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설득 -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케빈 더튼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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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Simplicity 단순성

Perceived self-interest

본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

Incongruity 의외성

Confidence 자신감

Empathy 공감 능력

이 책의 원제는 Flipnosis다. 반전 기술. 최면술이 Hypnosis고 Flip이 빈대떡 뒤집는 것처럼 뒤집기니까 최면술의 발음과 Flip을 합쳐서 사람 마음을 뒤집어 버려서 반전 기술이라고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다. 뒤집기 기술하면 뭘 뒤집나 여러 가지로 해석되니 반전 기술이라고 한 듯? 사전에도 없는 Flipnosis라는 단어의 찰떡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차례 앞 페이지에 Flipnosis의 발음기호와 함께 이 단어를 정의해 놓았다. incisive, inch-perfect influence. AI에게 물어보니 날카롭고 완벽한 영향력, 명쾌하고 정확한 영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각자 편한 대로 기억하면 좋을 듯.

반전 기술은 단 몇 초(秒)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이 <초(秒)설득>인가 보다. 여기에는 5가지 영향력인 SPICE가 있다. 영어로는 양념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잘 배합하면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이 책에서는 반전 기술에 대한 내용을 주로 6장에서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누구나 신기한 설득의 세계로 푹 빠지고 말 것이다. 다양한 설득의 실례들과 반전 기술(Flipnosis)에 대한 내용인데, 전문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해하기 쉽고 너무 재밌어서 일상생활에서 막 실험해보고 싶어진다. 나는 동네 병원에 가서 여기서 배운 기술 하나를 써먹어 보았다. 갈 때마다 불친절한 의사 선생님에게 집에 있는 두유를 하나 가져다 건넸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면서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시게 아닌가. 사소한 것이라도 일단 받는 순간 상대방에게 호의적으로 되는 것이 신기했다.

설득의 힘은 어디서 올까? 100%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설득의 달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여러 상황과 일화를 통해 설득의 마술사가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나와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 책을 반복해서 보고 어디에 적용해 볼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설득을 잘 하는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사이코패스도 설득의 달인이었다.

반전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기꾼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설득 요소이다. 나는 3As보다 스파이스(SPICE) 하나만 기억하기로 했다. 스파이스의 첫 번째인 단순성과도 뭔가 어울리는듯? 기억할 것을 더하기보다 뺄 수 있는 것은 다 빼고 하나라도 확실하게 기억해야겠다. 반전 기술 외에도 내가 재밌었던 내용을 조금 간추려 보았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주의를 줄 때는 내려다보며 말하지 말고 올려다보며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차분하게 말하고 스스로가 상대방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몫을 한다. 이것은 의외성공감 능력이 아닐까? 어른이 키가 크니까 당연히 내려다보는데 앉아서 올려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의외다. 그리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주는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본다.

동물들의 설득기술은은 인간보다 훨씬 우수하다. 동물들에게는 오차 없이 미리 정해진 반응을 불러내는 특효약이 있는데 생물 행동학자들은 이 근본적 설득 무기를 관건 자극(Key stimulus)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인간과 편리한 본능 사이에는 의식이라는 오존층이 있어 정말 특별한 말들만 그 층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스파이스(SPICE)가 필요한 듯.

갓난 아기는 완벽한 설득 기계다. 사람을 조종하는 아기들의 능력은 거의 예술 수준. 아기들은 어떻게든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돌보게 만들어야 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렇게 해 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해야 했다. 그 확실한 설득 능력은 탁월한 음향효과를 갖고 우는 능력, 엄청난 귀염성, 빤히 바라보며 사람을 최면에 걸리게 만드는 그 눈동자다. 정말 이 세상 모든 아기들은 너무 귀엽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맨은 행복한 가족, 귀여운 강아지, 노부부, 웃고 있는 아기의 4 가지 사진 중 하나를 넣은 지갑을 각각 40개씩 도시 곳곳에 뿌리고 어떤 사진을 넣은 지갑이 가장 많이 되돌아오는지 실험했다. 그중 노부부 사진은 28%, 가족사진은 48%, 강아지는 53%인데 반해 웃는 아기 얼굴 사진은 무려 88%나 돌아왔다. 의사전달에 있어 아기보다 나은 경쟁 상대는 역사상 없다.

