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이지 않는 선율 - 에디슨의 미완성 공식을 쫓다
Jaysi. L 지음 / 좋은땅 / 2026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리현은 성공한 인문학 크리에이터 재인(Jayin)이라는 그림자 뒤에 숨어 대한민국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뒤흔드는 주인공이다. 그녀에게 인생이란 스스로 개척하고 통제해야 할 데이터일 뿐이었다. 적어도 그날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남자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뛰어난 뇌과학자 천여운은 신경망을 넘어선 비국소적 양자 공명 같은 교감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학계는 그를 망상가 취급하며 외면한다. 그럼에도 그는 수년째 홀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간 사이에는 양자 얽힘 같은 정서적 교감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1. 공명하는 존재
천여운은 정체불명의 시청각 간섭을 느낀다. 아침 정류장에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한 여자의 눈빛이 떠오른다. 마치 떨어져 있는 두 대의 피아노 중 한쪽 건반을 치면, 손대지 않은 다른 쪽 건반도 저절로 울리는 것처럼, 서로의 감각과 슬픔이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 평생 이런 현상을 증명하고 싶어 했는데, 지금 자신과 비슷한 결을 가진 누군가가 느껴진다. "대체 당신, 누구야?"
2. Zero_log
p.42 : 당신의 목소리가 나의 고요를 깨뜨렸습니다. 이건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입니다.
천여운은 가설을 세운다. 특정 주파수에서 뇌파가 동기화되면, 두 사람은 시공간을 넘어 감각을 공유한다는 것. 그 매개는 언어가 아닌 영혼의 교감이었다. 두 사람의 주파수는 서로를 향해 끌려가고 있었다.
3. 자기장의 증명
공명기는 그저 도구일 뿐, 진짜 매질은 인간의 몸 자체다. 세포 하나하나가 미세한 자성을 띤 안테나 역할을 하며, 간절한 감정이 폭발할 때 생체 전자기파를 뿜어내 지구의 자기장을 타고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천여운은 이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4. 수진의 배신
가장 믿었던 친구 수진은 여리현의 모든 기록을 빼앗고, 자신이 재인이라며 공개 행사를 준비한다. 예전에도 논문을 뺏긴 기억이 있는 여리현은, 자신의 모든 완벽한 기록을 가진 수진 앞에 나타나도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천여운이 도와준다. 도둑이 오히려 더 당당하고 대중은 그 거짓된 모습에 동요하는 부분이 마음 아팠다.
5. 진실이 이긴다
행사 무대에서 수진은 자신이 재인이고, 여리현을 조력자라고 했지만, 진짜 여리현이 등장하자 여러 개의 심장 박동이 하나의 파형으로 합쳐진다. "목소리와 진심은 지금 이 순간의 생명력이야." 살아있는 교감의 증거 앞에서 수진의 거짓이 드러나고, 여리현은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했던 친구들을 용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승리는 용서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6. 연결의 역사들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9세기 영국 심령연구협회는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듣기도 전에 가슴이 서늘해졌다는 위기 텔레파시 사례들을 수천 건 기록했고, 일란성 쌍둥이가 멀리 떨어진 채로도 같은 고통을 동시에 느낀 사례들도 보고됐다. 인간의 연결은 이미 실존하고 있었다.
7. 공명
공명이란 외부의 진동이 대상 고유의 떨림과 맞닿을 때, 비로소 에너지가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여리현과 그녀를 지우려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심어린 마음은 결국 누구에게나 전해진다는 믿음이 좀 더 커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주파수로 서로에게 닿아 있는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