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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
코디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10월
평점 :
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식과 소통은 머리를 쓰는 일이며, 이 책은 우리 머리 안의 논리 세계를 보여주어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 논리가 필요할까? 컴퓨터를 배우거나 수학 공부를 할 때가 아니면 논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으로 논리란 내 스스로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도구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때의 생각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머리로 한다. 생각하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한다. 이 철학의 기본이 논리다. 논리란 한마디로 생각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의 기술(The Art of Thinking)>인 것 같다.
나는 이 책 소개를 읽다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과 글을 쓰는 스킬을 배워 보려고 읽게 되었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거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이 있나?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 이 책을 읽으니 바로 논리적인 독서를 하게 된다거나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을 알게 되니 생각을 할 때 자꾸 왜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늘 뿌연 내 머릿속 안개가 걷힌 느낌이다.
생각의 단위는 단어다. 그래서 논리학에서 쓰이는 단어를 내가 이해한 것만 정리해 보았다.
논리학은 철학은 물론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학문인 인문학과도 관계가 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떻게 생각이 탄생하고 도약하는지를 보여준다. 논리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논리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각의 도구다.
논리를 알면 소통하는 데 유리하다.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듣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의 본질을 알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현재 나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사소하고 작은 문제로 고민한다. 이때 논리력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개념은 단어와 같은 말이다. 논리학에서는 내 머릿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단위를 개념이라고 한다. 나는 '아일릿'을 처음 들어봤다. '아일릿'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나훈아'는 안다. 나훈아에 대해서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가 좋다. 주어는 나이고 술어는 좋다이다. 이렇게 주어와 술어로 된 문장을 명제 또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것이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만든 이 문장은 명제가 아니다. 명제는 참인지 거짓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참인데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명제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문장은 명제다. 누가 판단해도 참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려면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것을 대상(object)이라고 한다. 생각이란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들, 엄마 생각,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은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분석명제(Analytic proposition)란 맨 앞에 있는 주어를 분석하는 문장이다. '한국어는 한국 사람의 말이다'에서 한국어란 무엇인지 분석하기만 하면 A=A가 되는 것이다. 주어를 분석하거나 정의하는 문장이다.
종합명제(Synthetic proposition)란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종합(연결) 되었단 뜻이다. '야채값이 폭등했다'에서 야채값을 아무리 분석해도 폭등과는 상관이 없다. 서로 독립된 개념이다. 이런 것을 종합명제 또는 종합판단이라고 한다. 종합은 단순히 2개 이상의 단어를 하나로 연결했다는 뜻밖에 없다.
생각이란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고 이 문장을 명제나 판단이라고 한다. 이런 판단을 할 때 새로운 생각이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생각의 도약이 추론이다. 추론에는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연역법의 대표적인 것이 삼단논법이다. 연역의 한자는 연기할 연(演) 자에 얽힐 역(繹) 자인데 실타래가 얽힌 것을 풀어내는 모습을 나타낸다. 원래 실타래가 있는데 그것을 풀어내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를 만들듯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의미 같다.
귀납의 한자는 돌아갈 귀(歸) 자에 넣을 납(納)이다.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하고 공통된 특징을 찾아 일반적인 결론으로 돌아가서 받아들인다. 즉 오렌지의 모든 종류를 다 관찰한 후, 모든 오렌지는 둥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연역 추론(Inductive Reasoning)은 대전제, 소전제, 결론의 구조를 갖는다. 대전제란 생각의 토대이며, 소전제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도약을 결정한다. 소전제는 지금 여기에서의 판단이다. 추론은 소전제로 시작하며 대전제는 스스로 나서는 게 아니라 소전제를 매개로 나타난다. 우리가 핵심 주장을 할 때 팩트 체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견해 차이나 논쟁의 본질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 대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귀납 추론(Inductive Reasoning)이란 경험에서 어떤 원리를 생각해 내는 추론이다. 연역 추론과 달리 대전제가 없다. 주장하기 위한 추론이 아니라 대전제가 될 만한 원리를 찾는 추론이다.
변증(dialectic)은 한자로 말다툼할 변(辯)에 증거증(證)을 쓴다. 말다툼을 통해 증명하는 것, 상대가 제시한 근거가 대전제와 모순됨을 증명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전제들끼리 우선순위 다툼이 벌어진다. 변증은 기존 대전제에 모순을 일으켜 오류를 발견하는 것이다.
대립되는 대전제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정자로서 유명한 사람이 테스 형, 소크라테스다. 그는 두 견해를 모두 들으며 오류를 함께 발견해서 양비론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대전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변증'이다. 양비론이란 양쪽이 아닐 비(非), 옳지 않다는, 둘 다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대전제를 잘 모르면 함부로 반론하지 말고 그 사람의 대전제를 탐색하면서 조심스럽게 반응해야 한다.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사학(Rhetorica)을 가르쳤다. 수사학의 3요소는 에토스(Ethos / 좋은 태도), 파토스(좋은 심리 / Pathos), 로고스(좋은 논리 / Logos),이다. 좋은 태도는 형식적인 성격을 갖는다. 좋은 심리란 상대방 중심이다. 상대가 짜증 난 상태라면 그 짜증에 공감하는 표현을 하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은 상태라면 그런 심리에 공감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좋은 논리만으로 설득에 성공할 수 없다. 좋은 태도와 좋은 심리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적은 사람들은 생각의 집합이 쓸데없이 크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려 애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그리고 그 낭비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고집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의 크기를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성과는 뛰어나지만 반복되는 인생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기존 지식으로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생각의 집합을 키워야 한다. 생각의 집합이 작은데 거기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강의로 집합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생각 자체는 그대로 두고 생각의 크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책의 본문 사이사이에 있는 부록인 '쉬어가는 논리 여행'은 논리학 Q&A와 논리적인 독서법과 글쓰기, 그리고 논리학이 주도하는 철학의 계보로 되어있다. 나에게는 논리학과 형이상학, 존재론, 윤리학, 경험주의, 인식론, 실존주의, 유물론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은 철학의 계보가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철학 책을 읽을 때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실제 세계에 쓸모가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논리학이 아니다.
우리는 논리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논리적이면 소통을 잘하는 것이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소통을 못하는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타인의 공감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나는 논리적이지 않고 내 느낌으로 말하는 주먹구구 식이여서 늘 설득을 하지 못하고 설득을 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의 말을 좀 더 잘 듣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소통을 잘 해보고 싶다.
♥ 인디캣 책 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04/pimg_7913331534483489.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