아기들의 귀여운 모습과 마찬가지로 시선을을 마주치는 것도 설득력에 관건 자극 역할을 한다. 시선 접촉을 늘리면 환심을 살 수 있다. 대화 중 55%는 시선을 맞추는 것에 달려 있다. 눈에는 우리 지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감정으로 가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정작 말 내용의 전달 비율은 7%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발표를 잘하는 것 보다는 시선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 특별해서 주의를 끄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 바라보는 곳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동공은 보기 좋거나 더 관심 있는 것을 보면 확대된다. 그래서 관심있는 사람을 보면 동공이 커져서 매력적으로 보이나보다. 불빛이 희미하면 낮은 조명을 보충하기 위해 동공이 확대되고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그래서 패스트 푸드점은 빨리 먹고 나가라고 어디나 조명이 밝다.

똑같은 와인을 각각 $90, $10로 가격을 달리해서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실험했다. 전문가조차 $90짜리 와인이 더 맛있다고 했다. 똑같은 와인을 비싼 병과 싼 병에 담은 실험에서도 비싸고 고급진 와인병에 담은 것이 더 맛있다고 했다. 기능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관찰한 결과 비싼 것은 두뇌의 쾌감 감각 부위인 내측안와전두부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 활동을 더 자극했다.

또한 사회 계급에 대한 연구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어떤 아이를 상류층이라고 들은 사람들은 아이를 더 똑똑하게 평가하고, 성취도가 해당 학년보다 수준 이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사회경제 조건은 와인, 사람 그 외 모든 일에서 관건 자극 접근법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인 중 세무사를 하는 분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거였다. 사람들이 차를 보고 더 신뢰를 해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 그럴까 싶었는데 이 실험 결과를 보니 정말이었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우리가 깨닫는 이상으로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실험으로 외모와, 옷차림, 옷의 색깔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너 때문에라는 말은 남 탓, 세상 탓하는 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 감독 퍼거슨이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 때 우리를 실망시키게 될 선수 3명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봉투에 넣어뒀다는 말을 하자 모든 선수들에게 게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16년 동안 22개의 경기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실은 이름을 적은 봉투 같은 것은 없었다.

동물원에 가기로 했는데 좌석벨트를 안 매는 말 안 듣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따로 불러 너 때문에 동물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기다린다. 네가 좌석벨트를 할 때까지 출발할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느라 시간을 끌수록 동물원 구경 시간이 줄어든다고 하니 바로 차에 탔고 그 후로는 아주 착하게 굴었다고 한다.

그래서 너 때문에를 아파트 층간 소음이나 댕댕이 소음에 적용해 봤다. 이 아이가 좌석벨트를 하면 동물원 구경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데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보상이라 어려운 문제다. 마음껏 짓는 댕댕이도 주인에게는 보상이 없으니 해결하기가 어렵다. 초설득의 스파이스(SPICE)가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접 찾아가 따지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스파이스를 연구해서 설득 문구를 작성해 관리사무소에 방송을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순서효과 : 정보를 제시하는 순서가 사람들의 생각을 결정한다. 기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거부하는 85세의 할머니에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남의 도움을 받는 가능성도 생각해 보라며 옆집 부인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었다. 그런데 순서를 다르게 옆집 부인이 홈케어 서비스를 받고 훨씬 행복해 보인다고 한 후, 한번 받아보시면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요술지팡이라도 휘두른 듯 바로 흥미를 보였다. 이야기를 잘하면 우리 마음은 너무 쉽게 움직인다.

정박효과(Anchoring Effect) : 최초에 제시된 정보(닻, Anchor)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심리 현상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10,000인 치즈와 \9,980인 치즈가 있다면 어떤 것을 살까? 왠지 만 원의 원가는 더 싸게 느껴지고 정확한 가격의 치즈는 원가도 비쌀 것 같다. 그러면 \10,850은 어떤가? 도매가로 생각하는 금액이 훨씬 더 올라간다. 나는 일단 제일 싼 것을 사겠지만 말이다.

