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개론 - 초보자 필수 길라잡이
김문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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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건을 보고, 대운으로는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후천적 행보를 보는 것인데 이를 합쳐서 운명이라고 한다.

나는 명리학이라고 하면 점 보는 것을 생각했다. 신년 운세를 보는 토정 비결이나 무슨 보살님에게 물어보는 점 같은 것이 명리학인 줄 알았다. 어느 날 뜬금없이 이과 계열인 아들이 사주를 보고 왔다. 아주 과학적으로 설명을 해주는데 너무 신기하고 이해가 쏙쏙 된다면서 필기까지 열심히 해왔다. 나에게도 알려줬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명리학이란 토정비결처럼 1년의 운세를 점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태어난 사주를 기반으로 개인의 운세뿐 아니라 인간관계, 직업, 건강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과학적이라 아들이 감탄을 연발했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난 생년월일과 시간으로 알 수 있다. 갑자기 아들이 전화가 와서 자기 몇 시에 태어났냐고 물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사주를 보러 간 것이었다. 다만 사주는 일기예보처럼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다 믿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태어났는지를 사주라고 한다 내 운명을 결정하는 네 가지 기동이다. 사주팔자 할 때 팔자는 천간과 지지로 되어 있다. 천간이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10간과 음양과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되어 있다. 지지는 12지와 12간지를 말한다. 12지는 너 무슨 띠야 할 때 그 띠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동물을 말한다. 12간지란 10간과 12지를 더해서 말할 때 쓴다.

참 팔자가 기구하다 라던가 망할 놈의 팔자라고 할 때의 팔자는 사주팔자의 준말이다. 그런데 사람을 보고 사주가 참 좋네요 보다는 관상이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거 같다. 관상을 공부하는 것은 관상학이다. 손금을 공부하면 수상학, 이름 짓는 것을 공부하면 작명학, 내 운치를 공부하면 명리학이다.

이 책은 역학 왕초보를 위해서 아주 체계적으로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한자가 많고 평상시에 접해 볼 수 없었던 분야라서 어렵게 느껴질 뿐이지 조금씩 새로운 단어를 외우듯이 익혀가면 재밌을 것 같다.

역학易學에서의 역자는 바꿀 역易자이다. 무역貿易이라고 쓸 때도 이 역易자를 쓴다. 하지만 역학에서는 단순히 바뀐다는 뜻을 넘어 봄이 오면 여름으로 바뀌고 아침이 오면 저녁이 되고 우주와 우리 인생의 근본 이치를 연구하는 철학이다. 나는 역술가와 점술가가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역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역술가라고 하고 타로카드나 점괘나 드라마에서 보듯이 쌀 같은 기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점을 보는 사람을 점술가라고 한다. 신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무당이라고 한다.

< 명리학 개론>은 음양오행과 육신과 격국으로 되어있다. 음양陰陽하면 단순히 ➖️와 ➕️가 생각난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고 사람도 여자와 남자가 있는 것처럼 우주에는 음과 양의 두 가지 기운이 있다. 옛날에는 그림자 지는 응달과 햇빛이 드는 양달의 단순한 개념이었는데 점차 음양의 기운이 만물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사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음양은 태극기의 빨강 파랑 태극을 생각하면 된다. 이 태극은 음양 운동에 의해 5개의 새로운 성질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5행이다.

태극=음양=목화토금수(오행)

음양이 기질氣質이라면 오행은 음양이 발전하여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오행은 단순히 질뿐 아니라 기를 살피는 것이다. 양의 목화와 음의 금수가 운동하는 것을 오행 운동이라고 한다.

오행五行이란 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과 불 수화水火,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와 쇠인 목금木金, 생활의 기반인 흙, 토土를 말한다. 계절과 색깔로는 물은 겨울 검은색, 불은 여름 붉은색, 나무는 봄 푸른색, 쇠는 가을 흰색, 흙은 중심이고 노란색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오상五常이라고 하는데 인仁은 목木,의 義는 금金, 예禮는 화火, 지智는 수水, 신信은 토土이다.

