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 삶과 죽음을 고뇌한 어느 철학자 황제의 가장 사적인 기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그레고리 헤이스 해제, 정미화 옮김 / 오아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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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인데 그 아래 그레고리 헤이스 해제라고 되어 있다. 버지니아 대학 고전학과 교수이자 고전 해설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명상록』을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쉽게 번역했기 때문이 아닐까? 번역가이자 스토아 철학 해설가로도 유명한 이유는 해제와 각주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아시스 출판사의  『명상록』은 왜 특별할까? 라이언 홀리데이의 '그가 남긴 빛을 전달하자'는 서문에 이어 그레고리 헤이스의 해제만 70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명상록』 의 본문만 번역된 다른 출판사의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책 제본도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명상록』은 모두 12권으로 되어 있다. 제1권은 마르쿠스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배운 것이나 사례를 통해 배운 것을 성찰하는 17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2권부터 12권은 통일성이나 차례대로 전개되는 내용이 없다. 각 권마다 자체적인 구조도 없고, 반복되는 주제 역시 없다. 일부 항목의 의미는 매우 모호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비평가도 거의 없다. 그래서 그레고리 헤이스는 이 책의 제목을 『명상록』이 아니라  『비망록』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


『명상록』 4권 48에 올리브 비유가 있다. 이 책의 표지에도 올리브 가지가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의 주제가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책의 주제는 보통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판단이나 태도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은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받아들임이라고 정해봤다. 남이 시비를 걸어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가 안 나고, 내일 죽는다 해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천국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p.160  이 짧은 삶을 자연이 요구한 대로 살아가고, 불평 없이 포기해야 한다. 올리브가 다 익은 뒤 떨어지면서, 자기를 낳아 준 자연을 찬양하고, 자기를 길러 준 나무에 감사하듯이.


그레고리 헤이스의 『명상록』 해제에는, 마르쿠스의 철학적 배경인 스토아학파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물체는 생명이 없는 실체와 생명력(프네우마)의 혼합체다.' 죽음은 이 두 요소가 분리되는 과정이고 다시 우주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순환이라는 것이다. 이 올리브의 비유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그밖에 소크라테스나 헤라클레이토스가 『명상록』에 끼친 영향과 마르쿠스가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 중심 철학을 비판했다는 점도 소개한다. 해제가 좋은 점은 마르쿠스가 중요하게 여긴 지각, 행동, 의지의 3가지 훈련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지각 훈련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스토아 철학의 인지 이론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해제를 통해 우리가 『명상록』으로 인식과 판단을 다듬는 훈련도 하게 해 준다.


그레고리 헤이스는 이 책에서 명상록의 내용과 본질을 모두 알아보기 쉬운 영어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중간 부분인 7권의 1을 다른 출판사의 책과 비교해 봤다. 


p.213 <제7권>

1. 악이란 늘 똑같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일은 세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늘 똑같다는 것을 명심하라. 고대와 현대의 역사책들도, 도시들과 가정들도 그런 똑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은 없다. 모두 익숙하고 무상한 것들이다.


<다른 출판사의 번역, 제7권>

1. 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충분히 많이 보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이 일은 내가 전부터 많이 보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라. 위를 바라보던 아래를 바라보든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늘 그렇고 그런 동일한 것들일 것이다. 저 옛 적의 역사나 좀 더 가까운 시대의 역사나 현대의 역사나 모든 역사가 그런 동일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오늘날의 도시들과 가정들도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늘 친숙하게 보아왔던 것들이고 덧없이 지나가는 것들이다.


그레고리 헤이스 번역의 특징은 간결함에 있다더니, 딱 봐도 느껴진다. 내용은 같은데, 그레고리 헤이스의 번역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명상록』은 세상을 바꾸는 법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위로를 받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흔들릴 때 중심을 잡게 해주는 책 같다. 마르쿠스는 이 책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그레고리 헤이스는 마르쿠스가 행복을 얻는 방법보다 고통을 거부하는 방법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이 누구도 이 책을 읽을 때 이전과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다며, 마르쿠스의 모든 생각에는 고결함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한다. 


그래서  『명상록』은 빌 클린턴이 1년에 2번은 꼭 읽는다고 하고, 하버드나 옥스퍼드 같은 명문대에서도 필독 고전 목록에 올라가나 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스토아 철학을 대중화한 작가인 라이언 홀리데이 역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했다.


121년 4월 로마에서 태어나 180년 3월에 사망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였다, 지금이 2026년이니 마르쿠스가 세상을 떠나고 184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더 빨리, 더 잘하려 애쓰는 대신 지금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사는 것이 지혜라는 걸 배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 역시 자연의 원소로 돌아가는 평온한 과정이며,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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