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
이병권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밀, 공짜, 정답입니다. 비밀은 언젠가 드러나고, 쉽게 얻은 것은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세상에는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풀어가는 해답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보수 세력은 숨을 수도, 숨길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시민이 실시간으로 이들을 감시하며,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보수 세력이 개편되고 바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p.154)


국민들 모두 평화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형광봉과 촛불로 집회를 했다. 그런데 법원 건물을 부수며 폭력으로 시위를 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태극기를 흔들며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뭐지? 역사와 정치를 너무 모르는 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내게는 너무 어려워서 책에서 나온 단어 위주로 검색해서 썼음을 미리 밝힌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말은뉴라이트(New Right)다. 새로운 빛인가? 했더니 light가 아니고 우파, 우익 할 때 오른쪽 right다.


뉴라이트란동유럽 사회주의권해체 이후 반공 일색인종전 우파를 대체해 우파 진영을 이끌 새로운 우파다

P.16 <동아일보> 이동관 정치부장


동유럽 사회주의권이란 2차대전에서 승리한 소련이 차지한 동유럽 지역이다. 폴란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을 사회주의 체제로 만들었다. 이때 동독과 서독이 분리되고 동독은 사회주의, 서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는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어 우리가소련이라고 불렀던 것.


종전이란 2차 세계 대전 이후를 말한다.우파와 좌파라는 개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국민회의 의석 배치가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은 의장석의 왼쪽(gauche)에,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은오른쪽(droite)에 앉았던 것에서 유래한다. 나는 오른손은 원래 쓰던 손이니까 그냥 편하게 기존 질서를 유지하며 계속 쓰려 하고, 왼손은 안 쓰던 손이라 뭔가 새롭게 바꾸고 변혁하려는 것이 아닐까 해서 좌파, 우파 또는 좌익, 우익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었다.


뉴라이트는 반공은 유지하되,신자유주의식민지 근대화론으로무장하고 특정 집단을 대표하며 본격적으로 정치 세력이 된다.

p.16


신자유주의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조절하지 않아도 시장 경제는 알아서 잘 굴러간다고 주장한다. 미국공화당의 입장이다. 그 반대는 정부의 개입이 중요하다는민주당이다.신자유주의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잘 굴러가니까 정부 개입을 반대한다. 그리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승자독식의 자본관을 만든다.


뉴라이트는 애덤 스미스의 '건실한 노력과 이웃에 대한 배려'는 삭제하고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는 자를 찬양하는 모습으로 바꿔버린다. 마치 성경 구절을 자기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신도를 현혹하는 사이비 성직자처럼.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가 일본의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근대화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내 목숨을 주인에게 맡기는 국가를 식민지라고 한다. 노론은 성리학을 운운하며 식민사관의 앞잡이가 되었고, 조선사편수회의 이병도, 신석호의 후예들이 뉴라이트의 탈을 쓰고 노예의 찬가를 부른다. 그 노랫말이 안병직, 이영훈 등이 작성한식민지 근대화론이다.


뉴라이트는 이명박 박근혜를 통해 정치권력으로 퍼지다 박근혜 탄핵 이후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가 다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한다. 그리고 이제 보수라는 탈을 쓰고 대한민국을 매국 우파 이념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주체사상이란 인간이 역사의 주체이며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여기까지는 너무 좋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의 지시를 무조건 따른다? 다른 사상이나 문화를 배척하고 주체사상만이 절대 진리다? 국가의 이익이 우선하며 개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왜 이렇게 변질이 되어갔을까?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지식인들 중 한 무리는 분단과 민족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민족 해방(NationalLiberation,NL)파는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을 결성하고 '양키 고 홈!'을 외치며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에 주력한다.


그런데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몰락하고 북한 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이들은 과감히 북한 민주화 운동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이번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전향자들을 뉴라이트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주사파는 민족문제를 중심으로 주체사상에 호감을 느껴 반외세 투쟁의 무기로 활용하지만 13년 만인 1999년에 막을 내린다. 그들이 강조하던 품성론, 동지애는 돈과 권력을 향하게 되었다. NL 주사파 수장 김영환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창안한 안병직은 민주주의와 민족을 현실주의적 기회주의로 대체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출연(出捐,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 함)역사 기관 장악과 역사 교과서 개편을 통해 한국인의 반일 의식을 없애는 전략을 실행할 시점을 2025년으로 잡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도 아닌 지금 시대에 한국인을 노예 취급하던 일제에 대한 반일 의식을 없앤다는 발상도 어이가 없었다.