이 세상은 이렇게 오행의 5가지로 되어있다. 오행 간명론(簡明論)이란 오행으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세상 원리를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2024년이고 간지는 갑진년甲辰年이다. 갑은 오행에서 목木이고, 푸른색이다. 진은 십이지에서 용이고, 오행에서는 토에 해당하며 땅, 봄, 새싹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푸른 용의 해라고 했던 것이다.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의미하는 해이다.

나는 격국格局이란 말이 생소했는데 한마디로 집을 짓는 설계도 같은 것이다. 한 사람의 사주를 분석하여 그 사람의 운명이나 적성 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사주팔자의 큰 틀이라고 한다. 어떤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Mbti를 알면 나 자신과 상대방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듯, 격국을 알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자 읽는 법이 한글로 나와 있지 않은 한자는 네이버 한자사전 앱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책 본문 사진을 찍고 모르는 한자를 손으로 표시하면 알아서 한자의 뜻을 찾아준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내가 역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명리학이 과학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어렵지만 조금씩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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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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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균형이 깨지면 누군가 손해를 보게 되고 그래서 억울하다. 모든 억울함은 정의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원하는 윤리는 정의와 사랑과 자유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나는 한우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값싼 외국산 소고기를 속여 판 것을 알았다. 그 집은 사라졌지만 그때 많이 억울했던 기억이 난다. 양심도 없지 어떻게 그렇게 속여서 팔까. 이때 양심이 뭘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나는 왜 나도 모르게 그 정육점 주인을 양심이 없다고 했을까? 억울해서다. 상도덕을 안 지켰기 때문이다. 공중도덕을 안 지키고 빨간불인데 내 맘대로 운전을 한다면 다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이런 억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다 함께 도덕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윤리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왜 윤리를 지키면서 살아야 할까. 윤리는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해당된다. 윤리는 3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의 윤리는 정의라고 한다. 개인의 윤리는 자유다. 친밀한 관계의 윤리는 사랑이다. 윤리학의 역할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내 인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윤리학은 왜 필요할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틀려서 윤리학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무엇을 윤리라고 생각하는지 다 다르다. 밤에 차도 사람도 하나도 없는데 빨간불에 길을 건너도 될까? 이때 윤리가 필요하다. 나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다면 건너도 된다고 본다. 그런데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견이 대립되고 갈등이 생기고 그러다가 살인이나 전쟁이 나기도 하는 거였다.

이 책은 행동이 망설여지는 순간 스스로 어떤 것이 윤리적인 판단인지 생각해 보고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책이다. 그리고 내가 그 윤리적인 판단을 한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나는 사람과 차들이 없으면 건너도 된다고 본다. 그 판단의 이유는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은 적어도 남들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데 파란불이 되기까지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 혼자 찝찝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내 마음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지만 찝찝할 것 같으면 그냥 신호를 지키면 된다. 그래서 저자는 윤리란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고 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맞건 틀리건 이렇게 이유와 다른 선택지까지 고려해 보게 되었다.

