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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한 권으로 끝내기 - 지도와 함께 보는 전투 흐름, 명언으로 읽는 영웅들의 리더십
나관중 원작, 은빛신사 편저 / 맑은샘(김양수) / 2025년 1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谋事在人, 成事在天)"이란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라는 뜻이다. 제갈공명이 위나라의 사마의를 화공(火攻)으로 거의 잡을 뻔했는데, 갑자기 큰 비가 내려 실패하자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하며 한 말이다.
이 책의 부록 <삼국지 명언 50선>에서 내가 뽑은 한 줄 문장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입시나 취업에 실패하거나, 사업하다 망하거나, 평생 착하게 살았는데 사기를 당하거나, 힘든 일을 겪는 분들에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나' 불평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다음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인 비 때문에 실패했을 때, 제갈공명은 황제에게 스스로를 강등시켜 달라며 책임을 지려했고, 무리하게 공격을 계속하지 않고 퇴각함으로써 병사들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는 자세, 그리고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아버렸다"라는 일화에서 죽으면서까지 목상을 준비시켜 자신의 옷을 입히라고 하고, 자신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승리로 이끈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다음을 준비하는 멋진 모습이었다.
《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던 내가, 하물며 만화로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다 결국 안 읽고 조카 줬던 내가, 《삼국지》를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려 드디어 읽어보게 된 책이다. "이렇게 재밌으면 진작 일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삼국지》는 실제 위·촉·오나라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전쟁사를 다룬 책이다. 우리가 말하는 《삼국지》는 역사책인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줄인 말이다.
《서유기》 같은 소설책인 줄 알았는데, 역사를 바탕으로 각색한 책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유비, 관우, 장비가 진짜 실존했던 인물이었다니! 중국은 관우, 일본은 조조, 우리나라는 제갈공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 역사를 살아낸 인물들이라 지금까지도 호소력이 큰 것 같다. 우리나라 이순신처럼.
동영상으로 <설민석 삼국지>와 <벌거벗은 세계사 삼국지>도 있고, 넷플에는 95회차까지 있는 <삼국지>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고 그다음에 영상을 보기를 추천한다. 미리 사람 이름과 배경을 간단하게 머릿속에 넣어두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동영상도 함께 보았는데, 동영상은 너무 간결하게만 나와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책을 먼저 읽고 동영상으로 복습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이 책의 특징
1. 현재 지명 대조
《삼국지》는 배경이 광범위해서, 어디서 벌어지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주요 격전지와 지역이 현재 중국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북경이나 상해의 위치와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금방 "이쯤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하고 쉽게 파악이 됐다.
2. 가독성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늘 "읽어볼까?"로 끝난 《삼국지》를 중요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과감히 생략하고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황건적의 난부터 삼국 통일까지 핵심만 정리했다. 나처럼 처음 읽는 독자나, 《삼국지》 고수님들 총정리용으로, 또는 바쁜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권한다.
3. 원작의 정수만 뽑아낸 구성
유비의 덕치, 관우의 의리, 제갈공명의 지략 등 삼국지의 정수인 명장면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나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삼국지》를 접해볼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책으로 복잡한 역사와 인물 관계를 정리한 다음, 또는 이 책과 병행해서 삼국지 드라마 95회짜리 시청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4. 부록 : 삼국지 명언 50
삼국지의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언 50개를 선정하여 원문과 함께 실었다.
삼국지를 많이 읽어보신 고수님들은 사람 이름도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엄청 헷갈렸다. 그래서 중심인물들만 정리해 보았다.
등장인물
성: 유 (劉) / 이름: 비 (備) / 자(字): 현덕 (玄德)
'유비'라는 말도 들어보고, '유현덕'도 들어봤는데, 성에 이름을 붙이느냐 '자'를 붙이느냐였다. '자'가 '호' 인가? 싶어 찾아보니, '자'는 성인이 되었을 때 받는 제2의 이름이고, 백범 김구의 '호'인 '백범'은 별명이다.
1. 유 / 비 / 현덕 (촉한의 초대 황제) : 삼고초려, 도원결의와 덕치로 유명.
2. 제갈 / 량 / 공명 (촉한의 승상) : 최고의 지략가. 출사표(出師表)와 천하를 셋으로 나누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유명.
3. 관 / 우 / 운장 : 유비, 장비와 도원결의를 맺은 인물로, 긴 수염과 청룡언월도가 상징.
4. 장 / 비 / 익덕 : 호탕한 성격과 거침없는 무력을 지닌 장수.
5. 조 / 운 / 자룡 (촉한의 명장) : 유비의 호위 무사로 평생을 충성한 장수.
6. 조 / 조 / 맹덕 (위나라의 기틀을 다진 정치가) : 냉철한 실용 주의자.
7. 손 / 권 / 중모 (오나라의 초대 황제) : 유비와 연합하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8. 사마 / 의 / 중달 (위나라의 정치가이자 지략가): 제갈공명의 숙적이자 최후 승리자. 손자 사마염이 삼국을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운다. 책에는 사마중달(사마의)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소설 속에서 만나보자. 삼국지 게임을 해서 사람 이름을 먼저 익히고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독자들이 짧은 시간에 삼국지를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해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데, 내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동탁의 잔인한 만행은 잔인한 드라마나 영화의 살인 사건 못지않았다. 이런 본성은 타고나는 것인지? 여포도 그 힘을 좋은 곳에 썼으면 최고의 명장이라고 후대에 전해졌을 텐데. 초선이가 이간질해서 동탁이 죽고, 유비, 관우, 장비가 여포를 무찌를 때는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신이 났다. 하지만 유비가 자기 아들을 바닥에 던진 건 정말 너무했다.
초조해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사마의도 멋있고,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 빈 성으로 적을 물리침)도 기억에 남는다. 적벽대전의 꽃인 화공으로 이긴 것도, 속인 게 좀 치사하긴 하지만 머리를 정말 잘 썼다. 고육지계(苦肉之計)라는 말이 조조를 속이기 위해 연극을 한 것에서 나온 말인 것도 알게 됐다. 화타가 관우를 치료해 주는 유명한 장면도 나온다.
그 밖에도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의 명승부가 담겨 있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현대 사회에서 조직을 이끌거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왜 삼국지를 필독서로 추천했는지 알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문열, 황석영, 정비석의 《삼국지》에 도전하고 싶어진다. 심지어 조카에게 준 《만화 삼국지》를 다시 뺏어오고 싶을 정도로 좀 더 자세하게 삼국지를 접해보고 싶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