사대(事大)란 약자가 강자를 섬기는 것이다. 뉴 라이트는 국가와 공동체의 이익보다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 사대를 서슴지 않는다. 태극기를 흔들며 미국 보고 도와달라면 미국은 공짜로 도와주나? 친구에게도 도와달라고 하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우리나라의 문제를 미국 보고 도와달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는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이익이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 사대를 서슴지 않으며 대한민국 보수를 자처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뉴라이트라는 '신종 사대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힘이 없으면 강자의 힘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고려 8대 왕 현종처럼 사대를 수단이나 도구로 잘 활용할 것인지, 생존을 위해 노예의 길을 택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자존의 길에 선 사람들은 사대주의를 경계하고,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했으며 실용적 외교 정책을 취했다. 반면자비(自卑, 자기 비하)의 길에 선 자들은 한결같이 사대주의의 길에서 개인이니 당파의 이익에 앞장섰고, 실용보다 이념을 추구했다.


뉴라이트의 실체친일파와 한국에 남은일본인 후예, 제국주의를 혐오하다 사대주의에 포섭된전향파,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 후 반공과 신자유주의로 포장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마다치 않는탐욕스러운 자, 일본 도움으로 배운 지식으로 이들을 뒷받침하는이론가들로 대한민국 보수를 자처하는 매국 우파다.


뉴라이트 이론은 허위와 조작으로 구성됐기에 토론과 논거를 매우 싫어한다. 그냥 모호하게 뭉뚱그려서 주장하고 믿으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뉴라이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인다. 하나님의 말씀은 절대적인 진리고 무조건 믿어야 하니까.


저자는 묻는다. 이념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가? 뉴라이트의 이념의 변질과 기득권화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읽고, 무엇을 기준으로 시대적 과제를 고민해야 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국 우파 뉴라이트를 어떻게 하면 제어할 수 있을지 여섯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은, 비건 - 7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후 식사 알고십대 8
정민지 지음, 민디 그림 / 풀빛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난각 번호란 계란에 찍힌 초록색 도장 맨 끝 1자리 숫자다. 앞 숫자는 산란 일과 농장 번호. 1번은 자연에서, 2번은 실내에서 풀어 놓고 기른 것.

동물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이다. 그래서 A4 용지보다 작은 케이지 안에 가둬 놓고 알만 낳게 하는 동물 학대 환경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란과 비건이 무슨 상관? 이 책은 비건을 실천하자는 책이 아닌가? 아니다. 비건에 관한 것도 알려주는 기후 식사에 관한 책이다. 지구를 덜 아프게 하자는 책이다. 그렇다면 닭들도 덜 아프게 살아 있는 동안은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황당한 말도 처음 들었다. 계란 생산도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찍어내듯 자동화 한 것이다. 꼼짝 못 하는 케이지 안에 갇힌 닭들은 알을 낳는 기계가 된다. 환기도 잘 안돼서 악취가 코를 찌르는 환경에서 낳은 달걀은 스트레스가 심해 사람 몸에도 안 좋다. 이 공장식 축산 닭들이 낳은 달걀에는 케이지 크기에 따라 살짝 넓은 건 3번, 매우 좁은 건 4번이라고 계란에 찍힌 녹색 도장 맨 끝에 표기되어 있다. 나부터 시작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학대당한 닭이 낳은 3번과 4번 란을 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가혹한 환경은 사라지지 않을까?

닭을 학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소비자를 우롱하는 동물복지, 유정란, 친환경, 유기농, 자유방목, 좋은 것을 먹였다는 둥 헷갈리게 예쁜 말로 포장한다. 난각 번호도 안 보이게 포장도 잘 되어 있다. 나도 유정란이래서 샀는데 맨 끝자리 수를 확인해 보니 4번 란! 먹고 죽는 건 아니니까 돈이 아까워 먹긴 했지만... 어쩐지 닭의 고달픈 눈물을 삼키는 기분이었다.

난각 번호 1번은 자연 방사. 2번은 축사 내 평사로 평평한 실내에서 사육하는 닭을 말한다. 둘 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도 먹고 알도 낳는다. 자연에 풀어놓은 1번 란에는 비타민 D가 30%나 더 많다. 당연히 신나게 돌아다니며 햇빛도 받고 흙 목욕도 하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자연 방사는 키울 땅도 많이 필요하고, 닭들이 자연스럽게 놀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어서 알도 조금밖에 안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계란값이 비싸다.

