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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오랫동안
조지 오웰 지음, 강미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5년 9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을 통해 느낌이있는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느낌이있는책 출판사는 처음 들어봤다. 이 책은 #오랫동안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는 <국화와 칼>이었다. 오랫동안 시리즈의 모토는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책"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표지 디자인도 예쁘고 삽화도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던 책이다.
#조지오웰 <동물농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작가와 책 제목은 들어봤다. 하지만 내용도 몰랐고,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이 책은 #영어원서 포함이라 원문까지 마스터할 수 있다. 책 내용만 재밌고 쉬운 게 아니라 영어 원문도 쉬워서 영어 공부에도 최고의 교재라고 한다.
왜 #고전 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 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알게 됐다. 러시아 혁명을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게 동물들 등장시켜 풍자했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이 부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서 정치를 하나도 모르는 나도 아주 재밌게 읽었다. 배경을 모르고 읽었으면 그냥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이야기인 줄 알았을 것 같다.
러시아 혁명은 1917년 러시아 제국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혁명이다. 수백 년간 이어온 전제군주제(차르 체제)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소비에트 연방)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등장인물 이름과 실제로 상징하는 인물까지 알고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역사도 알고 재밌는 이야기도 읽게 되는 셈이다.
먼저 돼지들 이름이다. 주인공들이 누구를 상징하는지는 AI의 도움으로 썼음을 미리 밝힌다.
1. 나폴레옹 (Napoleon) : 크고 사나운 인상의 버크셔종. 침착하고 집요한 성격으로 스노볼과 함께 농장의 지도자가 된다. 소련의 잔인한 독재자인 스탈린(Stalin)을 비유한다.
2. 스노볼 (Snowball) : 영리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농장의 미래를 위한 이상적인 구상과 계획을 내놓는다. 스탈린에 의해 암살된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를 상징한다.
3. 스퀼러 (Squealer) : 작고 통통한 돼지. 검은 것도 흰 것으로 바꿔 놓는 번뜩이는 언변으로 농장 소식을 전한다. 나폴레옹의 대변인으로 교묘한 말솜씨로 다른 동물들을 선동한다. 스탈린 정권의 선전 기관과 언론을 의미한다.
4. 올드 메이저 (Old Major) : 메이저 영감. 모든 동물들이 존경하는 나이 많은 수퇘지. 동물 혁명의 이념을 제시한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을 비유한다. 동물들에게 혁명의 씨앗을 심어준다.
그다음은 책에 나온 등장인물 순서대로 정리했다.
5. 복서 (Boxer) : 덩치 큰 말. 농장에서 가장 힘이 세고 우직하며, "내가 더 열심히 일하겠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결국 병에 걸려 쓸모가 없어지자 나폴레옹에게 배신당해 도살장으로 팔려간다. 러시아 혁명 이후에 체제에 헌신적으로 참여했지만, 결국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우직하고 우매한 노동자 계급(프롤레타리아)을 상징한다.
6. 몰리 (Mollie) : 각설탕과 리본을 좋아하는 흰 암말. 사치와 치장을 즐긴다. 동물 혁명을 탐탁지 않아 하는 하얀 암말이다. 결국 인간에게 가는데, 혁명 후 도피한 러시아의 귀족 또는 부르주아 계급을 상징한다.
7. 벤자민 (Benjamin) : 가장 나이도 많고 성미도 고약한, 냉소적인 회색 늙은 당나귀. 삶은 더 나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혁명이나 변화에 무관심하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냉소적 태도를 취했던 지식인 계급 또는 작가 조지 오웰 자신을 나타낸다.
8. 모제스 (Moses) : 농장주 존스가 기르던 길들인 갈까마귀. 동물들에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기저의 땅인 '슈거 캔디 산' 이야기를 퍼뜨리며 동물들의 현실도피를 부추긴다. 이는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며, 종교가 지배 계급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을 보여준다.
9. 농장주 존스 (Jones) : 매너 농장(Manor Farm)의 주인. 잇따른 불행에 낙심해서 술에 빠져 지내는 인간이다. 동물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다가 반란으로 쫓겨난다. 러시아 혁명으로 몰락한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를 상징한다.
10. 뮤리엘 (Muriel) : 글을 읽을 줄 아는 지혜로운 늙은 염소. 조지 오웰이 실제로 가장 아끼는 염소 이름이라고 한다. 그녀는 변질되어가는 7계명을 읽고 의문을 품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 지식과 의식을 가졌지만 무력했던 지식인을 상징한다.
11. 클로버 (Clover) : 중년의 통통하고 자애로운 암말. 혁명 후에도 복서와 함께 나폴레옹 체제를 충실히 따른다. 순종적이고 성실한 노동자 계급을 상징한다.
