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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나이롱 시한부>는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세이 <나이롱 시한부>를 읽으면서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너무 사랑스럽고 정겨운 '안나' 씨의 이야기를 읽어본다. 제목 <나이롱 시한부>를 보면서 어떤 내용일까, 왜 <나이롱 시한부>라고 할까 생각했는데 그건 안나 할머니의 말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흔히 노인분들이 그렇듯 '일찍 죽어야지'라고 하시는 말씀처럼 안나 할머니는 손녀 단한이 '성공하면 가야지'라는 말씀을 자주 한다. 그런 안나 할머니의 말씀이 듣기 싫은 손녀 단한은 '성공하지 말아야지'라는 말로 응수한다.
안나 할머니의 이름은 세례명이다. 안나 할머니는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고 당시 무역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께서 가족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갔기에 안나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이름은 '연이'였다고 한다. 연이라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일본에서도 사용했는데 많은 동생들은 일본식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이 해방되고 연이는 아홉 살에 가족들은 다시 고향인 남해로 오게 된다. 안나 할머니의 엄마는 여덟 번째 동생을 출산한 후 백일이 지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안나 할머니는 동생들의 큰누나이자 엄마가 되었다. 스물에 돈을 벌기 위해 부산의 신발 공장에 취직한다. 부산에서 안나 할머니는 단한의 외할아버지를 만나 연애를 했고 가정을 꾸렸다. 딸들이 출가하고 난 뒤 단란하게 두 사람이 살게 되었다.


손녀 단한은 안나 할머니가 외할머니이다. 어렸을 때부터 안나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고 지금은 나이든 안나 할머니와의 추억을 책으로 남기고 있다. 안나 할머니가 자신의 할머니이긴 하지만 안나 할머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안나 할머니는 한글을 잘 못 쓴다. 그래서 손녀 단한에게 쓴 편지는 길지 않지만 사랑한다는 마음만은 전해진다. 안나 할머니는 여든이 넘었다. 그렇다보니 건강이 제일 걱정이기도 했고 귀가 잘 안 들려 전화를 못 받기도 했다. 그래서 집안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녀고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핸드폰이 생겼다. 너무 좋아하시는 안나 할머니를 보며 가족들은 다들 흡족해했다. 귀가 어두워지면서 시력도 많이 떨어졌다. 한편 손녀 단한은 갑자기 사람 많은 곳에서 숨막힘과 이유 없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정신과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런 단한에게 안나 할머니는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야하듯 마음이랑 정신이 아프면 정신과에 가야한다며 치료를 응원하면서도 슬퍼했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안나 할머니와 손녀 단한의 이별일 것이다. 누구나 죽음이라는 이별의 순간을 맞이한다. 안나 할머니는 나이도 많이 드셨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진다. 그런 할머니의 마지막까지 함께 기억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