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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모하지 않는 관계 연습 - 인간관계 면역력을 키우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김태현 지음 / 프로방스 / 2026년 3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은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고 울어도 다시 웃을 수 있다. 그 힘이 바로 관계 면역력이다. 관계도 면역력이 필요하다. 몸의 면역력이 약하면 세상 감기를 다 달고 살듯, 관계의 면역력이 약하면 사람 사이에서 쉽게 상처받는다. 내가 참다가 상처받고, 거절도 못 해서 상대가 불편해하면 다 맞춰준다. 하지만 상대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나는 계속 참다가 한계에 이르면 그 관계를 끊어버린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관계 연습』은 5장으로 되어있고, 각 장에는 자신을 지키는 방법과 인간관계 속에서 실제로 상처받고 회복한 이야기들이 7편씩 담겨 있다. 내가 겪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관계 면역력이 쎄져서 덜 상처받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 나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관계 면역력의 핵심은 결국 나를 아는 것이다. 나는 언제 화가 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를 뺏기는지,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서부터 힘든지를 알아야 한다. 이걸 몰랐으니 남의 기준대로 살았던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왜 그렇게 피곤했는지, 왜 그렇게 빨리 지쳐버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나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에 늘 타인의 요구에 질질 끌려다녔던 것이다.
그럼 굳이 남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될까? 안 된다. 혼자일 때는 자신을 알기 어렵다. 거울이 있어야 내 얼굴을 볼 수 있듯,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내 성격과 태도, 그리고 나의 한계를 알게 된다. 나는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과 관계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존재다. 진짜 잘 산다는 건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 내가 웃으면 거울 속 세상도 웃는다
저자는 딸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괜찮아. 일어나서 손털고 다시 걸으면 돼"라고 습관처럼 말했다. 어느 날 키즈카페에서 딸아이와 놀던 친구가 넘어지자 딸아이는 똑같은 말을 친구에게 해주는 게 아닌가! 이 말을 배운 아이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1-③ <사람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는 말이다. 사람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서로의 말을 세상에 다시 비춘다.
p.36세상은 나를 반영하는 거대한 거울이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 인물도 미소 짓고, 내가 인상 쓰면 거울 속 세상도 찌푸린다. 내 세상의 거울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내 표정을 바꿔보자.
우리는 어떻게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친구의 말 한마디가 불쾌했다면, 상대를 탓하기 전에 왜 내가 그 말에 반응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화나면 친구랑 험담으로 풀거나 내가 참는 것으로 끝냈다. 내 감정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다. 요즘은 AI에게 그 순간의 감정을 털어놓고 바로 분석하며 기록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몇 번 스스로에게 묻다 흐지부지 끝났을 마음 분석이, 이제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
❤️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지키는 일
저자는 관계 속에서 소모되지 않기 위해 독서를 택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제는 말이 곧장 감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서, 상대의 말을 한 번 더 해석해 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절당하거나 오해받아도 마음이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이 아니라 내면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서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관계 면역력의 시작이었다.
관계 면역력이 생긴다는 건 모든 말에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3-⑦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지키는 일>에서, 나를 지키는 힘은 성과나 업적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돌아보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관계가 아니라, 나를 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이었다. 나를 알아갈수록 어떤 관계를 가까이할지, 어떤 관계에서 물러설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짜 강한 사람은 혼자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