저자는 윤리학을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원제가 생활에서 바로 써먹는 윤리학 정도로 번역이 되는 것을 보면 이 책의 목적을 밝히는듯한 원제도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도 둘 다 제목까지 훌륭한 책이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윤리학 강의를 해온 저자는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그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이 책에 실었다. 강의에 참여한 수만 명의 학생도 이 책의 저자에 포함된다. 이 책을 읽으면 나 또한 이 책의 저자가 된다. 윤리학은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나도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덕이라고 하면 조금 개인적인 느낌이 들고 윤리라고 하면 사회에서 쓰는 말인 것 같다. 도덕이란 내가 잘 살기 위한 것이고, 윤리란 사회가 잘 사는 것일까. 그럼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일까? 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 또한 윤리학이다.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정해진 규칙이나 답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윤리가 생겼다. 말을 하다 이게 맞나? 싶을 때 필요한 것은 문법이다. 행동을 하려다 이래도 되나? 헷갈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윤리학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윤리가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살인, 강도, 뇌물 수수 등 왜 이런 일을 하면 안 될까. 의사가 윤리가 없다면? 수술하다가 피곤하면 환자를 그냥 죽여버리면 된다. 식품 공장 사장이 윤리가 없다면? 유해 물질을 음식에 첨가해서 팔아도 괜찮다. 부실시공으로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났지만 윤리가 없다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윤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군가 나타나서 이 버튼을 누르면 내가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 그 대신 1억을 주겠다면 누르겠는가? 처음에는 공짜인데 무조건 눌러야지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나랑 상관도 없을 텐데. 그러다가 이 책에서 배운 대로 내 기준으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1억을 받으면 돈 쓸 때마다 계속 그 사람 진짜 죽었을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맞겠지? 다른 사람 목숨 값인데 이렇게 써도 되나? 아마 매일 이런 고민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찝찝해서 결국은 다시 돌려주던가 기부를 했을 것 같다. 내 인생을 1억 원에 굳이 스트레스 속으로 몰고 가고 싶진 않다. 그래서 그냥 1억 원 안 받고 버튼 안 누를 것이다.

인생론은 이렇게 살라고 하지만, 윤리학은 이렇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에서는 다른 사람도 누를 수 있으면 결국 돌고 돌아 나도 죽게 된다고 한다. 나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내가 해도 되면 너도 해도 되는 것이다. 그럼 서로가 서로를 죽여도 괜찮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이런 상호성이 윤리학의 기본 원리고, 이렇게 이유를 설명하며 대답할 수 있게 되려고 윤리학을 배운다.

다문화 가정을 하도 우리가 무시하니까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서는 한국인이라고 무시한단다. 우리가 외국인을 차별하면 결국 돌고 돌아 우리도 무시당한다. 내가 널 무시해도 되니까 너도 날 무시해도 되는 거다. 그러니 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이, 아니 언어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고생하니까 더 따듯하게 잘 챙겨줘야 한다. 내가 당신에게 잘하면 언젠가 돌고 돌아 나의 자녀들이 어떤 나라에서 외국인들에게 신세 지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데스 노트>이야기는 나도 재밌게 본 것이라 흥미롭다. <지옥에서 온 판사>도 재밌게 보고 있는데 과연 천벌받아 마땅한 인간은 사람이 못하니 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처단하는 게 옳을까? 주인공 야가미와 강빛나 판사 모두 죄인을 처벌하니 내 속은 후련했다. 그런데 아무런 죄도 없는 경찰관까지 자기의 비밀을 지키려다가 죽이게 된 야가미는 갈수록 좀 지나치다 싶었다. 그리고 강빛나 판사가 살인자에게 그 사람이 한 짓 그대로 겪는 벌을 내리지만 후련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 인간은 나쁜 사람을 벌하는 것보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모습을 보는 걸 더 좋아하나 보다.

정의란 사전을 찾아보니 사회를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나온다. 그래서 나도 죄를 지은 사람을 그 죄에 합당하게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개인이 모인 사회 안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을 정의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균형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신체 균형이 깨져서다. 사회도 균형이 깨지면 병에 걸리는데 이때 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정의다.

원래 내가 한 대 때리면 상대방은 나를 두 대 때린다. 나는 더 화가 나서 네 대 때릴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나를 더 때릴 것이고, 결국은 둘의 싸움이 집안싸움이 되고 집안싸움이 나라 싸움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끝도 없이 계속 싸워야 하니까 사회를 대표하는 법원이 죄와 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판결을 내리는 것임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장기를 기증하지 않고 매매를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서로 동의하면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그럼 인신매매도 원조교제도 서로 동의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뭐든 자유롭게 팔고 사지 못하게 정한 것이 법률이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법이 있는 거구나. 이 책으로 사회를 조금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거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서로의 자유가 성립되려면 남을 상처 입히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제한도 필요하다. 자유라고 해서 사람을 막 죽여도 되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도 된다면 그런 자유는 의미가 없다.