하지만 비싸더라도 불쌍한 닭들을 생각해서 3, 4번 란을 안 사야 한다. 닭장에 가두고 날갯짓 한번 못하게 하면서 좋은 사료를 주면 동물복지인가? 동물에게도 이러니 사람에게도 나만 안 먹으면 되니까 살충제를 먹던 항생제 덩어리를 먹던 알 바 아닌 것이다. 이런 비양심적인 업자들이 더 이상 소비자를 기만하지 못하게 우리가 3, 4번 계란을 안 사면 된다. 그러면 너도나도 자연에서 닭을 키우게 돼서 닭들도 신나고, 1번 란이 많이 팔리면 가격도 내려갈 테니 우리도 신나지 않을까?

이 책의 표지에는 '지구를 위한 기후 식사'라는 말이 있다. 나는 기후 식사라는 말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기후 식사를 제일 먼저 쓰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매일 먹는 계란이 젤 먼저 생각났다. 오로지 케이지에 갇힌 닭들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에 난각 번호 1, 2번부터 쓰게 된 것이다. 비건도 환경보호 운동도 모두 지구를 살리자는 것인데 인간의 생명만 중요한가?

기후 식사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식사를 말한다. 탄소가 많이 배출되면 지구가 따뜻해져서 이상 기온으로 우리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 먼 나라에서 배나 비행기로 싫어 나르는 운송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므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소비하자는 것이다. 로컬 푸드 운동은 유통거리가 짧아지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기후 식사의 실천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소 4마리 = 자동차 1대라고 한다. 소고기 먹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도 기후 식사다. 영국의 골드스미스 칼리지는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교내에서 소고기를 금지했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라 닭고기나 돼지고기보다 10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꼬북칩과 에이스 크래커 같은 과자들에도 조미료에 소고기 성분이 들어간다니, 불쌍한 소를 생각해서라도 과자를 좀 줄여보자.

비건(Vegan)의 정확한 뜻도 알게 되었다. 영국 비건 협회 공동 설립자인 도널드 왓슨이 베지터리언(Vegetarian)에서 Veg와 맨 끝의 an을 합쳐서 Vegan이라는 말을 만든 것.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고 한다. 생선과 꿀도 안 먹는다.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말도 있다. 비건의 철학과 삶의 방식인데, 먹는 것은 물론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을 해치는 일체의 것을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다. 인간은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옷, 화장품, 의약품도 동물성 제품은 모두 거부한다. 나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 책은 K-김밥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은 수출 검역이 까다로워서 김밥에 들어가는 햄과 계란 대신 유부랑 채소로 속을 채워서 팔았는데 채식하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점점 채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데 내 주위는 거의 모두 삼겹살 마니아들이다. 밥 대신 고기를 먹어야 근 손실을 예방한다니 나도 가능하면 고기를 먹었다.

영국 국민 모두가 일주일 중 하루 고기를 안 먹으면 자동차 500만 대가 운전을 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 국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하루 한 끼 채식이라던가 일주일에 하루 채식 데이 같은 것을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안 먹는 식단에 도전 중이다. 성공한 날은 성취감도 있고 오늘 하루는 지구에 무해한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도 있다니 가족과 함께 일주일에 하루 고기 안 먹는 날은 어떨까?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면서 소, 돼지, 닭도 다 같은 생명인데 잡아먹는다는 게 불편해서 육식을 끊은 사람도 있다. 종교 때문에 채식을 하거나 고기가 안 받아서 못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고기를 좋아한다면 저자처럼 일주일에 하루 채식은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에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일회용품 사용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채식을 하는 것이 지구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니 저자처럼 나도 지구에 무해한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비건 버거? 나도 들어보긴 했는데 먹어 본 적은 없다. 표고버섯이나 밀과 콩으로 대체육을 쓴 것이다. 인공육은 살아 있는 동물의 생명을 해치지 않고 사육이 없으니 축산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없다. 환경친화적이다. 다시마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패티를 만든 해초류 버거도 있다. 기회가 되면 KFC나 롯데리아에서 비건 버거를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계란 대신 콩으로 만든 비건 마요네즈도 판다니까 한번 먹어봐야겠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밥, 떡, 빵 같은 정제 곡물로 만든 음식을 먹고 나면 정말 빨리 배가 고프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파서 하루 종일 자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고기나 현미 같은 통곡물을 먹고 나면 소화 시간이 길기 때문인지 포만감이 오래간다. 그래서 통곡물이나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 같다. 고기는 먹지만 이왕이면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식물성 단백질도 함께 먹자. 탄수화물 위주에서 단백질 식단으로 바꾸니 집중력 시간도 좀 늘어난 듯?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 2위!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이라니. 먹방의 영향도 있고 많은 반찬 수와 자주 외식하는 습관도 한몫한다. 식당에 가면 먹지도 않는 반찬을 푸짐하게 제공해야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반찬을 세팅해 주지 말고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을 가져다 먹을 수 있게 셀프 바를 의무적으로 하게 하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셀프 바에서 반찬을 많이 가져와 남긴다면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는 대형 마트를 대상으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자선단체나 저소득계층에 기부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해서 모든 편의점과 마트를 대상으로 식품을 기부하면 세금도 깎아주고 안 지키면 벌금을 크게 매기면 좋겠다.

