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발간 기금 사업 선정
김경순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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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다. 돌아갈 수는 없어도 지금 내 삶이 이렇게 빛나는 것은 그동안의 하루들이 모여 소중한 결실이 되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마치 또 다른 인생을 만나 본 기분이다.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은 이 책의 마지막 수필 제목이자 책 제목이기도 하다. 나도 작가님의 외갓집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이 책으로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우리나라 말에 이렇게 예쁜 말이 있었나? 이런 꽃이 있었나? 동네 이름도 생소하고 자연과 어우러진 예쁜 카페와 맛집, 그리고 다양한 축제와 사람들 이야기가 문자만으로 이렇게 친숙하게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울자울, 어마지두, 달뜨다, 내남없이, 세신사, 눅잦히다, 은사시나무, 윤슬, 수나롭다, 능놀다, 어우렁 더우렁, 겯고틀기, 옹글다, 봉당, 알짬, 틀거지... 꽃이름은 제외하고라도 이렇게 생소한 말들이 전부 우리나라 말이라니 내가 한국어는 잘한다고 하기가 무색해진다. 은사시나무는 검색해서 사진을 보니 나무가 온통 은빛으로 반짝여서 천상의 나무 같았다.


이 책에 나온 음성은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더니,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이런 곳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다. 나는 서울이 고향인데다가 부모님이 이북 분이라 외갓집이 없다. 어린 시절 추억은 엄마랑 약수터 간 것 정도다. 작가님의 어머니가 가슴에 사과 하나를 품고 기차역에서 큰오빠를 기다리는 풍경은 영화 속 장면같았다. 이런 추억과 자연이 지금의 작가님을 길러 낸 것이 아닐까. 음성에 가면 누구나 작가와 시인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강원 상회 할아버지가 시끄럽게 짖어 대는 견공 청이에게 "그놈 참, 집 잘 지키네."라는 말을 할 때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애완견 소음 때문에 강아지 성대 수술도 하는데, 시끄럽다가 아니라 집을 잘 지킨다고 칭찬을 한다. 하물며 동물도 칭찬을 받으면 춤을 추는데 나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칭찬이나 해줘야겠다.


저자는 충주에 있는 여자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2년도 채 안 돼 고향인 음성으로 내려왔다. 복잡한 서울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사람에게 고향이란 참 중요한 것 같다.


음성군에서도 아기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기를 편하게 기를 수 있고, 자녀 교육이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것이 어디 음성군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계절의 변화를 장날에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나도 옛날 집 근처에 방림 시장이 있어서 엄마랑 신발도 사고 문구점에도 갔었는데 시장에서는 계절을 느낄 수는 없었다. 장날에 온갖 모종이 다 나와서 작은 텃밭과 드넓은 밭에 심어지다니 너무 평화로운 느낌이다. 요새는 마트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사시사철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계절은 바깥 온도로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빨간 코 김장수 아저씨와 사계절 내내 언제나 당신이 만드신 장아찌와 산나물, 묵나물을 파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는 말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은 또다시 가야 하듯 사람도 계절처럼 돌고 도는 것은 아닌가 싶다. 불교의 윤회설도 계절을 보면 틀린말도 아닌것 같다. 


오정동 동네 입구에 큰 다리가 있었는데 아침이면 개들의 사체가 다리 난간에 매달려 있어 그 모습이 끔찍했다는 이야기에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일명 개천여고라고 불리던 학교를 나왔는데 그때 개천 변에 나타난다는 바바리맨 때문에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보신탕 집 개의 사체나 바바리맨이나 지금은 다 추억 속 무서웠던 추억으로만 남아있지만.