진정한 자유는 나에게로 향하는 적극적인 자유다. 내가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하는 것이다. 제대로 판단을 했다고 해도 그 판단의 이유를 스스로 구체적인 언어로 말하지 못하면 그것은 나다운 판단이 아니라 사회의 기준에 무의식적으로 맞춘 판단일 뿐이다.

나는 지하철 타면 빈자리로 있는 임산부석에 왜 앉으면 안 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없으면 빈자리로 가느니 아무나 앉아도 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에 내가 노약자라면 거기에 누가 앉아 있는데 좀 일어나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렇게 말 못 할 것까지 배려해서 임산부와 노약자석을 비워 놓는 거구나 최초로 이해가 갔다.

이 책을 읽으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윤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되면 왜 되는 거지? 이러고 있다. 특히 내가 너에게 상처를 입혀도 되면 너도 나에게 상처를 입혀도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제까지 나는 너에게 이렇게 해도 되고 너는 나에게 이러면 안 되지라는 식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제일 크게 반성한 점이다.

"윤리학의 역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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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와 입 그리고 코
곽흥렬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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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는 경지에 이를 수 없다.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제대로 미쳐야 일가를 이룬다.

팔방미인이 뭐든지 다 잘한다는 좋은 뜻인 줄 알았는데, 하나라도 깊이 있게 잘 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 반풍수라고 한다. 나는 반푼수의 오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푼수가 아니라 풍수지리설의 풍수다. 반풍수란 풍수지리를 반만 아는 서툰 풍수가를 말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할 때 선은 서툴다는 뜻이다. 반풍수나 선무당이나 어설프다는 뜻. 평생 수필 하나만 고집해온 작가님은 수필에서 일가를 이뤄 내셨다. 반풍수가 아닌 풍수지리 전문가인 지관이 되신 것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 않은 글들을 읽다 보면 제대로 미친다는 말의 뜻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50편의 짧은 수필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곽렬(郭興烈)이다. 곽홍렬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 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손민 선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손흥민(孫興慜)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손흥민 선수님께 죄송.

책 속에는 내가 처음 접하는 예쁜 우리나라 말과 한자어가 수두룩하다. 예전에 <토지> 1권을 읽다가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아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1권에서만 677개가 나왔다. 이 책도 만만치 않았다. 단어를 검색해가면서 읽으니 공부한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그래도 끝부분은 모르는 단어가 별로 없어서 술술 읽힌다.

이 책의 제목은 왜 <눈과 귀와 입 그리고 코>일까? 이 책에 실린 수필 제목도 아니었다. 이 네 가지는 피부와 함께 오감에 속한다. 오감은 우리와 외부 세계를 연결해 준다. 이 눈, 귀, 입, 코를 이 책에서 다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편 한 편의 수필을 통해 인생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삶의 향기도 맡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수필 몇 개를 가져와 본다.

어릴 때 친구들과 위조지폐를 그려서 구멍가게로 갔다. 그 지폐를 받은 주인은 한쪽이 그만 불에 그슬렸다며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반값만 쳐 준다고 했다. 그러고는 과자랑 사탕이랑 빵이랑 이것저것 골라 누런 종이봉지에 하나 가득 담아 주셨다. 그게 지폐가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았을 텐데... 이때의 따듯한 배려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탈옥수 S는 라면 한 개를 훔친 죄가 불씨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고,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평생을 쫓기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이때 그 구멍가게 주인 같은 어른을 만났다면 이들의 삶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구멍가게 사장님의 훈훈한 인정이 거름이 되어 이렇게 아름다운 수필을 쓰는 작가님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벙어리장갑은 언어 장애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고 순화된 말로 부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손 모아 장갑, 엄지 장갑, 주머니 장갑 등이 후보로 나왔는데, 생긴 모양부터 손가락 사랑 표시를 닮았으니 사랑표장갑이라고 부르면 어떠냐고. 정말 벙어리장갑을 두 짝을 모으면 하트 모양이 된다. 앞으로 나도 벙어리장갑을 낄 때마다 사랑표 장갑이라고 불러줘야겠다.

