 의지나 생각을 가질 수 없는 로봇이 위험을 감지하고 갑자기 위험 신호를 보냈던 로봇 핑퐁 트리 스펀지, 최악의 연애를 하고 있는 비슷하게 닮은 두 사람은 가고 싶지 않다보다 살고 싶지 않다일 수도 있는 와카바와 어섭쇼 등이다. 이렇게 가고 싶지 않다는 한 문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흥미를 더욱 유발할 수 있었다. 특히 와카바와 어섭쇼는 최악의 연애를 한다. 말없이 어느 날 떠나버린 남자친구와 평소엔 다정하지만 가끔 폭력을 쓰는 다혈질적인 남자친구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런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두 사람이 외롭고 마음이 갈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고 싶지 않다'와 발음이 같은 '살고 싶지 않다'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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