폐교된 초등학교를 캠핑장으로 개발한 것도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흉물로 남아 있는 초등학교가 아이들도 뛰놀고 캠핑도 하고 낚시도 하는 가족 여행지가 되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은행나무,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나무, 향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고, 어른들도 추억은 소환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도 기회가 되면 가족 여행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음성에는 저수지가 많다고 한다. 삼 형제 저수지 중 하나인 백야 저수지는 바다에 온 듯 넓고 저수지 좌우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펜션을 하나 빌려서 아침에 산책을 하면 한 폭의 풍경화가 될 것 같다. 칡덩굴의 배웅을 받으며 둘레길을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이든 연인이든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흔행이 고개는 역말에서 신천리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고개인데 지금은 이 고개가 큰 대로변으로 바뀌어 옛날의 흔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괴담이나 흉가를 체험하는 방송에서 흔행이 고개가 나온다고. 그 고개는 근처의 덕생 고개. 예전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던 산길인데 밤중에 촬영을 하니 귀신이 나올듯하지만 흔행이 고개가 아니다. 흔행이 고개는 먼 추억 속에서 어린 소녀가 엄마와 장터를 가기 위해 넘었던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고개이므로 저자는 이 고개가 가십거리로 세상의 바다에서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음성에서도 커피가 생산되다니 깜짝 놀랐다. 또한 품바 축제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요즘 음성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고. 특히 세계 피아노 연주의 거장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한 백건우, 조수미, 금난새 등과 같은 세계적인 유명 예술인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연극과 음악회까지 음성 문화예술회관에서도 열린다고 하니 나도 너무 부럽다.


특히 썰매타기 추억은 눈썰매도 타 본적이 없는 나에게는 가장 멋진 추억이다. 비료 포대에 지푸라기를 욱여 넣어서 돌부리나 뾰족한 나뭇가지로부터 엉덩이를 지켜내는 썰매를 만들어서 탔다고 한다. 게다가 무덤 주위의 나무 그늘에서 놀고 썰매로 무덤까지 타고 놀았다고 하니, 무덤이 귀신 나오는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조금 덜 무서운 곳으로 바뀌었다. 


세월도 사람도 흘러가지만 오래된 추억은 추억하는 사람의 가슴속에 남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님의 바람대로, 이 책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에게 따듯하게 스며들기를, 그리하여 주술처럼 영혼의 안식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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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 1부 下 - 영광된 미래의 초석 개벽
박모은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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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게 덤인 것을 무엇을 초조해하는가. 이왕 죽을 거 대한민국 국회의원답게, 이서경답게 죽자. 

이 책은 3부로 된 한국 판타지 소설이다. 전체 3부로 된 이 책은 1부 상하 권으로 구성되었다. 1부는 인간계, 2부는 신계, 3부는 질서의 재편이다. 나는 1부 인간계에서 -영광된 미래의 초석을 읽었다.

하권은 김무영이 엄마와 함께 미국 워싱턴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간판이 중요하니 미국 유학을 시키려 하고 무영은 이런 논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엄마는 결국 아들의 판단을 믿겠다고 캠퍼스 투어는 포기한다. 잠시 엄마랑 성진 스님과 들린 카페에서 수호신을 통해 아랍인들의 말을 번역기 없이 해석하는 장면이 신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사에서 '세계 음식 박람회'를 개최하는 날 아랍권 괴한 4명이 컨트롤 타워 경비원을 죽이고 진입에 성공해서 3개의 캐비닛을 열고 작은 상자를 얻는다. 그리고 3명은 죽고 작은 상자를 가지고 나온 아랍인은 우주선 모형 전시관으로 몸을 숨긴다. 작은 상자 안에 있던 병을 열어서 병이 제 기능을 못 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병은 변기 뒤에 버리고 체포되는데 묘사가 박진감 있고 리얼해서 상 권과는 달리 영화를 보듯 가슴이 콩콩거렸다. 


성진 스님과 무영은 다시 화장실로 가서 뚜껑이 열린 둥근 병을 회수한다. 햇빛에 반사된 검은색이 붉은색을 띠기도 하고 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랍계 괴한들 덕분에 얻게 된 엄청난 소득이었다. 책에서는 이것을 병이나 단지 또는 항아리로 표현하는데 단지는 좀 큰 느낌이 들어서 나는 단지를 병으로 통일해서 쓰겠다. 


컨트롤 타워를 바라보던 윤검군과 서금화는 침입자들과 한 패거리라고 오해받아 경비실 감옥에 갇힌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가능해서 시민들도 경찰에게 총질을 해 대는 경우가 있어 경찰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한다. 