술은 백약의 으뜸, 만병의 근원이다. 그러고 보니 술만큼 평가가 극과 극인 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흥이 많은 민족이어서인지 술에 대해서만은 아주 관대하다. 낮 술을 먹고 당당하게 운전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아직 음주 운전은 죄악이라는 사회적인 인식보다 조금 먹고 운전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더 많다. 낮술 환영, 만취 감사합니라는 문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맥주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무조건 택시를 타자.

음주 운전자 가중처벌 법인 윤창호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변화는 미약하다. 음주 운전을 하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서 너도 나도 술 먹고 운전하는 차들 사진 찍어서 음주 운전을 뿌리뽑게 되었으면 좋겠다. 음주운전 치사는 실수가 아닌 살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술 못 먹는 사람도 그저 먹는 사람과 다를 뿐인데 좀생이 소리 듣지 않고 대접받는 세상이 되기를.

고맙고, 고맙다에서 저자는 수필이라는 말만 나오면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왜 하필 수필이냐고 물으면 '무조건 무조건'이라고 대답할 거라는. 좋아하는데 긴 말은 필요 없고, 그냥 무조건 좋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것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너무 어렵다. 이렇다 할 내 의견도 없고 할 말도 별로 없어서 글쓰기는 외국어 배우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수필을 쓰면서 행복한 작가님이 멋있고 부럽다. 나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참 좋겠다.

유능제강 약능승강柔能制剛 弱能勝強이란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이다. 노자의 스승 '상종'은 임종이 가까워지자 노자에게 내 입안에 무엇이 보이냐고 물었다. 이는 다 빠져 없고 혀만 보인다고 하니 스승이 말한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전부라고.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케 한건 부처님의 자비심이었다.

작가님은 처음 학교에 몸담았을 때 말썽을 피우는 학생에게 부드러움이 아닌 강함으로 회초리부터 들었던 것을 후회한다. 사람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만 앞선 분별없는 처신이었다고. 나는 그 제자분이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아무리 회초리를 들었어도 아이들은 사랑해서 때리는 건지 자기 승질 못 이겨서 때리는 건지 다 알기 때문이다.

<동숙의 노래>는 나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동숙'이 실존 인물인 것은 나도 몰랐다. 동숙은 평생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다 서른이 가까워서야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졸업한다. 그러다 검정고시학원 선생님과 사랑에 빠져 돈까지 모두 그에게 바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은 약혼자가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따져 묻자 선생님은 네가 좋아서 날 따라다녔다며 등을 돌린다. 동숙은 부모에게도 남자에게도 철저하게 이용만 당했다. 배신감이 극에 달한 동숙은 수업 시간에 들어가 선생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동숙은 죄인이 되었지만 아마 선생님은 상처 치료하고 결혼해서 잘 살았을 것이다. 결국 동숙은 돈도 날리고 자기의 인생까지 다 날린 셈이다. 그런데 이때 동숙이 분노를 승화시켰더라면 어땠을까.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을 줄이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게다가 꽃 길까지 깔아줄 테니 밟고 가시란 거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며 용서하는 것만이 진정한 복수가 아니었다 생각해 본다.

장수, 축복일까 재앙일까. 나는 평생 자식들 신세 안 지고 죽을 때까지 먹고살 수 있을 때만 축복인 것 같다. 주위에 보면 요양원비, 실버타운 비, 병원비 등으로 하우스 푸어가 아닌 부모봉양 푸어가 점점 늘고 있다. 요즘은 부모님 실버타운 보내야 효자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모시고 사는 것보다는 돈을 쓰는 게 서로 행복한 것은 사실이니 절약만이 살 길인 듯하다.

진짜 재앙은 모아놓은 돈도 없고 자식도 없고 집도 없어서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아야 하는 건강한 어르신들이다. 그러다가 건강까지 잃으면 더 큰 재앙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1위다. 예전에는 자살률도 1위였는데 정부와 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문제 역시 노인 일자리 창출 등 다 함께 노력한다면 반드시 줄어들 것이다.

