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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글쓰기 - 일잘러를 위한 관계와 소통의 기술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인의 글쓰기>의 특징은 관계와 소통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아는 부서장은 글도 잘 쓰고 똑똑했지만 위아래로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해 직장 생활이 고달팠다고 한다.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보고서는 물론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이 책은 말하듯 글을 쓰라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상사를 이해하고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실전 글쓰기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소통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글쓰기 자체보다 먼저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리 글을 잘 썼더라도 나는 안 읽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를 가지려면 주인공이 되는 걸 포기하거나 양보하면 된다. 내가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서 말하지 말고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그러면 소통이 수월해진다. 글쓰기는 그다음이다.
이렇게 할 일도 많고 바쁜데 무슨 소통이냐고 소통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소통이 잘 되는 직장은 휴일에도 나가고 싶어질 정도라고 한다. 소통은 자기희생과 헌신을 요구한다. 나는 별로 관심 없는데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준다는 것은 자기희생이다. 헌신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으니까. 소통이 잘되면 적어도 월요병은 없다. 직장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산은 많이 올라본 사람이 잘 오른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잡문이라도 자주 써본 사람이 잘 쓴다. 아무리 낮은 산도 얕잡아봐서는 안 되듯이, 어떤 글도 만만한 글은 없다. 한 줄 한 줄을 메워나가는 악전고투의 과정이다. 아무리 등산의 고수라도 산에 가면 헐떡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글쓰기도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힘이 든다.
나도 서평단을 한지가 2년이 지났다. 글은 잡문이라도 자주 써본 사람이 잘 쓴다는 말은 내가 스스로 경험해 봐서 잘 안다. 참고로 2년 전에 썼던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때는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라서 서평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 이 서평도 하루 종일 고치고 있다.
1부 :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저자의 책이 있다. 글쓰기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하듯이 쓰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직장에서 글 쓰는 일만 25년 했다. 저자가 말하는 직장에서 통과되는 글쓰기의 비법 6단계의 핵심 역시 한 사람의 독자를 정하고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쓰는 것이라고 보았다.
한 사람의 독자를 정한다. 그 독자에게 이야기하려면 그 독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정한 그 사람을 내 머릿속에 앉힌 다음 그에게 얘기하듯 쓴다. 한 문장, 한 문단을 쓰면서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고, 그 반응을 글에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독자가 돼서 읽어본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쓰기보다 고치기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한다. 저자는 상사가 평소에 지적했던 내용들을 모아서 오답노트 형태로 갖고 있었다. 한 사람의 독자를 잘 알아가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상사의 모든 것을 질문하고 기록하고 관심을 가져야 잘 알 수 있고, 그 한 사람의 독자인 상사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당사자가 아니고 훈수 두고 컨설팅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나, 다른 사람이 돼서 미래로 갔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나도 글을 수정할 때 푹 자고 일어나서 쓴 내용을 다시 읽어보거나, 장소를 바꾸어 마치 남이 내 글을 대충 보는듯한 느낌으로 다시 읽어보면 수정할 곳이 꼭 생겼다.
글쓰기는 일단 많이 써야 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술과 친구 하지 말고 글쓰기와 친구 하기를 권한다. 저자는 힘든 군 생활을 일기를 쓰면서 버텼다고 한다. 글쓰기는 치유의 효과도 있다. 일단 많이 쓰고 많이 고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쓰면 된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 이상 다시 썼고, 톨스토이도 <전쟁과 평화>를 35년간 고쳐 썼다. 이것이 글쓰기를 잘하는 법이 아닐까?
글쓰기의 기본은 맞춤법과 띄어쓰기, 쉽고 명료하게 군더더기 없이 쓰기다. 맞춤법은 블로그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이용하면 되지만, 가끔 본인도 발견하지 못하는 오타가 나온다. 읽다가 혹시 오타를 발견하면 꼭 글 쓴 분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누군가가 내게 오타를 알려주면 내 글을 꼼꼼히 읽어 주신 것에 기쁘고, 번거로울 텐데 지나치지 않고 알려 주셔서 감사했기 때문이다.
2부 : 상사의 심리
상사를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 기술과 슬기로운 직장 생활의 팁들이 담겨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오래 다닌 직장이 없다. 단점만 찾았기 때문이다. 억지로라도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해준 사람도 없었다. 내 가족, 내 직장에 대해서는 좋은 말만 하고 다니자. 좋은 말 할 게 없으면 침묵이 낫다.
