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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행운동'이라는 가상의 동네 이름을 들었을 때 '행운'이 가득한 동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이름은 '행운동'이지만 실제는 행운이 없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침입자들>의 스토리 시작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숙소제공이라는 글자를 보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숙소만 제공되는 것도 아주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라 택배일을 해야 했다. 전에 지방에서 택배배달을 10개월 했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2년이라고 했다. 이렇게 경력을 약간 부풀려 택배일을 하게 되었는데 배정받은 곳이 '행운동'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행운동 택배 배달을 하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몰랐다.
택배 배달을 하며 그 여자가 처음부터 눈에 띈 것은 아니었다. 그 여자는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다고 해도 빨리 배달을 하고 이동해야 하는 택배기사에겐 관심 밖의 여자였다. 그런데 그날은 잠시 담배 한 대를 피우기 위해 차를 세우고 있는데 여자가 담배 한 대를 달라고 한다. 그뒤에도 여자는 담배를 계속 얻어 피웠고 한 갑이 넘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말도 하며 여자와 안면을 익히게 된다. 행운동엔 담배를 얻어피는 우울증 걸린 여자만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게이인 것이 들켜 버림받은 게이바 직원, 가족의 문제로 지하방에 살며 폐지를 줍는 젊은 여자, 경제철학 강의를 하는 노교수 등이 행운동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매일 담배를 빌려가는 여자가 알고보니 아주 부잣집 딸이었다. 엄청난 재산의 아버지는 딸이 남자 문제로 속을 썩여 고민했고 여자는 아버지의 반대로 우울증까지 겪게 되었다.


그렇게 행운동에서 택배 배달일을 하던 중 형사들이 남자를 찾아온다. 형사들은 남자에게 택배 물건을 배달한 게이바인 '코카인'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의 질문은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용의자로 보는 듯했다. 이 사건 뒤로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택배 사업장에도 사건이 생긴다. 이렇게 <침입자들>의 스토리는 끝이난다. 남자가 무슨 이유로 떠돌아다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시작이 '처음'이 아니라 남자가 나타난 어느 순간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남자의 과거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침입자들>을 다 읽고보니 꼭 남자의 과거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