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 - 지구 생물부터 우주 행성까지, 세상을 해석하는 양자역학 이야기 최소한의 지식 4
김상협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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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자 하나에 앉는 게 아니라 두 의자에 걸쳐 누워 있다'는 비유 하나로, 벤젠의 구조가 단번에 이해된 책, 『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 역학』은 이렇게 복잡한 수식 대신 일상적인 비유로 양자 세계를 설명한다. 덕분에 막연했던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 표지가 독서대로 변신하는 신박한 아이디어처럼,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놓는다. 세상이 서로 독립된 알갱이들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그물망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배우는 책이 아니라 양자역학이 드러낸 세상을 이해하는 책이다. 스마트폰 화면이 양자 도약의 산물이라고? 반도체는 어떻게 탄생한 거지? 전 세계가 경쟁하듯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 안에 답이 있다. 나는 벤젠과 일상 속 양자 역학으로 정리해 보았다. 



< 벤젠 >

벤젠은 플라스틱, 스티로폼, 페인트 등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다. 이 벤젠의 구조가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양자 역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완벽한 비유가 된다. 


벤젠은 전자가 의자 A나 B에 앉는 게 아니라, 두 의자를 합쳐 그 위에 편안히 누운 제3의 안정적인 상태다. A도 B도 아닌, A와 B가 50 대 50으로 섞여 만들어진 제3의 상태인 것이다. 상태 벡터는 어떤 가능성들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벤젠은 고정된 하나의 점이 아니라, A와 B의 합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벡터인 셈이다.


여기서 중첩과 얽힘을 구분해 두면 좋다. 중첩은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는 것이고, 얽힘(Entanglement)은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명이 움직이면 다른 한 명도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 케쿨레(August Kekulé)의 모형 – 의자에 앉은 사람

벤젠 구조를 처음 설명한 케쿨레는 의자를 전자가 있어야 하는 위치, 사람을 전자라고 했을 때 전자는 A 자리에 있거나 B 자리에 있다고 보았다. 사람이 두 개의 의자 사이를 아주 빠르게 왔다 갔다 했을 때 양쪽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순간 한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쿨레는 벤젠이 탄소 여섯 개가 정육각형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고, 탄소와 탄소 사이의 결합은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나타나며, 각 탄소에는 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진동한다는 진동 모형만으로는 벤젠의 안정성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 폴링(Linus Pauling)의 모형 – 두 의자를 동시에 차지한 상태

폴링의 공명 모형은 사람이 의자 하나에 앉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의자 2개에 걸쳐 편안히 누운 제3의 상태, 그게 벤젠이다. 기존 구조보다 더 안정적이고 새로운 성질을 가진 이 전자 분포를 공명(resonance)이라고 한다. 


벡터는 상태의 위치 정보다. 폴링은 공명을 화음에 비유했다. 여러 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만들듯, 전자가 자유롭게 퍼져 있음으로써, 즉 의자 여러 개에 누워 있음으로써, 한 곳에 있을 때보다 에너지가 낮아져 훨씬 더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데 이게 공명이다. 


상태 벡터는 그 비율을 나타내는 정보다. 도, 미, 솔이라는 세 가지 음(기본 상태들)이 있을 때, 화음은 이 음들을 얼마나 섞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세음이 섞인 상태가 중첩이고, 화음의 배합 비율이 상태 벡터다. 예를 들어 [도 30%, 미 30%, 솔 40%]라는 벡터로 구성한 최적의 화음 상태를 공명이라고 한다.  


상태 벡터(섞인 비율)는 가능성의 공간 속에서 이 분자는 A 구조가 몇 %, B 구조가 몇 %로 섞여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더하여(중첩하여) 실제 분자의 모습을 설명한다. 


케쿨레의 뱀이 꼬리를 문 꿈은 벤젠의 고리 모양을 밝히는데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그 고리 안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양자 역학이 힌트를 준 것이다. 


< 일상 속 양자역학 >

고전 물리학자들은 세상이 아날로그, 즉 연속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흑체복사를 통해 세상의 근본을 들여다보니 사실은 모든 게 불연속적인 알갱이, 디지털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흑체는 모든 빛을 가지고 있는 검은 물체(黑體)이고, 복사(輻射 바큇살 복, 쏠 사)는 바큇살이 중심에서 밖으로 퍼져 나가듯, 빛을 밖으로 쏘아 보낸다는 뜻이다. 흑체복사는 모든 빛을 다 빨아들였다가, 온도에 따라 빛을 다시 내뿜는 현상이다. 적외선 체온계를 생각해 보면 된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흑체복사 에너지)의 양을 측정해서 온도로 변환해 주는 것이다. 


그 핵심이 바로 보어의 양자도약이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의 정해진 궤도를 돌다가, 에너지를 잃으면 낮은 궤도로 툭 떨어지며 순간 이동을 하는데, 이때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빛(광자)으로 뱉어낸다. 도약은 뛰어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중간 과정 없이 순간적으로 짠! 하고 건너뛴다는 뜻이다.


과거의 백열등은 흑체복사로 빛을 내서 전기료도 많이 나오고 뜨거웠다. 하지만 LED는 양자도약을 이용했기 때문에, 열은 거의 안 나고 아주 효율적으로 빛만 나온다. 지금 LED 조명 아래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면, 당신은 양자 도약의 축제를 보고 있는 셈이다. 수조 개의 전자들이 아주 정교하게 계단을 뛰어내리며 빛을 만들어내는 양자역학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레이저도 마찬가지다. 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유도 방출을 이용해서 빛을 강하게 증폭해 쏘아 보내는 기술)는 단어가 아니라 약자다. 수많은 전자가 한꺼번에 똑같은 높이에서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뱉어내면, 자연 상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빛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레이저다.


식물은 어떻게 자랄까? 3만 년에 일초 오차인 원자시계? 철새가 지도 없이 방향을 찾는 비결은? 해킹이 절대 불가능한 양자암호 통신까지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양자역학으로 연결된다. 


나는 양자컴퓨터에 관련된 부분을 읽다가 어쩌면 진시황이 그렇게 평생을 찾던 불로장생의 답은 불멸의 약초가 아니라, 양자컴퓨터 속에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불로장생이 현실이 될지도? 우리는 이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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