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홀로 쓰고, 함께 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오래전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추천받아 읽었던 적이 있었다. 10권 가량의 대하소설은 웬만큼 재밌지 않고는 10권을 다 읽을 수 없다. 단숨에 대하소설을 읽더라도 며칠의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 또한 필요하다. 대하소설이 출간된지도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들을 추천하고 있다. 그런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한가지 일을 50년을 할 수 있는 것도 '대가'라고 할 수 있고 여전히 인기 작가의 자리에 있다는 것도 놀랍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작가 조정래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를 책으로 만들었다. 다양한 연령의 팬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읽고 작가 조정래가 답편지를 써준다. 독자들은 등단 50주년 된 작가에게 다양한 질문들을 한다. 문학과 인생에 관해, 작가의 대하소설에 관해, 문학과 사회에 관한 주제로 나누어 해답을 주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대작가처럼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는지, 어떻게 하면 작가와 같은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작가의 소설을 다 읽고 필사도 하고, 글쓰기 연습도 하지만 그 시간이 외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문인의 길은 외롭기도 하고 글쓰기를 해나가면서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창작품에 경이감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원하던 작가가 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작가가 되고 유명해지자 사회적 유혹이 시작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감투를 주려고도 했고 단체의 회장에 추대해 주려고도 했다. 작가의 일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어도 그런 일은 끊임없이 벌어질 수 있지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문학인생이 구겨지고 파탄 나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작가 조정래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은 '태백산백, 아리랑, 한강'이다. 이 대하소설들을 쓰는데 2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모두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소설들이다. '아리랑'은 작가의 어린시절 배웠던 일제강점기의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고등학생이 되어 분노와 증오로 커져 있어 태너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대학생이 되어 식민지시대를 독학하기 시작해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소설 '아리랑'을 쓸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태백산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만 11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회주의자와 빨치산에 대한 기록이 사실적이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했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무죄를 받았다. 민족의 비극인 분단상황에서 군사독재를 합리화하려는 반공주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소설 '한강'이 쓰여진다. 6.25가 한반도 전체를 폐로 만들고 끝났지만 10년 세월을 보내고 국민 모두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살게 되었다. 하지만 10월 유신이 단행되고 유신의 횡포가 심해지자 결국 대통령이 부하에 암살당하게 된다. 소설 '한강'은 경제발전사 전모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실감나게 쓰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도 문자로 조형해 내는 일종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발명품을 만들때는 누구나 창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 고통이 독자의 감동이 될 수 있다. 작가는 현재도 새소설을 쓰고 독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항상 역사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고 이제는 그 배경이 대한민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고 연결되어 있는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