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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Amor Fati). 나는 그동안 제목의 뜻을 '사랑의 파티'라고 생각했다. 음악도 신나서 파티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를 하면서 이 노래 제목의 파티(party)가 라틴어로 운명(Fati)이라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
스토아 철학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도 생각났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삶의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며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죽음을 기억하면 지금이 더 소중해진다. 마지막에 있는 죽음은 다정하고 따뜻한 마무리라는 말이 참 좋았다.
p.140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이 책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소한 용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가진 모두의 죽음이 외롭지 않기를, 다만 다정하고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일산에 있는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의 작업인 18명의 친구들이 2년간 글쓰기 모임을 통해 완성한 기록을 모은 것이다. 1부는 장례식 풍경, 2부는 부고문, 3부는 마무리하는 소설 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도 센스 있게 내가 생각하는 장례에 대한 내가 바라는 희망 사항이라 금방 기억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한 죽음은 어떤 걸까? 그러고 보니 나 자신의 죽음조차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의 마지막은 어쩌면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1부에 실린 글들에는 행복, 따뜻함, 멋진 세상, 소중한 사람, 평온, 편안과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18가지의 서로 다른 시선들... 삶의 끝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이라 더욱 공감이 됐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마주하고 싶은지는 지금 살아있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존엄사를 택할 수도 있고, 내 나름대로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할 수도 있다. 내 인생이 대단하지도 않고, 특별히 이뤄 놓은 것도 없지만, 그저 존재했던 사실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 꽃처럼 별처럼 아름다울 것 같다.
1부 끝에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며, 장례식에 초대하는 글을 적어보는 곳이 있고, 2부 끝에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문을 적는 곳이 있다.
죽음을 생각하며 써보는 일은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죽음이라는 주제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서 죽음이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내 삶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만의 부고문을 써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나도 어떤 분처럼 장례식은 하지 말고,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도 두지 말고 여기저기에 뿌려 달랬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 그건 남겨진 자의 몫이라고 거절했다. 내가 죽고 난 다음에야 남겨진 사람들 마음 편한 대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장례식이나 분위기에 대한 나의 희망도 얘기했다. 슬퍼할 자격이 있으려면 남은 사람들은 안 죽어야 하는데, 조금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일 뿐 죽음이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건 다들 동의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지금 이 순간에 더 충실하고 싶어졌다.
p.122 여러분 덕분에 하고 싶은 일 다 해 보고, 잘 살다 갑니다. 제가 당신 덕분에 그러하였듯 당신의 삶이 덜 외롭기를, 우리가 끝내 서로를 지켜주기를 바라며 생의 마지막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