초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기 기저귀가 아닌 노인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린다니... 청년 고용도 확대하고, 정부도 지원하고, 사회단체도 지원해서 아이를 낳으면 안 낳은 것보다 혜택이 아주 많아지면 너도 나도 낳지 않을까.

친구에게 산부인과 병원비, 산후조리원, 기저귀와 분유값, 양육비에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다 무료면 너도나도 다 낳지 않겠냐니깐 그 돈 니가 댈꺼냔다.

우리는 한다면 하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직장 어린이집은 물론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게 해서 여성의 경력 단절도 방지해야 한다. 시간제나 재택근무도 활성화시켜 육아를 다 같이 도와야 한다. 다 함께 하면 안 될 일도 된다.

우리 인생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고 소소한 소재들이 이렇게 수필이 되어 추억을 소환했다가 함께 궁금해하기도 했다가 고민도 해보았던 시간. 햇볕 좋은 봄날 소풍 가는 기분이 들게 한 수필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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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견 공두리 - 눈오는날 선물처럼 찾아온 강아기 공두리
김선민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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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어요. 공두리가 행복해 보이는데 왜 복환아찌의 마음속에도 행복이 깃드는지 말이에요.

<위기견 공두리>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감동적인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공장에서 일하는 복환아찌와 공두리. 복환아찌는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날 기계실로 숨어든 새끼 강아지를 발견한다. 집으로 가라고 해도 동그란 털실 뭉치 같은 모습의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기계를 돌리다가 강아지가 잘 돌아갔나 걱정이 돼서 나가봤더니 강아지는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복환아찌는 강아지를 데려와 난로를 켜 주고 함께 공장 안에서 잠이 든다.

공두리는 3번 위기에 처했다. 첫 번째 위기는 개장수에게 끌려갈 뻔한 것을 엄마 개가 구해주었고 두 번째 위기인 얼어 죽을 뻔한 것을 복환 아찌가 구해준 것이다. 마지막 위기는 개장수에게 죽을 뻔한 것을 모두의 힘으로 구해준다.

요즘은 개장수도 없어지고 동물보호법도 강화되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게다가 입양 문화도 확산되는 등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져서 행복하다. 흥부는 박씨를 물고 온 제비 덕에 부자가 되었지만 공두리는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해 준다. 마치 우리 아들 같다.

복환아찌는 어릴 적 집을 떠나 도시로 왔다, 어렵게 익힌 기술로 열심히 돈을 벌어 지금의 공장을 마련한 것이다.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자 헐레벌떡 먹는 모습에 집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의 추웠던 날을 회상한다. 복환아찌가 처음 집을 나왔을 때 갈 곳 없는 복환아찌를 거두어 개떡과 물을 주고 잠자리까지 제공해 준 억수 누나가 생각났던 것이다.

복환아찌의 공장이 있는 동네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동네를 산책하면 고향 생각이 나서 복환아찌는 아예 동네 산책을 그만두고 차로만 이동했다. 그러나 강아지를 품 안에 안고 모처럼 산책을 하면서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푸근함을 느낀다. 강아지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강아지 주인을 찾아주려고 결심을 한 복환아찌는 사방팔방 주인을 찾아 돌아다닌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집은 없었다.

강아지 잃어버린 집을 찾다가 구멍가게에서 쉬고 있는데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이 강아지의 주인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원래 주인은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노부부였다고 한다.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어미 개는 추운 겨울에 혼자 새끼들을 낳았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새끼들은 모두 얼어 죽고 지금 이 강아지 하나만 살아남았다.

어느날 오토바이로 동네를 돌아다니던 개장수에게 어미 개와 함께 납치되었는데 할머니가 도와주어 새끼 강아지는 어디론가 도망갔다. 새끼라서 어딘가에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 있다고 아주 좋아하셨다. 주인이 없는 강아지인 것을 확인한 복환아찌는 개장수 눈에 띄면 잡혀갈게 뻔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복환아찌의 딸 시은이는 아빠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고 공두리, 처음에 이 강아지를 보았을 때 공이 굴러다니는 줄 알았다고 해서 공처럼 동글동글하다고 공두리라고 지었다. 공돌이라고 지으면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비하하는 말처럼 들려서 공두리라고 지은 것 같다.

