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견 공두리 - 눈오는날 선물처럼 찾아온 강아기 공두리
김선민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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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어요. 공두리가 행복해 보이는데 왜 복환아찌의 마음속에도 행복이 깃드는지 말이에요.

<위기견 공두리>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감동적인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공장에서 일하는 복환아찌와 공두리. 복환아찌는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날 기계실로 숨어든 새끼 강아지를 발견한다. 집으로 가라고 해도 동그란 털실 뭉치 같은 모습의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기계를 돌리다가 강아지가 잘 돌아갔나 걱정이 돼서 나가봤더니 강아지는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복환아찌는 강아지를 데려와 난로를 켜 주고 함께 공장 안에서 잠이 든다.

공두리는 3번 위기에 처했다. 첫 번째 위기는 개장수에게 끌려갈 뻔한 것을 엄마 개가 구해주었고 두 번째 위기인 얼어 죽을 뻔한 것을 복환 아찌가 구해준 것이다. 마지막 위기는 개장수에게 죽을 뻔한 것을 모두의 힘으로 구해준다.

요즘은 개장수도 없어지고 동물보호법도 강화되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게다가 입양 문화도 확산되는 등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져서 행복하다. 흥부는 박씨를 물고 온 제비 덕에 부자가 되었지만 공두리는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해 준다. 마치 우리 아들 같다.

복환아찌는 어릴 적 집을 떠나 도시로 왔다, 어렵게 익힌 기술로 열심히 돈을 벌어 지금의 공장을 마련한 것이다.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자 헐레벌떡 먹는 모습에 집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의 추웠던 날을 회상한다. 복환아찌가 처음 집을 나왔을 때 갈 곳 없는 복환아찌를 거두어 개떡과 물을 주고 잠자리까지 제공해 준 억수 누나가 생각났던 것이다.

복환아찌의 공장이 있는 동네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동네를 산책하면 고향 생각이 나서 복환아찌는 아예 동네 산책을 그만두고 차로만 이동했다. 그러나 강아지를 품 안에 안고 모처럼 산책을 하면서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푸근함을 느낀다. 강아지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강아지 주인을 찾아주려고 결심을 한 복환아찌는 사방팔방 주인을 찾아 돌아다닌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집은 없었다.

강아지 잃어버린 집을 찾다가 구멍가게에서 쉬고 있는데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이 강아지의 주인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원래 주인은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노부부였다고 한다.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어미 개는 추운 겨울에 혼자 새끼들을 낳았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새끼들은 모두 얼어 죽고 지금 이 강아지 하나만 살아남았다.

어느날 오토바이로 동네를 돌아다니던 개장수에게 어미 개와 함께 납치되었는데 할머니가 도와주어 새끼 강아지는 어디론가 도망갔다. 새끼라서 어딘가에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 있다고 아주 좋아하셨다. 주인이 없는 강아지인 것을 확인한 복환아찌는 개장수 눈에 띄면 잡혀갈게 뻔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복환아찌의 딸 시은이는 아빠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고 공두리, 처음에 이 강아지를 보았을 때 공이 굴러다니는 줄 알았다고 해서 공처럼 동글동글하다고 공두리라고 지었다. 공돌이라고 지으면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비하하는 말처럼 들려서 공두리라고 지은 것 같다.

어미 개가 납치되는 장면은 너무 끔찍했다. 게다가 필사적으로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한 어미 개는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공장에 나타난 유기견인듯한 큰 개까지 거두면서 공두리 친구도 우리 식구라고 말하는 복환아찌의 마음이 너무 따듯하다. 아들 준이는 강아지 동생들이 계속 생기는 거냐며 좋아한다.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이런 공통된 선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읽기만 해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것을 보면.

아들의 결혼식을 며칠 앞둔 복환아찌는 끊어진 전선을 수리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다가 지붕이 주저앉아 떨어진다. 복환아찌는 정신을 잃었다. 강아지 식구들은 무사히 복환아찌를 구할 수 있을까?

동화 같은 책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우리 마음에는 늘 동심이 살아 있나보다. 지금은 유리구슬이 흔해서 아무도 갖고 싶어 하지 않지만 유리구슬을 너무나 갖고 싶어 했던 동생을 나무라지 않고 감싸 주었던 어린 복환아찌 마음도 참 예쁘다. 요즘은 모든 물건들이 너무 흔해서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팔지도 않고 사지도 못하는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착한 마음이 있다. 동물 학대를 보고 분노하고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반려견도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것 같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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