이란격석(以卵擊石). 계란으로 바위 치기기같이 개인의 작은 행동이 헛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노력들이 쌓이면 던져진 계란으로 바위가 뒤덮인 모습을 보고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의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여럿이 함께 같은 소리를 내면 변화는 반드시 생긴다! 이왕이면 고기 말고, 이왕이면 쓰레기를 덜 남기고, 이왕이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쪽을 택하자.

플렉시테리언은 유연하다는 플렉시(Flexible)과 베지테리언의 합성어로 식물성 식품을 먹는 걸 목표로 삼는 사람이다. 불완전한 채식으로 비건 지향이라고도 한다. 우리 모두 비건 지향을 해 보면 어떨까? 고기는 먹지만 가능하면 채식을 하겠다는 비건 지향은 <가끔은 비건>이라는 이 책의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나 자신의 건강은 물론 지구에도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은, 비건 - 7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후 식사 알고십대 8
정민지 지음, 민디 그림 / 풀빛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각번호1, 2번 계란먹기와 셀프바 음식 가져다 남기지 않기라도 실천해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책세상 세계문학 12
샬럿 브론테 지음, 신해경 옮김 / 책세상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로체스터 씨와 함께 있는 일에 지루해지지 않고, 그도 그렇다.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동시에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처럼 흥겹다.

이 책은 760페이지의 한 권으로 된 책이다. 뒤의 787페이지까지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그리고 박신영 작가님의 독후감이다. 분량이 많아서 <제인 에어> 1, 2권으로 나뉘어서 출간된 책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한 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좋다. 장식으로도 훌륭하고, 실로 제본해서 페이지가 쫙쫙 펴지니까 읽기도 너무 편했다. 책이 두꺼우니 그래도 글자는 크겠지 싶었지만 글자도 안 크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내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웬걸 드라마 보는 것만큼 재밌게 읽었다. 드라마 몰아보기도 몸이 힘들지만 이 책도 정신없이 보느라 삭신이 쑤신다. 이런 명작을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나의 첫 명작 독서는 단어 찾다가 읽다 포기한 <토지> 1권 이후 책세상에서 나온 <싯다르타>가 처음이었다. <싯다르타>를 읽으며 명작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느껴서 이번에도 서평단을 신청했다. 당첨! 내가 서평은 잘 못쓰지만 정성이라도 보이려고 했더니 인디캣님께서 뽑아주신 것 같다.

제인 에어의 줄거리는 영화, 드라마,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등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는 빼고. 나도 어릴 때 읽어본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워낙에 명작이나 책과 안 친하고 <비밀의 숲> 같은 드라마를 좋아해서 제인 에어의 내용은 기억에 없다. 일단 명작은 괜히 어려운 것 같고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인지 안 읽게 되었다. 게다가 명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왜 이렇게 지루한지... 정이 안 갔다.

1847년 샬럿 브론테가 쓴<제인 에어>라는 작품이 왜 아직까지도 필독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알게 되었다. 이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라니... 아~ 너무 재밌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게다가 서평을 쓰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서 본문 베끼기에 정성을 쏟던 나도 할 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드라마도 그 시대의 생활상과 주인공의 캐릭터를 반영한다. 그런데 명작은 활자로 된 드라마라고나 할까? 드라마가 화면과 스토리에 몰입하느라 생각할 시간 없이 재밌다면, 책은 화면이 없기 때문에 글자가 내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활자로 된 드라마 역시 영상으로 된 드라마 뺨치게 재밌었다. 그리고 총 3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면이 바뀌면 잠시 이때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멈추어 생각하는 여유도 있다. 드라마 몰아보기는 빨리 다음 편을 봐야 해서 치킨 먹을 시간도 없는데.

드라마는 너무너무 재밌었다로 끝난다. 내용이 뭐였는지는 다시 보면 아~ 그거였지 하고 생각난다. 그런데 명작은 제인 에어가 구박 당했던 게이츠헤드 저택에서부터 로우드 학교와 손필드 저택에서의 가정교사 생활까지 장면이 저절로 쭉 이어진다. 내가 너무 재밌게 보았던 <비밀의 숲>만 해도 시즌 2까지 다 봤는데 해변에서 살인사건 정도만 기억이 난다. 이것이 글로 읽는 명작과 눈으로 보는 드라마의 차이인가?

