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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2.0 새로운 아빠 되기 - 내 아이를 위한 아빠 최적화 로직
최태순 지음 / 라온북 / 2025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특이하다. <아빠 2.0 새로운 아빠 되기>라고 하니 1.0보다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아빠 1.0이 아빠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집안일은 돕지 않는 옛날 권위적인 아빠라고 한다면 2.0은 어떤 아빠일까? 그리고 좋은 아빠가 아니라 새로운 아빠란? 나는 아빠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육아를 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고 나니 아빠도 엄마와 마음이 똑같다. 내 아이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먼저 왜 제목이 아빠 2.0인지 알아보았다. 이 말은 아이와의 관계를 되살리는 여정을 말한다. 이 여정에 정답은 없지만, 개선은 가능하다. 아이가 성장하듯, 아빠도 성장한다. 이 성장은 단순히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버전 1.0은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 시행착오로 가득한 좌충우돌 아빠, 버전 1.5는 아이와의 갈등을 마주하면서 감정을 다루기 시작했을 때의 아빠를 말한다. 그리고 아빠 2.0은 감정을 인식하고, 회복 루틴을 정립하고, 대화가 가능한 아빠로 성장하는 것이다. 부모 역할 업데이트에 도전!
어린 시절 의도치 않게 받은 상처는 내가 선택한 것도 원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막는 건 부모의 책임이다. 이 책임은 사랑의 의지에서 나온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내 과거의 상처가 내 아이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이제는 사랑과 안전이라는 새로운 코드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이것이 아빠 2.0의 첫걸음이자 새로운 아빠가 되는 길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담았기에 이 책의 제목이 <아빠 2.0 새로운 아빠 되기>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육아나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운 이론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겪고 변화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려줘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전공분야인 IT 용어와 원리 등을 적절히 비유로 활용해서 우리가 책 내용을 좀 더 쉽게 기억하고 적용해 볼 수 있게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개발자로서 늘 해왔던 업데이트, 패치노트 정리, 버전 관리처럼 아빠 역시 버전 2.0으로 전환하는데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아빠 2.0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정서적인 재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7가지 단계를 거쳐 버전업하는 방법을 배워 보자. 아빠 2.0은 완료가 아니라 진입이다.
이 책을 아빠가 되기 전에 읽으면 앞으로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어떤 점에 중점을 두면 좋을지 미리 고민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미 아빠라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버그를 찾아 수정하면 앞으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좋은 아빠 되기는 언제 시작하든 늦는 법이 없다. 시작한다는 자체가 이미 좋은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배우자의 등을 한 번 쓸어주며 토닥여주고 싶어질 것이다. 나처럼 아빠가 아닌 엄마가 읽더라도.
아이가 울 때는 울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가 왜 우는지 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울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울면 결국 나도 짜증을 내곤 했다. 아이의 감정보다 내 감정이 먼저였던 것. 나도 아이 키울 때 왜 우는지 들어주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줄도 몰랐다.
생각해 보니 우리 엄마도 나를 키울 때 똑같지 않았을까? 엄마가 나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기보다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너무 섭섭했지만 우리 엄마도 나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던 거다. 이런 책이 옛날에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부모는 상황을 해결해 주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전에 먼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런 사실을 몰라서 아이가 속상해할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속상했는지 들어주기 보다 성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기 바빴던 것 같다. 아마 나도 모르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왔던 방식대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들도 많이 섭섭해하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말할 때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누구든, 어떤 말을 하든 일단 끝까지 듣고, 비판하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진심 어린 경청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는 지금도 처음에 잘 들어주다가, 중간에 꼭 말을 끊고 내 의견을 제시하거나 답을 알려 주려고 한다. 내가 성격이 급해서일까? 아니면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인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서일까? 앞으로는 말 끊지 않기를 계속 연습하고 실천해야겠다. 경청은 정말 어렵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아빠가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해 주는 아빠다. 나도 좋은 아빠라고 하면 퇴근해서 피곤해도 아이와 놀아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주거나, 공부를 잘하도록 책 읽어주고 공부시키는 아빠를 떠올렸다. 하지만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아빠가 좋은 아빠라고 한다. 좋은 아빠는 아이가 속상해하면 가장 먼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아이의 실수보다 감정에 먼저 귀를 기울인다.