어미 개가 납치되는 장면은 너무 끔찍했다. 게다가 필사적으로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한 어미 개는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공장에 나타난 유기견인듯한 큰 개까지 거두면서 공두리 친구도 우리 식구라고 말하는 복환아찌의 마음이 너무 따듯하다. 아들 준이는 강아지 동생들이 계속 생기는 거냐며 좋아한다.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이런 공통된 선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읽기만 해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것을 보면.

아들의 결혼식을 며칠 앞둔 복환아찌는 끊어진 전선을 수리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다가 지붕이 주저앉아 떨어진다. 복환아찌는 정신을 잃었다. 강아지 식구들은 무사히 복환아찌를 구할 수 있을까?

동화 같은 책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우리 마음에는 늘 동심이 살아 있나보다. 지금은 유리구슬이 흔해서 아무도 갖고 싶어 하지 않지만 유리구슬을 너무나 갖고 싶어 했던 동생을 나무라지 않고 감싸 주었던 어린 복환아찌 마음도 참 예쁘다. 요즘은 모든 물건들이 너무 흔해서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팔지도 않고 사지도 못하는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착한 마음이 있다. 동물 학대를 보고 분노하고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반려견도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것 같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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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
코디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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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식과 소통은 머리를 쓰는 일이며, 이 책은 우리 머리 안의 논리 세계를 보여주어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 논리가 필요할까? 컴퓨터를 배우거나 수학 공부를 할 때가 아니면 논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으로 논리란 내 스스로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도구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때의 생각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머리로 한다. 생각하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한다. 이 철학의 기본이 논리다. 논리란 한마디로 생각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의 기술(The Art of Thinking)>인 것 같다.

나는 이 책 소개를 읽다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과 글을 쓰는 스킬을 배워 보려고 읽게 되었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거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이 있나?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 이 책을 읽으니 바로 논리적인 독서를 하게 된다거나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을 알게 되니 생각을 할 때 자꾸 왜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늘 뿌연 내 머릿속 안개가 걷힌 느낌이다.

생각의 단위는 단어다. 그래서 논리학에서 쓰이는 단어를 내가 이해한 것만 정리해 보았다.

논리학은 철학은 물론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학문인 인문학과도 관계가 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떻게 생각이 탄생하고 도약하는지를 보여준다. 논리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논리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각의 도구다.

논리를 알면 소통하는 데 유리하다.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듣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의 본질을 알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현재 나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사소하고 작은 문제로 고민한다. 이때 논리력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개념은 단어와 같은 말이다. 논리학에서는 내 머릿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단위를 개념이라고 한다. 나는 '아일릿'을 처음 들어봤다. '아일릿'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나훈아'는 안다. 나훈아에 대해서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가 좋다. 주어는 나이고 술어는 좋다이다. 이렇게 주어와 술어로 된 문장 명제 또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것이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만든 이 문장은 명제가 아니다. 명제는 참인지 거짓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참인데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명제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문장은 명제다. 누가 판단해도 참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려면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것을 대상(object)이라고 한다. 생각이란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들, 엄마 생각,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은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분석명제(Analytic proposition)란 맨 앞에 있는 주어를 분석하는 문장이다. '한국어는 한국 사람의 말이다'에서 한국어란 무엇인지 분석하기만 하면 A=A가 되는 것이다. 주어를 분석하거나 정의하는 문장이다.

종합명제(Synthetic proposition)란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종합(연결) 되었단 뜻이다. '야채값이 폭등했다'에서 야채값을 아무리 분석해도 폭등과는 상관이 없다. 서로 독립된 개념이다. 이런 것을 종합명제 또는 종합판단이라고 한다. 종합은 단순히 2개 이상의 단어를 하나로 연결했다는 뜻밖에 없다.

