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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 - 젊은 철학도와 떠돌이 개 보바가 함께 한 14년
디르크 그로서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불교에서 깨달음은 어느 순간, 정확한 때를 정해두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는 중국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고 넓은 큰 나라에서 뭔가 배울 것이 있고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긴 여정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원효대사는 유학가던 길 중간에 되돌아온다. 중국 당나라에 도착하기도 전에 깨달음을 이미 얻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원효대사의 이야기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해골물 마신 일화이다. 동굴에서 잠을 자다 목이 너무 말라 마셨던 물이 아침에 보니 해골에 담겨 있던 썩은 물이었던 것이다. 잠결에 마신 물은 갈증을 해소하고 달고 달았던 맛있던 물이었지만 실제는 썩은 물이라는 것이 사람이 마음 먹기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도 유명 승려의 강의도 듣고 명상과 수양을 하지만 얻지 못했던 깨달음을 괴상한 취향을 가진 마음이 넓은 개 한마리가 불교의 정수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독일 베스트팔렌 주에서 농장을 하고 있고 '보바'라는 아주 흔하디흔한 개와 함께 살고 있다. 14년 동안 함께 살면서 보바는 매우 현명하지만 간단하기 그지 없는 삶의 기술들을 매일 솔선수범해 보였다. 처음 보바를 만난 것은 친구의 개들과 보바가 잘 지내지 못해 개를 키워보라고 권유했던 것이다. 그렇게 가족인 된 보바는 숲에서 달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숲이 아닌 공원에서 달리기를 할 때는 전혀 달리려고 하지 않았다. 공원에서는 뺑뺑 돌기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잔디에 앉아서 바라보기만 한다. 개들은 한가롭게 뒬굴 때는 한가롭게 뒹굴고 먹을 때는 먹는다. 신나게 집고 막대기를 물고 놀 때도 그 일만 한다. 개들은 주의 집중 그 자체이고 현존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의도 같은 것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래서 바로 도 안에서 산다고 할 수 있다.


보바를 데리고 자주 산책을 가는데 그럴때마다 보바는 자신의 일인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어느날 보바가 아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는데 그날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있었다. 우산을 쓴 것이 보바에겐 공포를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는 아마 보바의 이전 주인중 누가 우산으로 때렸거나 우산과 관련된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개도 인간처럼 역사가 있다. 개의 역사도 무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계속 변한다. 개도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며 나쁜 경험 또한 개의 일부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그 모든 것과 함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