집 내 놓을 때 가격 책정 : 이것은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집 내놓으실 분들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 10억에 나온 물건과 9억 8천에 나온 아파트가 있다고 치자. 얼마 차이 안 나도 9억 8천이 더 저렴한 것 같다. 그럼 9억 8천790만 원은 어떤가? 뭔가 깎으면 안 될 것 같다. 실제로 미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10억으로 내놓은 집들은 정확한 가격을 제시한 집보다 가격이 더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숫자가 정확할수록 집값을 높게 받을 수 있다.

틀 짜기 접근법 : 틀 짜기 접근법. 영어로 무작위 판매 권유 전화를 콜드콜(Cold call)이라고 한다. 저는 A 보험사의 누구라고 하면 바로 끊는다. 하지만 전화를 해서 미신을 믿냐고 묻는다. 대부분 안 믿는다고 한다. 아무것도 팔려고 하지 않고 일상에 공감한 후 주위에 선생님이든 건축사든 특정정 직업을 가진 친구를 아냐고 묻는다. 한두 명 있다고 하면 소개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꼭 다시 전화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이 허락을 받는 것은 상대방이 자기가 한 말을 지키도록 만든다.

이 허락을 받는 방식으로 식당의 노쇼(no-show) 비율을 30%에서 10%로 줄였다. 일정이 바뀌면 연락 주세요라고 말하던 것을 일정이 바뀌면 연락 주시겠어요? 하고 묻고 예약자가 "'라고 대답하게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약속을 잘 지키는 일관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실은 이 영업사원이 공손하기는커녕 귀찮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우선 전화로 귀찮게 했고 친구들 연락처를 뒤지게 만든 이중으로 고통을 줬다. 하도 정중하게 전화하고 공손하게 인사하고 미안한 투로 얘기를 하니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주위 사람 이름이라도 알려줘야 할 것 같이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틀을 짜서 사기도 치고 영업도 하고 사이비 종교나 광신도 집단에 빠지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나온 여러 가지 실험 결과로 알게 된 무시무시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그 말을 믿게 된다. 무슨 소리를 하든 다 믿게 되는 것이다. 왜 세뇌를 당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학습된 무기력 : 파블로프는 조건반사 실험으로 유명하다. 개는 먹이를 보면 침을 흘리는 무조건반사를 한다. 그런데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종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먹이가 없이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는 실험이었다.

인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여기에 소리 다음 전기 충격을 더했다. 소리만 들어도 공포를 느끼는지가 실험 목표였다. 이 두 가지 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개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 놓았다. 그리고 개들을 풀어주고 도망갈 기회를 줬다. 전기 충격 없이 소리만 듣고 피하면 조건화가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개들은 소리를 듣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리 없이 전기 자극을 주었다. 그런데도 개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이것이 학습된 무기력이다. 계속 실패를 하거나,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중독이 되는 게 아닐까?

은근히 재미있는 퀴즈도 있다.1~100 사이에 9가 몇 개나 있을까? 20개다. 낚시꾼 문제는 대각선으로 놓으면 되고, 대처 착시현상은 거꾸로 보면 오른쪽 사진은 대처가 아니라 괴물 같았다. 너무 신기했다. 나는 106페이지의 바보의 돈 계산을 이해하느라 정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나 모른다. 결국 이해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기쁨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끝으로 나만 바보인지 다 같이 바보인지 실험해 보겠다. 책에 나오는 간단한 덧셈 문제다. 나 역시 틀렸다. 나는 바보 인정.

맨 끝에 답 미리 보기 없기!

아래로 스크롤 하면서 천천히

암산으로 덧셈을 하고

답을 말하면 된다.

계산기를 사용하면 반칙이다.

반드시 암산을 해야 된다.

1000

40

1000

30

1000

20

1000

+ 10

______

다 더하면?

얼마?

정답은?

5,000!

나도 그랬다.

틀렸다.

정답은 4,100이다.

우리 뇌의 기대치에 가장 부합하는 숫자가 5,000이었기 때문에 틀린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늘 속고 사기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 보다. 똑똑하고 많이 배우고와는 상관 없이 상대방이 맘 먹고 사기치려 하면 당하게 되니 늘 조심하자. 너무너무 재밌고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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