경비실 감옥에 갇힌 윤검군과 서금화는 옆에 총상을 입고 들어온 아랍계 괴한에게 그 불사조가 그려진 검붉은 병에 대한 전설을 듣는다. 알렉산더 대왕이 무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33세에 죽고, 알렉산더의 이야기를 들었던 로마인이 그 병을 훔쳐 로마로 가져가서 로마제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다는 전설이었다. 그 이후 이 병은 영국으로 은밀히 옮겨졌고 세계의 패권은 영국으로 흘러간다.


영국에는 석공(메이슨) 조합인 프리메이슨이 생겼는데 가톨릭교회로부터 탄압을 받자 지하단체가 되었다. 그 간부 중 하나가 일루미나티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든다. 미국이 건국하고 자리를 잡을 때 일루미나티는 영국에 있던 검붉은 병을 빼내 미국으로 옮긴다. 일루미나티가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자, 당시 나사의 최고 수장이 일루미나티여서 그 검붉은 병을 자신이 일하는 나사 건물 지하로 옮기고 지킨 것이다. 


이것을 아랍계 괴한이 훔치고 잡힐 것 같자  화장실에 둔 것을 무영과 성진 스님이 가지고 나와 한국으로  온 것이다. 이서경 의원과 셋이서 산에 이 검붉은 병에 좋은 기를 담아 묻었다. 미국은 이 병을 찾기 위해 먼저 화장실에서 이 병을 소매에 숨겨 가지고 나온 성진 스님을 데려다 고문한다. 하지만 스님은 발설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다. 스님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서경 의원은 비서 이경수를 시켜 윤검군 이사 와 서금화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키려다 교통사고가 나고 비서까지 모두 평택 미군 기지 안으로 사라진다.


결국 비서만 살아나오고 주인공까지 5명이 모두 죽게 된다. 그 과정이 리얼하게 책 속에 묘사되어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보면 엄청 긴장되고 빨리 다음 편을 보고 싶어질 것 같다. 특히 주인공 김무영은 명상을 하던 중에 빛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그것이 신계인 것 같다.


이제 2부에서는 신계에서 김무영의 활약이 펼쳐질 것 같고, 3부에서 개벽이 일어나 전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와 같은 신세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2부와 3부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신계에서 이 5명이 꼭 다시 만날 것 같다. 빨리 2부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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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 1부 上 - 영광된 미래의 초석 개벽
박모은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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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게 덤인 것을 무엇을 초조해하는가. 이왕 죽을 거 대한민국 국회의원답게, 이서경답게 죽자. 무영에게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라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국회를 바리케이드 삼아 안전을 보장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된 한국 판타지 소설이다. 전체 3부로 된 이 책은 1부 상하 권으로 구성되었다. 1부는 인간계, 2부는 신계, 3부는 질서의 재편이다. 나는 1부 인간계에서 -영광된 미래의 초석을 읽었다.


상권의 첫 부분 '인연'에서만 과거의 일이 나온다. 과거에 엄청난 도력을 가졌던 최풍헌이 현세에 김무영으로 환생한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총명한 무영은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자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전생에 사명당이었던 윤검군을 만나게 된다. 그를 통해 역사를 가르치는 북창 정렴 서금화 선생을 만나 단전호흡과 명상을 해보라는 권고를 듣고  혼자 수련을 시작한다.


상 권에서는 김무영의 출중함과 수련하는 과정이 재밌었고 하 권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죽음까지 가는 과정이 숨 막히게 재밌었다.


