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부터 시작된 마음의 여정 - 누구나 갖고 있는 우리들의 가족 이야기
김명준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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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상 속에서 은은히 생기는 편안함과 믿음. 집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해 주고 안아 주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과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이다.

이 책은 평범한 아홉 명의 저자들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다. <집에서부터 시작된 마음의 여정>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집은 그저 건물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집, 내 집, 행복이 꽃 피는 집 등 뭔가 다른 말이 앞에 붙으면 갑자기 집이라는 단어가 온기를 띠게 된다. 이 책 제목에서의 집은 사람마다 다양한 온도를 지니고 있기에 아무런 수식어도 붙지 않은 것 같다.

솔로의 삶을 살지만, 완벽하지 않은 가족이라도 가족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김명준 작가님, 믿을 수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지 느꼈다는 김지수 작가님, 마음의 모양은 동그라미라는 박성호 작가님, 내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가족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박훈민 작가님, 교회를 통해 온 가족이 구원 받은 파란 만장한 삶을 사신 심종하 작가님, 친정과 시댁 모두 제사를 지내지 않아 명절 때마다 여행을 한다는 이경미 작가님, 엄마와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임종미 작가님,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특별한 여행을 한 오세환 작가님 그리고 요리 잘하는 남편과 행복한 오아름 작가님의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우리 가족을 한번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싱글로 사시는 분과 명절 때마다 친정식구 시댁 식구 함께 여행을 간다는 분의 이야기가 제일 부러웠다. 결혼하자마자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나는 남편과 허구한 날 싸우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실버 하우스를 들어가시고 그렇게 쉽게 없애버린 제사를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지냈는지 지나온 세월이 너무 억울했다. 제사가 없어지자 명절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도 가게 되었다.

제사를 좋아하는 며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제사 음식을 만들고 가족끼리 모여서 제사 음식을 먹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며느리가 있다면 나는 그분이 제사를 지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요리하는 것 자체가 싫다. 지금도 남들이 해주는 음식이 맛있다. 라면 하나도 남이 끓여줘야 맛있다. 그래서 명절 때만 되면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팠다. 지금 같으면 시아버님을 설득해서 제사를 없앴겠지만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면 설령 틀린 말이라 해도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옳은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임종미 작가님의 이야기가 더 와닿은 것 같다.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 것, 내가 행복해지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행복해지기 위한 제사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며느리와 아들이 싸우면 손자까지 피해를 입고 시아버지 혼자서만 행복한 제사는 없애야 하는 거였다. 엄마 아빠가 명절 때마다 싸우니까 아이는 불안해서 손톱을 물어뜯어서 손 끝이 다 뭉툭해져 버렸다.

아들과 며느리가 싸우면서 억지로 마련한 제사상을 받으며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그래도 행복하셨을까? 뭉툭해진 손주의 손을 보며 그래도 제사상을 받고 싶으셨을까? 나는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에게 제사를 강요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하는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제사를 없애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가족여행을 가야 마땅하다. 물론 진심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좋고 즐겁다면 그 분은 제사를 지내는 것이 맞다.

나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친정에 오빠도 있지만 우리 집에 제사는 없다. 기독교도 안 믿는데 제사를 안 지낸다. 그저 각자 알아서 그리워하면 된다. 어제가 엄마 기일이어서 남편과 엄마 이야기를 하며 술 한잔 나누었다. 이게 진짜 제사가 아닐까. 그 누구의 희생도 필요하지 않은. 그래서 돌아가신 분도 살아 있는 사람도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그리워 하는 제사.

이 세상 모든 며느리들이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의 행복을 양보하면서 자신의 건강까지 희생하면서 그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의미 없는 열녀문 같은 삶을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임종미 작가님도 말한다. 이제는 내가 선택하고 싶다고. 그리고 나와 같은 딸과 아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자신의 자녀는 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사람, 부모는 항상 자신의 편임을 알 수 있는 사람,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부모인 사람, 본인이 어떤 모습이어도 부모는 나를 사랑한다고 믿을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한다. 엄마와 아빠가 주는 사랑만큼은 충분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단다. 나도 이미 다 커버린 아들이지만 뭉툭하게 다 닳아 손톱이 거의 없는 아들 손을 이제라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홉 명의 작가님들의 다양한 색깔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나보다 더 힘들게 산 인생 이야기를 통해 이제는 나도 나의 가족과 함께 인생을 캠핑처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끼리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직시하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지금의 행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고 과거의 아픈 상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려는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나에게 찾아온 소중한 선물이었다.

밤이 되면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장작불을 피워놓고 가족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소한 대화에도 마냥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자연 속에서 새소리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도 상쾌하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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