나는 제인 에어가 유부남과 결혼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손필드 저택을 나온 것이나 내가 며느리인데 어떻게 시어머니 제사를 안 지내냐는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15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어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제인 에어도 나도 사회적인 통념의 희생양이 아니었나 하는. 제인 에어는 눈먼 로체스터를 얻고 나는 제사 스트레스 때문에 싸우는 부모 밑에서 불안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자란 열 손가락 손톱이 거의 없는 아들을 얻었다. 어쩌면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제인 에어는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 로체스터를 얻고, 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얻었으니 행복한 것일까? 제사는 시아버지가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시자마자 바로 폐지되었다.

제인 에어의 선택 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작정 손필드 저택을 나온 것이었다. 로체스터가 처음부터 고백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지만 그래도 그만한 결격 사유가 있는 부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 봤어야 했다. 로체스터는 속아서 정신병이 있는 버사 메이슨과 결혼했지만 사람을 물어뜯고 방화도 저지르고 정신병 증상이 심한 와이프였어도 버리지 않고 그녀를 비밀리에 보살펴줄 사람을 붙여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한 자체를 보았어야 했다.

제인 에어가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그렇게 떠날 게 아니라 이혼을 하든 정신병원에 격리를 시키든 함께 의논해서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조금만 더 성숙했더라면 나 스스로는 물론 아들을 그렇게 아파하게 방치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로체스터도 눈이 멀지 않았을 것이고 아들도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정신병 아내를 구한다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간 로체스터나, 남편의 어머니라고 그렇게 몸서리치도록 싫었던 제사를 지낸 나나 잃은 것도 많지만 사랑을 얻었으니 제인 에어처럼 이제부터라도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아직도 제사를 지내고 있는 집이 있다면 와이프나 며느리도 진심으로 원하는지, 혹시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식구들이나 남들 눈치 보느라고 내 가장 소중한 가족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꼭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아들에게도 물어봤다. 엄마 아빠가 제사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데 너는 왜 가만히 있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제사를 지내는 당사자가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내와 며느리의 의미 없는 희생을 전제로 한 제사는 미풍양속이 아니라 악습이 아닌지 꼭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제인 에어가 살고 있던 곳은 게이츠헤드 저택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리드 외숙모와 사촌인 존 리드, 일라이자, 조지아나와 함께 자랐다. 제인 에어는 사촌들은 물론, 하녀 베시 외에는 외숙모의 하인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만약 고집도 세지 않고 예쁜 장난꾸러기였다면 얹혀사는 처지였어도, 리드 외숙모는 제인 에어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사람처럼 정말 성격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죽을 때까지 미워하니 말이다.

리드 외삼촌제인 에어 엄마의 오빠였다. 어려서 고아가 된 제인 에어를 그가 게이츠헤드 저택에 데려왔다. 하지만 외숙모의 입장에서는 남편도 죽고 없는데, 자기 집안사람도 아닌 천덕꾸러기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자식도 미운 판에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아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친자식보다 여동생의 아이를 불쌍하다며 더 예뻐하는 남편에게 자기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더 미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는 가난한 성직자였는데 엄마가 신분이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자 외할아버지인 리드 씨가 엄마와 절연해 버렸다. 결혼 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아버지는 빈민굴을 심방하다 티푸스에 걸려 돌아가시고, 아버지에게 전염된 엄마도 한 달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

제인 에어는 그 어린 나이에도 가난뱅이 여자들처럼 자라기는 싫었다고 자기주장이 확실해서 깜짝 놀랐다. 신분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유를 얻을 용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 신분이라는 것도 중요했던 시대였으니, 제인 에어는 어린 나이지만 사회의 차별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아이였던 것 같다.

리드 부인에게 자신을 학대한 것을 당당히 말하고 난 제인 에어가 자신의 심정을 묘사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사납게 날뛰는 감정을 제멋대로 풀어놓고 나면 비통한 후회와 가슴 서늘한 반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화가 나서 분노를 쏟아붓고 나니 처음에는 향기로운 포도주 같았지만, 녹슨 쇠 같은 뒷맛은 마치 독을 마신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에 너무 공감되었다. 나도 분노를 폭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분노를 폭발하지 않고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대화를 했을 것 같은데 어릴 때는 자기감정을 조절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싶다.

