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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톡톡 - 가볍게 두드려 보는
정민경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평점 :
강원도 썰매장 광고 현수막은 'Into the 언 논' 이고 우리는 정민경 작가님의 가이드로 'Into the Unknown(미지의 세계로)' 클래식 여행을 떠나보자.
가볍게 두드려 보는 톡톡, <클래식 톡톡>을 영어로 하면 talk talk, 명사로 수다나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속어라고 한다. 평상시 우리와 친숙한 음악을 통해 클래식에 대해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하듯 아주 쉽게 알려 주는 책이다. 책은 얇지만 엄청나게 많은 클래식 지식이 담겨 있다. 책에 있는 내용만 알아도 클래식 박사!
칸타타 하면 커피 이름인 줄만 알았던 나도 이 책을 통해 칸타타가 좀 작은 규모의 오라토리오인 것을 알았다. 내가 깜놀한 것은 저자의 블로그에 이 책에 소개한 모든 곡이 있다는 점이다. 언제 이 많은 곡을 담아 놓으셨는지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추천 음악 영상 QR코드로 클래식 톡톡 뮤직룸에서 바로 들을 수 있다.
태교 음악의 대명사 모차르트! 그런데, <썰매 타기>라는 곡은 처음 들어본다. 크리스마스 때 들으면 색다르고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해 주는 곡들은 다 좋다. 조금 더 알고 가기 노트로 작곡가와 악곡의 형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해설과 함께 들으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을 때보다 작곡가들이 어떤 상황에서 이런 곡을 작곡하게 되었는지 스토리가 생각나면서 멜로디가 훨씬 가까이 다가온다.
GATE A부터 E까지 총 5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GATE A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지와 유명한 클래식을 소개한다.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때 에티켓도 알려준다. 뭐 입고 갈지, 박수는 언제 치는지, 인증샷은 언제 찍을 수 있는지, 기침도 하면 안 된다는 것과 극장처럼 음료수 반입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콘서트 예매할 때 피 튀기는 티켓팅을 줄여 '피켓팅'이라고 하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나는 브라보(Bravo)만 아는데, 이것은 남성 뮤지션 한 명에게 보내는 경우고, 여성 뮤지션 한 명에게 보내는 경우는 브라바(Brava), 남성 중창이나 남녀 혼성일 경우는 브라비(Bravi), 여성 중창일 경우는 '브라베(Brave)'라고 외친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멜로디가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의 노래'였다. 나도 모르게 이런 게 전부 클래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언가(無言歌, Songs without words)란 말 그대로 가사 없는 노래라는 뜻인데 그냥 연주곡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조금 더 시적인 연주음악이다. 음악 자체로 기분을 표현한다. 악기들이 노래를 하는 무언가.
세탁 다 되었다는 소리는 슈베르트의 <송어>. 너무도 친숙한 곡이어서 클래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띠로리~'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였다.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도입부 부분의 멜로디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을 샘플링 한 것으로 이 곡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라는 작품의 4악장 도입 부분이다. 우리에게는 <신세계 교향곡>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드보르작은 증기기관차의 발차 소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블랙핑크의 <셧다운> 도입부 음악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중 '종소리 같은 론도(Rondeau a la Clochette)'인데, <라 캄파넬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신화의 T.O.P.(Twinkle Of Paradise)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에서 '정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첫 곡을 차용한 곡이다. 왕자 지크프리트가 호숫가에서 춤추는 백조를 만나게 될 때의 음악이다.
넷플에서 볼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대만 영화 남자 주인공 '샹룬'이 라이벌 '첨우호'와 피아노 배틀 장면에서 연주한 곡은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의 에튀드 Opus. 10번 '흑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곡이다. 에튀드는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고 연습 곡이라는 뜻이었음.
<오징어 게임>에서 아침을 깨우는 나팔소리는 트럼펫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이름인 줄 알았더니 김, 이, 박 같은 성씨였다. 두 번의 결혼으로 스무 명의 자녀를 낳았고, 가족들을 위해 가정 음악회도 자주 열었다고 한다. 책에는 <클라비어 평균율 곡집>을 소개하는데 이 음악을 다 들으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린다.
GATE B에서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을 소개한다. 계절하면 생각나는 것이 지하철 탈 때 듣는 비발디 <사계> 중 '봄'이다. 그런데 비발디가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 계절마다 소네트를 붙였다고 한다. 사계를 들으면 정말 그 계절이 느껴지는 듯하다. 비발디의 사계 외에도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와 차이코프스키의 12달로 나눈 <사계>도 있다. 책에는 이 작품과 함께 잡지에 실렸던 시의 구절도 실려 있다.
슈만의 '봄'이라는 제목의 <교향곡 1번>,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본 윌리엄스의 <바다 교향곡>, 이름도 어려운 세르게예비치 프로코피예프의 <가을 스케치>, 구스타프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2악장 가을에 고독한 자, 드미트리 쇼스타고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리스트의 <눈 치우기>등 계절 별로 듣기 좋은 음악을 구성했다.
GATE C는 휴식이 필요할 때 듣는 클래식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하면서 듣기 좋은 곡, 명상할 때 듣기 좋은 곡, 푸른 초원이 생각나는 곡, 잠잘 때 들으면 좋은 곡을 소개한다. 에드바르 하게루프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제1모음곡의 제1곡인 <아침의 기분>, 앙드레 가뇽의 <바다 위의 피아노>, 바흐의 <커피 칸타타>, 헨델의 <달콤한 시간에>, 샤를 카미유 생상스의 <백조>, 쥘 에밀 프레데리크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 등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GATE D는 사랑이 느껴지는 클래식이다.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 슈베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세레나데>, 프리츠 크라이슬러와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 리스트의 <사랑의 꿈>, 슈만의 <로망스>,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가정 교향곡>, 자코모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GATE E는 스트레스받을 때 듣는 클래식이다. 나는 클럽 음악을 좋아하는데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에서의 밤>을 들으니 클럽 음악 저리 가라다. 클래식에 이런 강렬한 음악이 있을 줄이야. 정말 신세계다. 장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는 비장하고 격정적이며 힘찬 에너지가 느껴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도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신났다.
살 빠지는 음악이 뭔가 했더니 식사할 때 느린 음악이나 낯선 음악을 들으면 천천히 먹게 된다는 뜻에서 살 빠지는 음악이라고 한 것이다. <라르고>, <바로크 오보에 소나타>, <거북이> 외에도 낯선 클래식을 들으며 식사를 해 보자. 그 밖에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는 곡과 우주를 음악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모음곡>으로 클래식 세계로의 여행이 끝난다.
생각보다 내가 아는 클래식이 너무 많았다. 다만 작곡가와 제목을 몰랐을 뿐이다. 이 책으로 내가 아는 음악에 작곡가와 제목을 말하면 나도 클래식 전문가로 오해받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최고의 클래식 가이드북이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627/pimg_791333153434029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