윤검군은 전생에 진묵 대사였던 성진 스님과 율곡 이이의 환생인 이서경 국회의원에게 무영을 소개한다. 서금화만 빼고 임진란에 조선 땅에 태어나 한 시대의 어려움을 겪었던 인재들이 400여 년 세월을 건너뛰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풍헌 최 씨의 환생인 김무영이 15세라 어려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길어지면 최풍헌의 환생인 김무영이 마지막까지 남아 일을 한다는 점에서 다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무영은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자 귀신을 보게 되었고, 자신을 지켜 주고 있는 7명의 수호신으로부터 앞으로 할 일이 세계의 기운을 한반도에 가져오는 것임을 듣는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기운의 정수를 가져와야 한다. 일루미나티라는 단체가 천지의 기운이 봉해진 단지를 미국 워싱턴의 나사 본부에 봉해 놓았는데, 그것을 우리 땅에 봉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의 큰 혼란 때 한반도가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예언이 그 천지의 기운을 옮겼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무영이 신들을 부려 단지의 위치를 알아냈다. 단지는 나사 컨트롤타워 지하에 있는 세계 캐비닛 중 하나에 있다. 상(上) 권의 이야기는 무영이 더 높은 도력을 위해 깊은 명상 속에서 짐승과 귀신들과 싸워 이기는 이야기로 끝난다. 명상을 하면 온갖 잡생각이 다 나는데, 이 소설은 비유로 그것을 표현한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서 황당한 이야기들뿐일 줄 알았더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라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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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건을 성사한 컨설턴트가 쓴 개원입지 - 수도권 개원지를 중심으로
구자현 지음 / 대한병원컨설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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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면 별로인데, 자꾸 보면 끌리는 곳이 있다. 100점짜리 입지는 없다. 100점 입지로 만들어야 한다.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개원의 성공과 실패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실례를 통해 입지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개원 입지 지식과 실질적인 팁을 얻을 수 있다.

이 책 <200여 건을 성사한 컨설턴트가 쓴 개원입지>(부제 : 수도권 개원지를 중심으로>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긴 기간 동안 저자가 직접 경험했거나 보고 들은 개원 입지와 관련한 지식, 노하우와 다양한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1995년부터 올해로 30년째 되는 개원 입지 분야의 컨설팅 전문가이다. 개원 예정인 의사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개원 지를 특정한 다음 최근 개원 현황을 실었다.

1장에서는 최근 2년간 수도권에서 개원한 의원 개원 현황 분석과 개원 경향을 진료 유형 별, 개설과 별 등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한다. 향후 5년간의 개원 환경과 전망도 다루었지만 저자의 주장이 독자님 의견과 다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우므로 널리 혜량하여 주기를 당부한다.

2장은 저자가 50권 정도의 상권 분석에 관한 책과 개원서들을 참고하여 정리한 이론, 원리 편이다. 개원 입지, 병원 상권과 입지의 특성, 고객 심리, 원장의 심리와 법률적, 행정적 분야를 다룬다. 특히 의료 수가의 이해와 적용에는 2024년부터 시행되는 제도 등 개원에 필요한 수가, 진료비 관련 내용도 실려 있다.

3장은 사례, 실전 편이다. 최근의 개원 사례부터 과거의 사례까지 총 32개의 사례가 나온다. 각 사례별로 경영학적 이론과 관련 통계 자료 등의 주석이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독자도 함께 병기된 주소로 따라서 평가해 보기를 권한다.

앞으로 대학병원의 분원들이 생기게 되면 지역 개원은 자연히 억제될 것이다. 나 같아도 대학병원으로 가지 작은 의원으로 갈 것 같진 않다. 개원시장은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현재 최대 이슈인 '의대 정원' 문제가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저자는 최근 개원한 병원들 중에 지역 경쟁이 심해서 고전하는 병원들이 많아서 2022년도와 같은 개원 열풍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 책에서는 상권과 진료권을 하나의 의미로 '병원 상권'이라고 부른다. 병원은 한번 자리 잡으면 바꾸기가 어려우므로, 상권 전체가 번성하는 상권인지 쇠퇴기 상권인지, 이동하는 상권인지를 파악하고 입지를 정해야 장기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즉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봐야 하는데 이 순서가 바뀌어 실패한 병원들이 많다.

1차 병원인 의원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업이다. 소매업은 장소가 중요하므로 입지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병원 입지는 방문 병원을 정해 놓고 출발하는 목적 구매형 업종이므로 소매업 입지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것을 주택지 상권, 단지 상가와 근린 상가, 신도시와 택지 개발 지구, 오피스 상권, 지식산업센터 지원 상가 등으로 나누어서 분석해 본다.