로우드 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29세쯤 되어 보이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키 큰 템플 선생님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제인 에어에게 어머니이자, 가정교사이자, 제인이 2년간 교사를 할 때는 동료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템플 선생님이 결혼해서 로우드 학교를 떠나 먼 고장으로 가게 된다. 로우드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진 제인은 광고를 내고 손필드 저택 아델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손필드 저택 주변에는 억세고 옹이투성이인 거대한 늙은 산사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저택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단박에 설명이 된다. 손필드(산사나무 들판) 저택의 주인은 로체스터이다. 그는 잠깐 사귀었던 여배우의 딸을 자기가 맡아주었고, 제인 에어는 그 여배우의 딸인 아델의 가정교사로 간 것이었다. 제인 에어는 저택으로 돌아온 로체스터 씨 방에 화재가 나자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화려한 파티가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를 사랑하게 된다.

어느 날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일하던 마부가 찾아와 사촌 존 리드의 죽음을 알린다. 그리고 리드 부인이 쓰러졌다는 말에 제인 에어는 게이츠헤드로 간다. 잠깐 정신이 돌아온 리드 부인은 제인 에어에게는 존에어라는 삼촌이 있고 그녀를 양녀로 삼았다가 죽은 뒤에는 전 재산을 제인 에어에게 물려주겠다는 편지가 왔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삼촌에게 입양되어 편안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어 제인 에어는 죽었다고 답장을 보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제인 에어를 미워하다 죽는다.

제인 에어로체스터와 결혼하려 하지만 삼촌 존 에어 로체스터에게 버사 메이슨이라는 미치광이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오빠를 보내 결혼을 막는다. 버사 메이슨의 성정은 난폭하고 강압적이었다. 로체스터는 참고 4년을 살았지만 그녀는 그를 심하게 괴롭혔다. 증상이 심해지자 그녀를 손필드 저택 3층에 가두고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그레이스 풀과 외과 의사인 카터를 고용해 돌보게 했다. 버사 메이슨이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그레이스가 방심한 틈을 타서 방화도 저지르고 제인 에어의 드레스도 찢었던 것이다.

그리고 버사 메이슨의 오빠라는 사람도 얄밉다. 자기 여동생 때문에 피해를 당한 로체스터를 생각한다면 그의 행복을 빌어줬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의뢰를 받았다지만 행복한 결혼식에 나타나 이의를 제기하다니... 자기 여동생에게 어깨까지 물어뜯겨 부상당한 것을 로체스터가 치료해 주었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결혼을 훼방 놓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자기 동생과 이혼을 시키고,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오빠 아닌가. 남은 내 동생 때문에 희생을 당해도 괜찮다? 그래서 공동주택 소음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나만, 내 가족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 메이슨 같은 심뽀때문에.

무작정 손필드 저택을 나온 제인 에어는 마쉬 엔드에서 신존 리버스와 누이동생 다이애나메리를 만나 시골 학교에서 일하게 된다. 알고 보니 리버스의 어머니는 제인에어 아버지의 누나였다. 그들은 제인 에어의 사촌들이었던 것. 그리고 유산으로 받은 2만 파운드를 넷이 똑같이 5천 파운드씩 나누어 갖는다.

신존은 제인 에어에게 함께 선교지로 떠나자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겐 아무 소명감도 없으며, 애정 없이 하는 결혼을, 가짜 감정을 경멸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신존은 자신의 아내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주님을 거부한 것이며 신앙을 부정한 이교도보다 더 나쁜 자들과 똑같다고 순종을 강요했지만 제인 에어는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그를 떠났다.

제인 에어가 손필드 저택을 다시 찾아가 보니 이미 불에 타버리고 검게 그을린 폐허만 남았다. 그리고 숲속 깊숙이 틀어박혀 있는 펀딘 저택에 있는 로체스터에게 간다. 그는 화재로 두 눈과 왼 팔을 잃었다. 한 쪽 눈은 명암 정도만 구별할 수 있었다. 둘은 바로 결혼하고 로체스터는 런던에 있는 저명한 안과의의 진찰을 받고 한쪽 눈의 시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둘은 아들을 낳고 오래오래 행복했다는 이야기다.

제인 에어를 그렇게 괴롭히던 존 리드리드 부인은 결국 다 죽었다. 그리고 손필드 저택에 불을 지른 버사 메이슨도 죽었다. 하지만 제인의 유일한 친구였던 착하고 똑똑하고 인내심 많았던 번스 헬렌은 그 어린 나이에 아무 죄도 없이 폐결핵으로 죽는다. 번스 헬렌은 잠깐 등장했지만 죽음을 담담하게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어른보다 더 성숙해 보여서 지금도 이름까지 기억이 난다.

