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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가방에 내가 없다』를 읽는 내내 "나도 그랬는데"라며 여러 번 공감했다.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방을 꾸리는 법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작가 별로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스토리를 하나씩 뽑아 봤다.
1. 김태희(김수다)
<동화책을 펼치면>
우울증을 앓던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 주던 날, 저자는 아빠의 눈물과 꿉꿉하고 텁텁한 냄새를 기억한다. 힘든 시절에도 동화책 한 권으로 아빠가 나에게 선사한 행복처럼, 아이의 책을 가방에 넣으며, 내 아이가 고른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만 가득하기를 바랐다. 모든 아이들의 동화책은 행복한 장면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2. 황별초(한빛나)
<그네를 밀지 않기로 한 날>
아이를 위한 빈틈없는 스케줄은 통제되지 않은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몸부림이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등대가 되는 것뿐, 그네를 밀지 않아도 아이는 혼자 탈 수 있었다. 이제는 그만 타고 가자는 말 대신 혼자서 조금만 더 타겠다는 아이를 응원한다. 평온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제는 가방에 나도 챙겨 넣겠다는 저자를 응원한다.
3. 양혜진(바람꽃)
<족욕기와 거리 두기>
제주도 3박 4일 여행에 친정 엄마가 '매일 밤 족욕을 해야 잠이 온다'라며 족욕기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아이들만 데리고 갈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는 심정이 이해됐다. 나도 엄마랑 의견이 달라 싸운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에게 양보한 저자가 참 예뻤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오래오래 함께 가기 위해 필요한 거리가 있다.
4. 김태이(다정한 태쁘)
<장작과 꿈>
캠핑에서 장작불을 피우는 남편을 보며,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던 날들 뒤에 늘 남편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저 자기 몫을 다하며 말없이 감당해온 시간들. 장작 불씨를 살리던 그 자리에 행복이 있었다. 장작불처럼 서로를 따듯하게 품어 온 사랑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5. 김순이(따름)
<낡은 가방>
오래된 낡은 가방을 차마 새것으로 바꾸지 못한다. 버려지면 슬퍼할까? 아니면 역할이 끝났다며 홀가분해 할까? 이런 걱정을 하다 문득 그 가방을 닮은 나를 본다. 아이들을 키워 낸 시간들은 나를 잃게 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더 강하고, 무엇이든 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다. 나도 아이가 커버리자 허전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낡은 가방 안에 나의 것들을 담아 보기로 했다.
6. 황영란(새봄)
<친정엄마와 냉장고>
손주들이 생기면서 친정 냉장고는 4대로 늘었고, 엄마는 늘 가족을 위해 음식과 반찬을 가득 준비하셨다. 결혼 후에도 계속 엄마의 반찬을 받아먹는 게 부담스러워했지만, 그 손길을 미안함이 아닌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나 역시 엄마의 김치와 반찬을 부담으로만 여겼는데, 그 사랑에 더 기대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7. 조서연(아델린)
<비워진 자리에서>
보부상 같은 저자의 가방은 늘 하루를 버티기 위한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정작 나를 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가방이지만, 이제는 그 안에 나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기로 한다. 내 가방엔 늘 책 한 권이 들어갈 나를 위한 빈자리가 있다.
8. 권지연(지혜여니)
<돌봄, 나를 되찾다>
아이를 돌보느라 나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봄은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지켜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지나온 시간 속에서 배웠다. 그 모든 날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제 아이와 나 각자의 걸음이 시작되었다. 나의 속도로 한 걸음 나섰다. 이제는 나와 함께.
늘 남에게 맞추기 급급했고, 남의 기준과 판단으로 채워진 삶에 정작 나는 비어 있었다. 『내 가방에 내가 없다』는 다시 나를 담아내는 법을 알려준 에세이집이었다. 가방을 가볍게 만들려면 짐을 꺼내 버릴 게 아니라, 그 안에 '나'를 담는 것이었다.
p.266 긴 수다를 마치며, 우리들의 문장은 이제 각자의 가방을 들고 각자의 길을 나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