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도 품위 있게 이혼할 수 있습니다 - 천 번의 이별을 지켜본 변호사가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박상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5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는 남편이 뭘 해도 미웠던 시절이 있었다. ‘천 번의 이별을 지켜본 변호사’라는 말에 그 수많은 이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모든 이별의 공통점은 나 자신을 중심에 두지 못한 데 있다고 한다.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살고 싶은지조차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나 자신이었다. 이 책은 총 여섯 챕터로, 그런 나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1. 이혼 전 점검
이혼은 현재보다 나은 도약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끝내기 전에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담자 중 70%가 이혼을 결정한다. 당장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고 깔끔하게 끝낼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나는 폭력을 "이 나이에", "아이 때문에" 참기 보다 폭력이 시작된 순간, 가장 먼저 112에 신고할 것을 권한다. 경찰이 오면 가해자도 때리지 못하고, 신고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 공식 증거가 되니까. 변호사 상담 전 준비할 것과 Q&A 코너를 읽다가 이혼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소송 이기는 법
여기서는 이혼 소송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도 법적 시효가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언제든 소송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법은 기간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6개월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법은 잘못을 용서했거나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거다. 드라마 <굿파트너> 덕분에 '조정'이나 '가사 조사관' 같은 용어가 낯설지 않았다.
3. 상간자 소송
이혼을 결심했다면 그때부터는 피해자가 아닌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끈기 있게 꼼꼼히 준비한 의뢰인은 남편의 외도를 지켜보며 자금 흐름과 퇴직금, 현금자산까지 파악한 후 소송에 임해 유리한 재산 분할을 이끌어냈다. 그녀에게 이혼은 상처가 아니라 새 삶을 위한 자본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상처받은 상태에서 전략가가 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결국 용서할지 끝낼지의 선택 기준은 배우자의 잘못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내 남은 인생에 이득이 되는가여야 한다.
4. 양육권과 양육비
나는 친권과 양육권이 뭔지 제대로 몰랐는데, 양육권은 아이와 함께 사는 권리, 친권은 학교나 여권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권리다. 법원은 아이의 복리를 위해 보통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만, 친권이 없어도 아이는 여전히 아빠의 성을 쓰고, 재산을 상속받으며, 정기적으로 만날 권리가 있다. 결국 친권과 양육권은 누가 아이를 독점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아이의 일상을 책임지는가를 정하는 실무적인 결정이다. 이혼은 부모 관계를 끝내는 게 아니라 그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5. 재산 분할
재산분할은 이혼 소송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감정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숫자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는 단순히 돈을 더 가져오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혼 후 주거와 생계, 자녀 양육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산분할에서는 감정보다 먼저 숫자를 챙겨야 한다는 거였다. 이 장을 읽으며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이혼 이후의 삶은 결국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혼을 결심하기 전에, 먼저 내 재정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조언이 인상 깊었다.
6. 이혼 후 시작되는 것들
저자는 이혼 후 최소 1년을 '숨 고르기'기간으로 권한다. 나도 동감이다. 내가 먼저 단단해지지 않으면 결국 똑같은 사람을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재결합을 고민한다면 "아이라는 명분을 걷어내도 그 사람인가?"라는 질문부터 해봐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떨어져 살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가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은 행복한 부모"라는 말이 와닿았다. 아이 핑계 대지 말고 내 행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이혼의 본질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중요한 선택일수록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말고 냉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