12. 필킹턴 (Pilkington) : 매너 농장 인근의 폭스우드(Foxwood) 농장 주인. 농사에는 소홀하지만 동물들의 혁명을 자신의 이득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서방 자본주의 국가를 상징한다.
13. 프레드릭 (Frederick) : 핀치필드(Pinchfield) 농장 주인. 잔인하고 교활해서, 나폴레옹을 속여 풍차를 파괴한다. 소련과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은 후 배신했던 나치 독일의 히틀러를 상징한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겠다며 조지 오웰이 처음으로 시도한 소설이 동물농장이라고 한다. 그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정치 이야기가 널리 읽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어느 날, 말을 몰고 가는 소년을 본다. 말이 길에서 벗어나자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조지 오웰은 핍박받는 동물의 관점에서 러시아 혁명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4장의 외양간 전투(Battle of the Cowshed) 는 러시아 내전(1917~1922년)을 상징한다. 러시아 혁명 직후, 혁명에 반대하는 백군과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원을 받은 세력이 볼셰비키 혁명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다.
농장주인 존스가 다른 농장주들과 연합하여 동물들을 공격했지만 결국은 동물들이 승리한 사건이다. 동물들과 사람이 싸우는 모습이 아주 리얼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존스(러시아 제국)가 외부 세력의 도움을 받아 동물농장(혁명정부)을 다시 뺏으려고 했던 사건인데, 실제 역사에서도 볼셰비키가 승리하여 공산 정권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러시아 혁명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국가 소련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된 스탈린 또한 독재를 시작하면서 국민들은 또다시 자유를 빼앗긴다. 그 과정을 동물 농장에서 동물들로 비유해서 머릿속에 확 기억되게 이야기해준다.
풍차는 스탈린의 5개년 경제개발 계획과 소련의 근대화를 상징한다. 🐷나폴레옹은 풍차로 동물들의 단결을 유도하며 자신에 대한 충성을 강화한다. 풍차가 파괴되었을 때도, 스노볼이 한 짓이라며 자신의 권력을 다지는데 이용한다. 풍차 때문에 동물들이 어떻게 희생 당하는지, 그 혜택을 나폴레옹과 돼지들이 어떻게 누리는지 책 속에서 찾아보자.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을 시대와 국가에 구애받지 않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이 책이 1945년에 출간되었는데 소련이 붕괴된 건 1991년이다. 소련의 운명이 결정되기 50여 년 전에 조지 오웰은 독재로 인한 혁명의 실패를 예언한 것이다.
글을 읽을 수 있고 똑똑해서 다른 동물을 다스리게 된 🐖돼지들이 어떻게 점점 자신들의 특권을 정당화하며 부패해 가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혁명이 실패하게 되는지 그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역사적 사실과 #동물농장 속 내용을 연결을 시켜보면은 소설에 나오는 농장 주인 존스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고, 메이저는 마르크스와 레닌, 스노볼은 트로츠키,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조지 오웰이 러시아의 사회주의 진영에 날렸던 경고는 전체주의를 경계하고 사회주의 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라고 한다. 사회주의의 몰락을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권력의 타락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도 숨겨놓았다. 이 소설의 초반부, 몇몇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이 생산한 우유와 사과를 당연한 듯 가져가기 시작했을 때, 다른 동물들이 우물쭈물 눈치를 보거나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대신 안 된다고 말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다면 동물농장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돼지들은 원래 인간의 지배에 반대하며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인간과 똑같은 새로운 독재자가 되어버렸다. 소설에 나오는 벤자민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지혜롭지만 방관하고 묵인한다. 복서는 자신을 묵묵히 희생한다. 나는 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고 하지 않고 공부하지도 않는다. 뮤리엘은 많은 것을 알지만 힘이 없었기 때문에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국회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 쿠폰을 받아서 기분은 좋은데 지식이 없으니 이것이 마냥 좋아해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이것을 면밀히 살펴보고 감시하며 비판하는 감시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에 실패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맨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물들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다. 그곳에는 원래 인간이었던 농장 주인과 돼지 지도자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다투는데, 결국 돼지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증오했던 인간과 똑같이 되어 버렸다. 지배 계층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결국 위선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걸까?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면서 권력에 무릎 꿇는 장면은 드라마로 많이 봤지만 동물농장을 통해 그 과정을 더 자세하게 느껴본 것 같다. 특히 🦮개들이 엄청 무서웠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복서가 죽었는데 스퀼러가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꾸며내니 모든 사람들이 복서가 도살 당한 게 아니라 비싼 치료를 받다가 행복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미디어와 SNS에서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다 믿어야 하나? 진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의문점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동물 농장을 읽은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