나쁜 사람에게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고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에게 나쁜 일도 많이 일어난다. 다만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처럼 내 가족부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내 뜻대로 하려고 휘두르는 것은 며느리에게 제사를 강요하면 안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나도 아들과 옷 사러 가서 많이 싸웠는데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랬다. 내 취향과 아들의 취향은 분명히 다른 것인데 아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취향을 강요했던 것이다. 독서는 이렇게 나이만 먹는 나를 철들게 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제인 에어를 읽으며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의 죽음은 쌤통이라 느끼고. 좋은 사람의 죽음과 불행은 마음 아파하는 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어릴 때 그렇게 제인 에어를 미워했던 리드 부인과 사촌 오빠인 존 리드도 자존감이 너무 낮았단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독서를 많이 해서 가장 먼저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 그다음은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그다음에 부모님을 챙기는 것이 순서임을 스스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제인에어 덕분에 나의 아픈 과거도 돌아보고 제사가 없어진 지금의 행복을 더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에 서 봄 남프랑스 - 남프랑스에서 한 달 살기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완벽하지도 영원하지도 못할 것 같은 사랑에 임해 있을지라도. 어쩌면 여행이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사랑에 머무는 일이 아닐까?

나는 방구석 여행을 좋아한다. 돈도 안 들고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관련 도서로 사진 여행을 즐긴다. 책 속으로의 여행은 가이드를 끼고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 책의 작가님은 다른 곳으로 떠날 때마다 멋진 감상을 적어주셔서 문학의 향기까지 느꼈다. 이 책 제목의 <남프랑스에서 한 달 살기>라는 말은 한 곳에서 한 달간 지내는 것이 아닌 남프랑스의 도시 15군데를 거치는 여정이다.

니스의 몽돌 해변과 칸의 별, 에즈의 언덕과 니체의 산책로, 망통과 앙티브, 피카소와 샤갈, 마르세유의 아비뇽, 액상프로방스, 카르카손의 성과 마을, 아를의 고흐와 님의 거리... 저자는 생각만으로 아득했던 그곳에 함께 존재했고 나는 무작정 저자를 따라나섰다.

먼저 니스(Nice). 나이스로 읽을 뻔. 트램을 타고 마세나 광장으로 간다. 컬러풀한 가로등인 줄 알았는데 가로등 모양이 사람이다. 매우 인상적인 가로등이었다. 이 가로등을 보려면 꼭 밤에 가야겠다. 광장 양쪽 공원도 보인다. 강남 대로의 북적함과는 다른 너무나 한가롭고 여유 있는 시골 풍경 같다.

저자는 샤갈 미술관과 마세나 박물관도 구경하고 장을 봐서 음식도 해 먹으며 독수리 둥지라는 별명을 가진 에즈(Eze)로 간다. 천연 요새 마을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성 안이 전부 식물로 둘러싸여 식물원을 이루고 있다. 거칠고 척박한 에즈의 골짜기와 지중해의 바다. 삶이라는 산을 오르고 운명의 대지를 돌아왔어도 마침내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저자의 표현까지 일품이다.

그 유명한 니체의 산책로를 걸으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니체의 말도 떠올린다. 니체의 산책로는 고되고 가팔랐다고 한다. 땀도 많이 흘리고 물건도 잃어버리고 갈증도 느꼈다는 곳. 니체는 왜 이런 곳을 산책한 것일까? 힘듦도 즐겼을까?

앙티브(Antibe). 새로운 마을에 도착하면 이른 아침의 산책이 흥미롭다. 운동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카레 성채가 보이는 길을 걸었다. 600년 전부터 제노바 가문의 성채였던 곳이 피가소 미술관이 되었다. 앙티브 고고학 박물관 앞 지중해를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 길을 산책하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대학가 마을로도 알려진 액상 프로방스(Aixen Provence)는 미라보(Mirabeau) 거리의 시작을 알려 주는 로톤데 분수를 지나자 정겨운 시장의 소리가 들린다. 세잔(Paul Cézanne)과 인연이 깊은 생트 빅투아르 산과 산책로가 이곳에 있다. 세잔은 오로지 작품만을 위해 최대한 자연광이 많이 들어올 수 있게 작업실을 설계했다고 한다. 나는 이곳의 아기자기한 시장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레몬의 도시 망통(Menton). 이탈리아 땅이었다가 프랑스 국경 안으로 들어온 이곳은 이탈리아 같은 프랑스, 프랑스 느낌의 이탈리아라 같았다고 한다. 성당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계단이 해변 길로부터 나 있어 그쪽에서 바라보는 성당 모습이 망통의 대표 얼굴이 되기도 한다.

모나코(Monaco)의 국경은 역이다. 경사진 언덕에서 항구로 떨어지는 작은 마을 같은 이곳은 한 나라다. 배우였다가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와 그녀의 이야기로 알게 된 이 작은 나라는 스포츠카와 카지노의 천국인 듯했다고.

