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사 조니 김
이정주 지음, 안상선 그림 / 윌마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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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 자녀에게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이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과 부모님들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글씨도 크고, 그림도 많은 데다가 200페이지도 안 돼서 금방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소설처럼 다음 이야기가 마구 궁금해진다. 도파민 뿜뿜이다. 나도 감동의 눈물을 흘려가며 읽었다.

조니 김처럼 되라는 게 아니다. 작은 성공이라도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이미 성공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이라도 배울 점이 있고, 어떤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조니가 주차 위반 딱지 떼는 일을 하면서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듯이 말이다.

환경이 안 좋더라도 우리에게는 헤쳐 나갈 저력이 있다. 조니도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때문에 엄마와 동생을 보호할 힘을 기르려고 네이비실에 가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일,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는 일은 너무도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니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주류점을 했다는데 팔지 않고 본인이 마셨나 보다. 조니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어머니와 남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이불 속에서 기도만 했다.

조니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유명한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 아이들은 아시아에서 온 아이들을 대놓고 무시했다고 한다.

어딜 가나 동양인 이민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고, 너희 가족은 미국이 부자 나라니까 돈을 구걸하러 왔다며 조니를 가난한 나라에서 온 거지새끼라고 놀렸다. 엄마가 정성껏 싸주신 김밥은 까만 종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한국에서 온 거지들이 먹는 쓰레기 음식이라며 도시락을 엎어버렸다.

산타모니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조니는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조니에게는 꿈이 없었다. 엄마가 바라는 대로 좋은 대학에 가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아빠의 폭력을 견디며 하루를 살아내기도 힘겨웠기에 꿈을 꾸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신이 겪는 가정폭력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아 친구도 사귀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조니는 어느 날 지원자 중 고작 6%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네이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도 네이비실에 가게 되면 저렇게 강해질까 생각한다.

조니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땐 아빠가 무서워 숨어 지냈지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컸으니 맞서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 위협과 폭력 앞에 맞서는 강한 사람이 돼서 엄마와 동생을 지키고 싶었다.

어느 날 술 취한 아빠가 엄마에게 총을 겨누었다. 조니는 엄마를 지키려고 아빠에게 덤볐다. 하지만 술 취한 아빠는 10kg 짜리 덤벨로 조니의 머리를 내리쳤고, 조니는 20바늘 이상 꿰매게 되었다. 다행히 조니에게 총을 겨누었던 아버지의 총알이 빗나가 벽에 박혀서 조니는 살아남고, 아버지는 뒷문으로 도망갔다.

다시 집안에 있는 다락방으로 돌아온 아빠는 경찰에게 총을 쏘아 냈고,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조니는 대학을 가지 않고 네이비실(Navy SEALs)에 지원하게 된다. 공부보다 정신과 육체를 먼저 단련하고 싶어서였다. 네이비실에 대한 것은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엄마는 오로지 조니와 동생만을 위해 살았다. 아빠의 폭력을 견딘 것도 아들인 조니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엄마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니는 저는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다며 네이비 씰에 입대한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조니 김은 소중한 친구 라이언을 잃는다. 아무리 전투 의무병으로 훈련을 받았어도 소중한 친구를 구할 수는 없었다. 전쟁터에서 생명을 구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조니는 라이언의 죽음을 계기로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네이비실을 떠난다.

2009년 샌디에이고 대University of San Diego (USD) 수학과에 진학한 조니는 네이비실에서 쌓은 체력으로 밤샘 공부와 시험의 무게를 이겨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올 A로 3년 만에 조기 졸업을 한다. 게다가 하버드 의과대학 Harvard Medical Schoo(HMS)에 장학금으로 입학한다.

조니는 공부가 힘들 때마다 생각한다. 하버드 의대는 엘리트 교육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전쟁터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전문 지식을 쌓으러 온 것임을.

그 즈음 조니는 결혼해서 아기까지 태어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주차 단속 알바를 했다. 일의 크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 조니는 주차 단속 아르바이트를 통해 세상을 배우며 의사가 되었을 때 가져야 할 태도를 만들어 가게 된다.

의사가 되어서도 환자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정성껏 치료하는 자세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의과대학 과정을 마친 조니는 하버드 대학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에서 레지던트로 수련했다. 결심했던 대로 조니는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응급의학과의 의사는 단순히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가 아니라 모든 의학 지식을 갖추고 가장 짧은 시간에 생명을 지키는 의료전문가다.

거기서 조니는 깨닫는다. 응급의학과는 총과 탱크가 없는 전쟁터라는 것을.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부상과 질병과 싸우는 새로운 전쟁터라는 것을.

이렇게 수련을 마친 후 의사가 되어 미국 해군으로 돌아간다. 의사가 돼서, 군대의 의료 수준을 높이겠다는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수료하고 조종사 자격은 물론 초음속 항공기 헬리콥터 조종사 과정까지 마친다.

그러다가 의사이자 나사NASA 우주 비행사였던 스콧 패러진스키(Scott Parazynski)의 강연을 듣고 나사에 지원하게 된다. 나사가 실시하는 1차 시험에 합격하고 몇 달 동안 면접과 시험을 본 결과 2017년(22기) 18,000여 명의 지원자 중 단 12명만 뽑는 우주비행사 후보생으로 뽑혔다.

8년간 준비하고 실제 우주정거장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8개월간 우주 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조니에게 우주에서 돌아온 지금 심정을 묻자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 발이 땅에 닿으니 너무나 편안하다고 말했다. 땅에 발을 딛고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찾으면 발이 땅에 닿는 것조차도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와 물, 이렇게 당연히 있는 것들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그러니 우주만큼 신비로운 나 자신은, 조니 김처럼 되지 않더라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귀한 존재가 아닌가!

8개월 동안의 우주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자기도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하면 된다고 했다.

조니 김 역시 어릴 때 왕따도 당했지만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는 자극과 용기를 주었고, 아저씨는 천재냐는 질문에는 나는 천재가 아니고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네이비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군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거쳐 우주비행사가 된 조니 김을 두고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몰래 보낸 슈퍼히어로라는 농담이 떠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니는 이런 직업을 꿈꾼 적이 없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을 선택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현재 그는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를 다시 달해 보내고 그다음에는 화성 탐사까지 이어지는 21세기 최대의 우주 탐사 계획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조니는 달에 발을 내딛는 최초의 한국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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