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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평점 :
새벽 1시 45분.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새벽 1시나 2시는 그렇게 새벽은 아니지 싶다. 요즘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일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로 생활 패턴이 바뀐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새벽 1시 45분에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기사를 검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는 24시간 깨어있어 더욱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12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잠이 들지 못하고 새벽 1시가 된다. 잠을 잘 수 있는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니 새벽 1시 45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재미있게 읽은 동화책을 다시 읽는다. 그리곤 어린 시절, 소년이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리고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말타기'라는 그림이 보인다. 그림에는 잔디밭에 두 아이가 보인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아이와 조금 나이 들어보이는 아이이다. 형제인지 남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큰 아이가 말인 듯 잔디위에 엎드려 있고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등위에 앉아 있다. 아래서 말을 하고 있는 아이는 의외로 표정이 밝고 웃고 있다. 이런 놀이는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해봄직한 놀이이다.
가끔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림을 그린 화가나 모델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재밌을 때가 있다. 자신의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있다. 제임스 휘슬러는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렸고 앉아 있지만 옆모습만 보인다. 검은색 원피스에 흰색 모자를 쓰고 있는 노부인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아내의 모습을 그린 화가도 있다. 세잔은 부인과 아이의 존재를 숨긴 화가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돈을 얻기 위해 사생아를 낳은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세잔이 그린 세잔의 아내 모습은 지치고 어두운 표정과 약간 꺾인 고개와 몽롱한 눈빛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어쩌면 자신과 아이의 존재가 숨겨져야 했다는 것에 우울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이 얼굴과 그림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에서는 이런 그림들 외에도 다양한 그림들이 있다. 그리고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해무 위에 선 방랑자'라는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으로 산정상에 선 신사의 뒷모습이 위풍당당하고 꼭 전장에서 승리한 장군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