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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평점 :
최근들어 '페미니즘'이나 '여성운동', '남녀평등' 등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여러 권 읽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 <이토록 두려운 사랑>을 읽기전까지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시각과 어조를 가지고 있어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보면서 사회변화와 시대변화까지도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끝에 '나혜석'이 나타난다. 나혜석은 시인이자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스스로 '이혼'을 선택한 신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엄격한 유교의 사회인 조선에서 여자가 이혼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다. 그렇지만 나혜석은 이혼녀로의 삶을 선택했고 현대여성못지 않은 신여성의 삶을 살았다. 당시의 여성들은 오직 남편을 섬기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현모양처와 가족부양이라는 두 가지 일을 다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남자들은 나라 잃은 설움에 놀음을 하거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무능력함을 보여준다.
'페미니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앞에 '칙릿'이 유행했다. 칙릿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속어와 문학이 합성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칙릿'은 관심과 감수성의 핵심 요소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경제력을 갖춘 20~30대 안팎의 미혼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그녀들의 연애, 결혼, 성, 일, 소비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2000년대에 인기를 끈 소설을 영화화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방송된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 두 작품으로 유럽과 우리나라의 칙릿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데 한국형 칙릿은 소비자본주의적 일상, 고용의 불안, 실업의 공포가 오나전히 정착한 이후라 인물들은 복합적으로 중첩된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 서구 칙릿에서 여성들은 소비의 권능으로 제시되는 것과 달리 한국 칙릿은 우울과 불안을 달래주는 위안으로 등장하게 된다. 노동하는 여성들의 확장된 자아의식이 공공의 장에서 인권과 다양성의 증진으로 이어지기보다 소비하는 주체로만 재현된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면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며 남자를 찾아나서는 브리짓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성이 이직이 해 더 나아질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여성들도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자신의 능력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토록 두려운 사랑>은 사회를 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여성의 삶을 생각보다 예리한 시각으로 이야기해 준다. 남성과 여성의 다름과 차별적인 사회제도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현실에 시선을 돌려 분석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