상권분석의 핵심은 심리분석이다. 병원 대기실에 대기 환자가 많으면 병원이 유명한 줄 알고 다른 병원으로 안 가고 기다리는 것, 서비스의 가치가 클수록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것, 고객들은 불편함을 참지 못하므로 주차시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3 대 33법칙이 재밌었다. 만족하면 3명에게 말하지만 불만족스러우면 33명에게 소문을 낸다는 법칙이다.

다양한 멘붕 사례도 소개한다. 병원 인테리어를 끝내고, 보건소 신청 과정에서 불법 건축물로 연락을 받거나, 개원 전단지 광고를 했는데 누군가 의료광고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라고 보건소에 신고해서 연락이 오거나, 겨울에 개원했는데 여름이 되니 가로수가 병원 간판과 창문을 덮어 보이지 않는 경우, 1달 이상 진료를 시작하지 못해 보건소에서 진료 개시 독촉 전화가 왔을 때와 같은 일들도 많다.

입지 찾기의 첫걸음은 온라인 검색이다. 이 책에서는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각 사이트별 입지 검색 강약점을 비교해 준다. 계약 관련 주요 이슈인 위반 건축물, 건물 용도 문제, 동일 진료과 금지 이슈, 약국 개설 문제, 지원금 이슈, 양도와 양수 계약 시 검토 사항들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약국은 병원과 같은 층에 오픈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상가 임대차법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약자이다.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것으로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하며, 정부에서 정하는 보증금액 범위 내에서 적용된다. 보증금액은 지역별로 다른데, 서울은 9억 원 그 밖의 지역은 3억 7천만 원이다.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선도자의 법칙의 예로, 서울 W 내과 평택 고덕점, 개원 2년 만에 3인 진료로 성장한 오블리브 의원을 든다. 그 밖에 잘 되는 병원의 예로 실력 있는 의사가 부천시에 대규모 이비인후과를 개설해서 소규모 이비인후과와 차별화한 것, 똑딱 예약 접수와 키오스크 등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병원 등 빠르게 병원이 자리를 잡고 성장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입지가 절대적임을 알려준다.

그 밖에 양수 개원의 유형별 사례, 유명했던 자리로 이전하여 더 성장한 한의원, 장수 병원 탄생 스토리, 다양한 개원 실패 사례들, 인상 깊은 컨설팅 사례들, 쇠퇴기 상권에 개원한 대형 정형외과의 예가 나온다. 부록으로 2022년과 2023년에 개원한 수도권 병의원 명부를 실었다. 병원이나 의원을 개원하실 분들에게 개원 입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개원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는 이 책은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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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부정수급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이관수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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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정수급자가 몰랐다고 호소한다. 노동부 수사관은 모르는 것도 죄고, 과실도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통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사전 점검과 예방, 부정수급 지도 개선을 통한 사회 안정망 구축의 실효성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 


최근 시럽(syrup)급여로 샤넬 산다는 말이 있어서 이게 뭔 말인가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실업급여를 받아 해외여행까지 가는 등 부정 수급이 어떻게 가능한지, 왜 부정수급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이 책 <노동부 부정수급 예방 및 대응 매뉴얼>에서는 노동부 부정수급에 대한 고용보험 심사 및 재심사 주요 결정례를 통해 적절한 대응조치에 대해 알아보고 부정수급의 예방 및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특히 직장인과 육아휴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정서에 주문이라는 말이 꼭 나온다. 나도 법정 드라마에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은 모르고 치킨 주문할 때 주문인가? 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결론을 주문(主文)이라고 한다. 주인 주자니까 주인이 되는 문장, 즉 법률 판결의 결론 부분으로, 선고할 때 이 부분은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 


먼저 <노동부 부정수급>이라는 말부터 알아보자. 우리나라 정부 조직 중 중앙 행정기관은 부, 처, 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국방부,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같은 '부' 중에 고용 노동부가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2010년부터 고용 노동부로 바뀌었는데 저자는 줄여서 노동부라고 한 것 같다. 