앙티브에서 기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Cannes)이 있다. 칸의 시작은 영화다. 어디로 시선을 주어도 영화의 도시라는 사인이 있다. 칸에서 보트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생마게리트섬에는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의 모티브가 된 아이언 마스크라고 알려진 죄수가 있던 감옥이 있다. 지금은 해양 박물관이 되었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생폴드방스(St. Paul Devence)로 오르는 동안에도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의 명성을 짐작하게 하는 조형물과 작품들이 이곳의 이정표가 되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곧 만나게 되는 도시의 언덕에 샤갈이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샤갈니스에 있던 본인의 미술관을 이곳으로 옮기고 싶어 했을 정도로 생폴드방스를 사랑했다.

기차에서 내리자 아를(Arles)의 론강의 위용이 푸르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고흐의 작품을 닮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약 15개월간 아를에서 남긴 작품은 300여 점이라고 한다. 아를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고흐의 열정이 아를을 고흐의 도시로 만들었다. 잠시 고갱과 함께 지냈던 곳도 이곳이다.

아비뇽(Avignon)은 성벽으로 싸인 성곽 도시다. 아비뇽 역에서 내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를 향한다. 도시 둘레의 반은 강이 흐르고 그곳에는 론강을 건너지 못하는 아비뇽의 다리가 일부만 남아있다. 프랑스의 강력한 국왕 필리프 4세는 교황권을 압도한다. 그래서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기고 1305년부터 1377년까지 7명의 교황들이 머무는 아비뇽 유수의 시대가 있었다.

도시의 얼굴은 찬찬히 보아야 아름답다. (Nîmes)의 시장이 서는 날이라는 말을 듣고 산책 겸 나선다. 1세기에 세워진 원형경기장 아레나는 저녁 산책길에 처음 만났는데,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 놀라고 아름다운 자태에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표정 없는 검은 투우사 동상과 야자수에 묶인 표식이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향신료 수입지로 번영을 누렸던 몽펠리에(Montpellier)는 13세기에 의과대학이 창설되었던 도시다. 이제까지 보아 왔던 고풍스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현대 건물들이 많은 도시였다. 로마시대부터 지어진 곳곳의 수도교들은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대로 쓰인다고 한다. 고딕 양식의 성 피에르 대성당을 보러 갔는데 몽펠리에에서 유일하게 위그노 전쟁 피해를 이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성곽도시의 명성을 듣고 실제로 만나 보기 위해 카르카손(Carcassonne)행 열차를 탔다. 2세기부터 요새화가 진행되어 6세기에 첫 번째 성벽이 만들어졌다. 성벽 위의 전망이 좋은 테라스를 걸어 극장까지 견학하는 가이드 투어도 있다.

툴롱(Toulon)은 프랑스 해군기지가 있는 군항이다. 로마 제국의 군사적 요충지로 지금도 프랑스 지중해 해군 선단의 보금자리이다. 군사 박물관과 유럽 최고 규모의 항구가 툴롱의 지리적 장점을 말해 준다. 케이블카를 타고 북쪽 몽파론을 오르면 툴롱만이 한눈에 보인다. 프로방스 상륙 기념박물관도 있다. 그 시절의 영광과 치열함이 잠들어 있는 도시이다.

이른 아침 마르세유(Marseille)에는 어선들이 항구에 정박하고 새벽에 잡아 온 생선을 팔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역사가 긴 항구의 이름은 그리스 선원들에 의해 '마살리아'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의 마르세유.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된 섬이자 요새인 이프성칼랑크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하얀 바위 절벽이 끝도 없다.

바다나 호수의 좁은 물 어귀라는 뜻의 '칼랑카'에서 유래된 이름이 마르세유와 카시스를 잇는 칼랑크 국립공원이다. 하이킹 코스도 유명하고 워킹투어도 참여할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루트에 저자는 보트 투어를 선택했다. 2시간의 여행이 다른 세상에 다녀온 듯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나도 저자가 거친 남프랑스 여행 중에서 딱 한곳만 갈 수 있다면 이 보트 투어를 선택하고 싶었다.

무엇을 보려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들고 먼 길을 왔는가. 고작 돌성과 낡아 가는 마을의 길들을 보러 온 것인가. 무엇을 얻었나. 꼭 와야 했었나. 이걸 봐서 뭐 하려고. 긴 시간과 많은 여비를 들여서 이국의 땅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이런 물음을 던지다 스스로 깨닫는다. 삶을 무엇으로 메꾸어야 하는지 이것이 저자에게는 길을 떠나는 필연이 된 것임을. 여행은 물음의 빈칸을 한 방울씩 채우는 것이었음을. 나도 저자와 함께 했던 행복한 남프랑스 여행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