아이가 비싼 도자기를 깼을 때 '이게 얼마짜리인데 도자기를 깼냐'며 아이를 구박하면 안 된다. 아이가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이 말은 나도 하도 많이 들어서 누구에게나 실천을 잘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다 보니 더 어렵다.
아이가 스트레스받고 아파하는데,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러냐고 내 판단을 말했다가 아이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다. 그러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는 것이, 비싼 도자기를 깼을 때 도자기 보다 아이를 먼저 챙기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앞으로 아이가 속상해하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 아이의 마음 먼저 챙길 것이다.
아이를 혼내고 난 다음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면 안 된다. 감정적인 연결이 단절된 상태에서 물질적 보상이 이루어지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보상 먼저가 아니라 화를 낸 것을 먼저 사과하고, 네 입장에서 억울했겠다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이 방법은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는 있는 그대로 본인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자기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고, 자존감도 함께 성장한다.
아이에게 진짜로 필요한 건 맛있는 음식도 여행도 아니다. 자기감정을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공간,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존재,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하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아빠가 진짜 좋은 아빠다.
아이들은 아빠가 실패를 어떻게 처리하고 극복하는지 지켜보며 배운다. 아빠가 회복 루틴을 능숙하게 사용할수록 아이들 역시 관계에서의 실수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회복 루틴 즉 아빠의 리커버리 코드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회복 가능한 부모가 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다. 이것을 삶에 적용하는 순간 당신은 아이에게 관계에서의 복구 능력을 물려주는 좋은 아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진짜 성공적인 아빠의 모습이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보고 배운다. 우리가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며, 그것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똑같은 능력을 키우게 된다. 결국 부모의 감정적 성숙은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배움의 환경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가족 루틴 보드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 아이와 함께 루틴을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아이가 나처럼 이미 훌쩍 커버렸을 때는 아이와 함께 만났을 때 얘기할 내용을 정해보는 것도 좋다 부부끼리도 일주일에 한 번씩 외식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의논해 보자. 나도 외식하면 밥만 먹고 왔는데, 함께 나누면 좋은 주제를 찾아봐야겠다. 아이가 다 커도 엄마 아빠의 행복한 모습은 아이에게 엄청난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집에서 함께 밥 먹는 사람들과 매일매일 5분씩이라도 하루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나 힘들었던 순간을 이야기해도 좋고, 오늘 하루 스스로 뿌듯했던 순간이나 살짝 아쉬웠던 순간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당장 해봤는데 남편은 회사에서 좋았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뿌듯했던 순간도 아쉬웠던 점도 없단다. 아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할 기분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미리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럼 자취생이나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떡할까? 나 자신과 이야기하면 된다. 저녁에 혼밥을 하면서, 또는 자기 전에 오늘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간단히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스스로의 성장 속도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아주 기본적인 용어긴 하지만, 버그 리포트(Bug Report)는 소프트웨어,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발견된 오류나 결함을 개발팀에 알리는 문서 또는 보고서를 말한다. 사용자가 불편을 겪거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작성한다.
패치 노트(Patch Notes)는 업데이트되었을 때, 어떤 변경 사항이 적용되었는지 알려주는 문서로, 주로 버그 수정, 새로운 기능 추가, 개선이나 변경 사항 등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해 준다. 사용자가 업데이트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아빠는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많이 애썼던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과거의 루프를 끊어낸 증거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상속이라고 본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노력하고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부분에 있는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사과문은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나도 내 안의 작은 나에게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이제는 내가 지켜주겠다고 말하고 싶다. 진심을 담아 나 자신을 안아주는 순간, 나의 아이도, 배우자도 그리고 나 역시 좀 더 따뜻한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모든 아빠들의 마중물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한 저자는 아빠라는 역할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진행형 프로젝트이며, 아이와의 관계 역시 완료가 아닌 진행 중인 과정임을 강조한다. 아이와의 소통이 바로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아이와 함께 부모의 성장을 이루어나가길.
지금 아빠 2.0으로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