상사는 회사 돌아가는 정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가십성 정보를 알려주면 상사의 측근이 된 것 같겠지만 가벼운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해, 또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자리에 있다면 침묵이 최고인 것 같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돌로 쳐서 죽이라고 하자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라고 말씀하셨듯, 이 세상에는 죄 없는 사람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 남의 말이나 단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침묵으로 일관하자. 아니면 무관심도 좋을 것 같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명분 만들기다. 명분이란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이유다. 명분은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근거다. 또한 자기 스스로도 설득될 만큼 진심으로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명분은 거창하지 않으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팩트를 기반으로 공익에 가까울수록 좋다. 명분은 공적인 눈치를 보게 함으로써 사적인 욕심과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애국'이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사와 사이코패스의 공통점을 이야기한 부분이 재밌었다. 사이코패스는 치료가 안되니 사랑으로 품는 수밖에 없다. '돌아이 불변의 법칙!' 어딜 가나 또라이는 꼭 있다. 사람이 아니라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열차 다니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층간 소음이다. 아가들아~ 빨리빨리 어른이 되거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다.
3부 : 소통
글쓰기 이전에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저자는 스스로의 매력을 허점이 많은 거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리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질투하고 시샘하므로 잘난척하는 사람은 백해무익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완벽하고 싶은 마음, 주인공이고 싶은 마음을 버리는 법은 잘 듣는 것이다. 귀를 기울임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조직 내 불통을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도 경청이다. 경청이란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서 반박하고 토를 달기보다, 그 말대로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은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 모양의 창고인 '사일로'에서 생긴 경영학 용어다. 각 부서가 사일로처럼 서로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부서 이기주의 문제는 멤버십 트레이닝이나 정신 교육을 통한 소통 강화 활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과 공동의 목표를 확립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명쾌한 답도 알려주고, 비판의 기본기와 보고 요령, 효과적인 아부의 기술까지 전수해 준다.
똑똑하게 처신하는 법 15가지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어떤 상사에게 인사해도 받지도 않길래 인사를 안 했더니, 누구는 인사도 안 한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고 한다. 상대방이 인사 안 받아줘도 나는 열심히 인사하자!
회식자리에서 말을 길게 하면 꼰대가 된다는 사실과 회사에 몰빵하면 왜 우습게 보는지도 알려준다. 마당발이 빨리 승진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방팔방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나도 그랬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친절하려 하니 너무 힘들었다. 저자의 솔루션은 좋은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나쁜 사람과는 나쁜 관계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 간단한 해결책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왜 상사는 허구한 날 위기라고 징징댈까? 상사 승낙 받는 9가지 방법, 직장인에게 필요한 4가지 태도, 좋은 관계를 위한 3가지 조언, 거만해 보이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이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도 있다. 남들이 다 자기가 한다고 아우성을 칠 때 저자는 뒷전으로 밀려나 조용히 있었더니 상사가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하냐며 "바보야? 네가 해!"라고 했다. 세상은 바보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못난 사람, 지는 사람 편에 서고 싶어 한다.
p.331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탈을 쓰고 있다. 마치 글을 잘 쓰는 것처럼, 생각이 깊은 것처럼.
4부 : 실전
글쓰기 필살기.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와 글쓰기, 그리고 처세에 관한 이야기다. 주로 실전 테크닉에 관한 것을 알려준다. 보고서 작성의 본질은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카테고리는 많을수록 좋다. 세분화할수록 정밀하고 친절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쓸 데 많은 보고서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보자.
보고서를 잘 쓰는 4가지 팁, 보고 수준을 높이는 3단계, 보고서 작성 시 슬럼프 극복 비법, 이메일로 보고할 때 유의점, 기획서 작성 십계명, 마케팅 글쓰기 접근법 12가지, 마케팅 글쓰기 소재 9가지, 프레젠테이션 달인 되기, 연설문 작성의 기초, 협상의 성공 조건 등 실전 팁을 배운다.
선이후난(先易後難) 전략은 과연 실용적일까? 쉬운 것 먼저,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 뜻인데 성공 경험을 쌓는다는 개인적인 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어려운 사안을 뒤로 미루면 대부분 협상 마무리에 가서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을 먼저 해결해야 거기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쉬운 것은 서로 양보하며 결론을 내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에서 실전 글쓰기를 익혀보자.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회장님의 글쓰기로, 그 회장님의 글쓰기는 <직장인의 글쓰기>로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글쓰기 입문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강원국 작가님. 오랫동안 글쓰기 인생을 살아온 것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정리해서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작가님 리스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