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이나 성별, 인종이나 종교 등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친구라 하면 동갑이거나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사이에만 친구가 가능하다. 물론 '나이'로 인한 서열이 문화나 언어, 생활 전반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라 친구라는 개념이 좁다. 하지만 요즘은 친구의 범위도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어 마음만 연다면 누구든 우정을 나눌 수 있다. 32년이라는 나이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기간 우정을 나눈 사이다. 작가 정여울은 자신의 아버지를 뇌경색으로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황광수 선생님이 나타났다고 한다. 문학 계간지 편집위원으로 처음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떠안아야 했고 그것으로 항상 심각한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선생님과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등 그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개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함께 책을 내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4년 전 선생님이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대수술을 했지만 암은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다. 열 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며 조금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체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급기야 통화 자체도 불가능할 정도였고 가족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왈츠>는 죽음을 앞둔 선생님과 다양한 형식으로 함께 글을 썼다. 편지 형식이나 인터뷰 형식, 에세이 형식 등 떠난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추억하며 쓴 글들이다. 44년생 선생님과 76년생 친구는 절친이고 오랜 우정을 나누었지만 선생님에게 서운했던 일도 있다.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며 서운한 일이 없었지만 몇 달 전 딱 한 번의 서운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선생님이 친구의 도움을 거부한 것이다. 문병 오는 것도 거절한 것은 예상도 한 일이고, 너무 약한 모습의 선생님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 힘든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카페로 갔는데 지하도 계단에서 선생님이 그만 풀썩 주저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도와드릴려고 했더니 거절하는 몸짓이 느껴져 서운했다. 혼자 걸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제자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님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계단이 힘들 정도로 몸이 약해져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가까운 사이라 힘들 때 기대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제자를 오히려 선생님은 가깝고 아끼는 제자이기에 더욱 기대거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선생님은 지난 9월 29일 영면하셨고 마지막으로 제자와의 책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