고용 노동부란 중앙 행정 기관의 하나로 고용 정책, 고용 보험, 직업 능력 개발 훈련, 근로 조건의 기준, 근로자의 복지 후생, 노사 관계 조정, 산업 안전 보건 등에 관한 사무를 맡아본다.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 부정수급 신고도 받는다. 그러면 고용보험은 또 뭔가? 고용보험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보험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이다. 


부정수급이란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데, 받았다는 말이다. 수급(受받을수/ 給줄급)이란 급여 등을 받는다는 뜻이다. 만약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되지 않는데, 서류를 조작하거나, 절차를 어기고 실업급여를 받으면 실업급여 부정수급이라고 말한다. 실업급여, 육아휴직 급여, 고용 장려금, 직업 능력 개발훈련비 등 고용보험 각종 급여와 지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으면 부정수급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부정수급의 개념 : 노동부 실업급여, 청년 일자리 지원금, 신중년 일자리 지원금 및 육아 휴직 급여 지원 등 모든 지원액에 대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신청한 경우 (p.141)


이 책은 고용보험 심사 재심사 주요 결정례, 주요 관계 법령, 부정수급의 개념 및 유형, 부정수급 관련 판례 및 쟁점, 유아휴직 급여 등의 부정수급 처리 기준, 부정수급 예방 및 형사처벌, 고용보험 심사 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고용보험 심사 재심사 주요 결정례에는 5가지 사례가 나온다. 첫 번째 육아 휴직 기간 중 사장의 업무요청에 응하였으나 부정수급이 아니라고 본 사례를 예로 살펴보자. 먼저 결정서가 나오고, 사건 개요,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주장, 쟁점, 심사자료, 그리고 저자인 이관수 노무사 팁이 실려있다. 마지막으로 관계 법령과 관련 사실에 대한 인정 그리고 판단에 의한 사실인정 및 판단이 실려있다. 


교회의 목사로 취임한 것은 실업 인정 시 신고해야 할 취업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지인의 부탁으로 2일간 대가 없이 도와준 것일 뿐 고용보험 법령상 취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 조기 복직으로 육아휴직 사용기간이 당초 신고 기간과 달리 된 경우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동원하여 육아휴직 급여를 수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마지막으로 부정수급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신고하였다면 자진신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이 5가지 사례만 읽어봐도 부정수급에 대한 개념과 낯선 용어들이 조금씩 익숙해진다. 내가 먼저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주요 관계 법령은 고용보험법 벌칙, 취업의 인정 기준, 이직 사유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고용 유지 지원금의 지급 대상, 반환명령, 육아휴직 급여, 구직급여의 반환, 보조금 반환명령 사실 통보 등에 관해 나와있다. 그리고 부당이득의 예와 처리 대상 사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의 정의 등이 나온다. 특히 2019년 형사처벌 강화 이후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모한 부정수급인 경우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고용보험법은 부정수급의 정의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고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행위 유형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부 고용보험수사관은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무조건 검찰 송치를 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부정수급은 제보, IP 적발, 4대보험, 사업소득 신고, 임금체불 노동부 신고 시 중복, 전수조사 및 컨설팅 업체 적발로 조사한다. 나는 신고하지 않으면 부정수급이 되는 사항에서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하는 것, 아는 사람들의 일을 무료로 도와주는 경우도 근로 사실을 신고해야 하고, 실업인정 시 번역료, 수수료, 프리랜서 활동 소득, 강사료 등도 모두 신고해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아휴직의 지급액, 출산 전후 휴가, 청년 실업자와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 취업지원 제도 수급자격 등도 자세하게 나와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단기로 일하고 실업급여를 타면 일했을 때보다 더 많이 받는데 해외여행 간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강화되어 이렇게 악용하는 사람을 구속한다고 하니 해외여행 가려고 꼼수 부리다가 감빵가지 않길 바란다. 저자는 처벌보다는 사전에 실업급여 신청 단계부터 엄격한 심사를 해서 부정수급을 예방하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몰랐어요'로 억울하게 당하지 않게 이 매뉴얼을 숙지하자.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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