생각이란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고 이 문장을 명제나 판단이라고 한다. 이런 판단을 할 때 새로운 생각이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생각의 도약이 추론이다. 추론에는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연역법의 대표적인 것이 삼단논법이다. 연역의 한자는 연기할 연(演) 자에 얽힐 역(繹) 자인데 실타래가 얽힌 것을 풀어내는 모습을 나타낸다. 원래 실타래가 있는데 그것을 풀어내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를 만들듯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의미 같다.

귀납의 한자는 돌아갈 귀(歸) 자에 넣을 납(納)이다.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하고 공통된 특징을 찾아 일반적인 결론으로 돌아가서 받아들인다. 즉 오렌지의 모든 종류를 다 관찰한 후, 모든 오렌지는 둥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연역 추론(Inductive Reasoning)은 대전제, 소전제, 결론의 구조를 갖는다. 대전제란 생각의 토대이며, 소전제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도약을 결정한다. 소전제는 지금 여기에서의 판단이다. 추론은 소전제로 시작하며 대전제는 스스로 나서는 게 아니라 소전제를 매개로 나타난다. 우리가 핵심 주장을 할 때 팩트 체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견해 차이나 논쟁의 본질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 대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귀납 추론(Inductive Reasoning)이란 경험에서 어떤 원리를 생각해 내는 추론이다. 연역 추론과 달리 대전제가 없다. 주장하기 위한 추론이 아니라 대전제가 될 만한 원리를 찾는 추론이다.

변증(dialectic)은 한자로 말다툼할 변(辯)에 증거증(證)을 쓴다. 말다툼을 통해 증명하는 것, 상대가 제시한 근거가 대전제와 모순됨을 증명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전제들끼리 우선순위 다툼이 벌어진다. 변증은 기존 대전제에 모순을 일으켜 오류를 발견하는 것이다.

대립되는 대전제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정자로서 유명한 사람이 테스 형, 소크라테스다. 그는 두 견해를 모두 들으며 오류를 함께 발견해서 양비론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대전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변증'이다. 양비론이란 양쪽이 아닐 비(非), 옳지 않다는, 둘 다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대전제를 잘 모르면 함부로 반론하지 말고 그 사람의 대전제를 탐색하면서 조심스럽게 반응해야 한다.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사학(Rhetorica)을 가르쳤다. 수사학의 3요소는 에토스(Ethos / 좋은 태도), 파토스(좋은 심리 / Pathos), 로고스(좋은 논리 / Logos),이다. 좋은 태도는 형식적인 성격을 갖는다. 좋은 심리란 상대방 중심이다. 상대가 짜증 난 상태라면 그 짜증에 공감하는 표현을 하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은 상태라면 그런 심리에 공감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좋은 논리만으로 설득에 성공할 수 없다. 좋은 태도와 좋은 심리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적은 사람들은 생각의 집합이 쓸데없이 크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려 애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그리고 그 낭비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고집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의 크기를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성과는 뛰어나지만 반복되는 인생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기존 지식으로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생각의 집합을 키워야 한다. 생각의 집합이 작은데 거기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강의로 집합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생각 자체는 그대로 두고 생각의 크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책의 본문 사이사이에 있는 부록인 '쉬어가는 논리 여행'은 논리학 Q&A와 논리적인 독서법과 글쓰기, 그리고 논리학이 주도하는 철학의 계보로 되어있다. 나에게는 논리학과 형이상학, 존재론, 윤리학, 경험주의, 인식론, 실존주의, 유물론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은 철학의 계보가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철학 책을 읽을 때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실제 세계에 쓸모가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논리학이 아니다.

우리는 논리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논리적이면 소통을 잘하는 것이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소통을 못하는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타인의 공감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나는 논리적이지 않고 내 느낌으로 말하는 주먹구구 식이여서 늘 설득을 하지 못하고 설득을 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의 말을 좀 더 잘 듣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소통을 잘 해보고 싶다.

♥ 인디캣 책 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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