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너에게
박석현 지음 / 좋은땅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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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한다는 것은 정성을 다하는 일이기에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쉬운 일을 안 하거나 가끔 하는 것이다.

<스무 살의 너에게>는 저자의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과 3년 후 스무 살이 될 딸, 그리고 그의 이십 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스무 살을 떠올리며 기획한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스무 살의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하루 3페이지씩 책 읽기와 부모님께 많이 질문하기였다.

이 책은 단어 옆에 바로 뜻이 적혀있다. 그래서 나도 생각 없이 쓰던 말들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되었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십 대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 저자의 애정 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시의적절(時宜適切 그 당시의 사정이나 요구에 알맞음), 죄를 사(赦 지은 죄나 허물을 용서하다)하다, 업(業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등 단어의 의미를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도 참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단어 뜻만 제대로 알아 놓아도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육도윤회(六道輪廻 인간이 죽어도 그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 교리)라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는 이 육도윤회를 줄인 말이다.

불멍, 물멍, 하늘멍 등 명상이나 운동이 힘들다면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창조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멍 때리는 시간이 있어야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니까, 나도 앞으로는 독서를 하다가 잠시 쉴 겸 내용도 음미할 겸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확행까지 못해도 상관없다. 아보하,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주 보통의 하루면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아주 평범한 하루에서 아주 평범한 일에서 그냥 느끼는 것.

옛날에 어떤 사또가 개가 고양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풀어주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곤장을 쳤단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자와 싸우는 게 어리석어 곤장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개랑 싸워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이 되고, 지면 개보다 못한 놈이 되고, 비기면 개 같은 놈이 되는데 왜 개와 싸우려 했냐는 것이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용이다.

70년간 12,600권의 책을 읽고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고 책을 읽기를 잘했다며 생을 마무리했는데 무엇이 남았을까? 책을 읽으며 글도 써서 책을 냈다면 어땠을까? 책이 아니더라도 <안네의 일기>나 <난중일기>처럼 그저 써서 기록이라도 남겼다면?

몇 천권을 읽었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자. 동화책을 읽었어도 한 권이고 100페이지 책을 읽어도 한 권이다. 100권 책을 읽었다고 해도 그걸 검증할 방법은 없다. 물론 읽은 책을 다 이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말에 뜨끔했다. 나도 올해는 100권 이상을 읽었는데 어떤 책은 너무 어려워서 읽기는 했지만 이해를 못 해서 안 읽은 것과 같았고,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 같은 것도 많았다. 물론 나는 블로그에 기록을 해왔기 때문에 백 권 이상 읽은 것을 증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책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몇 권을 읽었다는 말은 그저 자기만족이나 스스로에게 주는 위안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실천이다. 나는 실천력이 꽝이다. 하지만 남과의 약속은 잘 지킨다. 이런 내 성격을 이용해서 서평단을 시작했다. 서평단은 마감일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읽고 기록을 해야 했다. 작년 이맘때쯤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해 보았다. 예전에는 거의 책 내용을 베끼고 내 생각을 조금 추가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내 생각을 조금 더 길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책 내용도 작년보다는 더 이해가 된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며 읽으니 나왔던 단어가 또 나왔고, 한 번 들었던 이야기가 또 나오니까 읽는 속도도 쬐곰 빨라졌다. 모두 기록을 해 놓았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했다. 그저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충분하다.

우리는 누구나 다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무 살의 나는 부족한 것이 있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부족함을 채워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매일 같은 생각과 같은 말을 하며 살았다.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머릿속에 무언가를 넣는 것이 공부인데 책 내용은 잘 안 들어가니까 편하게 영상을 보며 인생 공부라고 생각했다.

독서는 가장 중요한 습관이다. 저자는 하루 3장의 책도 읽지 않았다면 잠들지 말라고 한다. 하루 3장만 읽어도 한 달에 한 권의 독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면 기억이 되지만 글을 쓰면 기록이 된다. 하루를 그냥 보내면 기억이 되지만 글로 남기면 기록이 된다. 이 기록이 쌓여야 비로소 역사가 된다. 하루에 책 몇 장 읽을 정성과 노력 없이 매일을 산다는 건 내 삶에 대한 큰 결례다.

옛날 기억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도구는 역시 사진과 글인 것 같다. 기록은 기억을 소환한다. 아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였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 딴 아기 사진을 보는 듯 신기해한다. 신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때의 기억을 자신의 자녀가 크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게 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금주와 금연도 다짐하고 공표까지 했다면 실패할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본래 사람은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작심삼일이어도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이때 기록을 남겨 놓으면 성공해도 실패해도 나의 역사가 된다. 남는 것은 나의 기록뿐이다.

다단계에 대해서도 나온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다단계에 빠지면 남을 팔아서 내가 사는 방법을 택한다. 나도 참 다양한 다단계를 가입하고 손해를 봤는데 저자는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 너무 멋있었다. 책을 많이 읽어서 현명한 판단이 가능하셨던 것 같다. 건강식품과 화장품 뿐만 아니라 교육 다단계까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스무 살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다단계 피해로 고통받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요즘은 비혼 주의자가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 아들은 여자친구도 없으면서 벌써 가사 분담은 물론 자식 교육 방법까지 생각해 놓고 있다. 나도 비혼 주의자였는데 결혼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되니 이 세상에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둘이나 생겼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동화처럼 아름다운 부분은 노인에게 묻는 삶의 지혜였다. 나도 엄마에게 엄마가 살아온 삶은 어땠고 그때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물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살기도 바빠서 엄마에게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부모님께 묻고 또 묻자.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너무도 행복해하실 것이다. 난 엄마에겐 못했지만 남편과 아들에게라도 관심 어린 질문을 던져주겠다.

"우리는 그들의 나이를 살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나이를 경험해 봤다. 내가 몰라서 질문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질문하지 않으니 애초에 모르고 사는 것이다. 물을 사람만 곁에 있다면 묻고 또 물어라." (p.196)

노인 답지 못한 노인도 있다. 열차를 타고 가는데 여기 제 자리라고 어떤 여학생이 말하니까, 할아버지가 니가 딴 데 가서 앉으라고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내가 어른이니까 어린 네가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을까? 학생이 다른 자리에 앉아 갔는데, 내가 더 화가 났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예의 바르고 어른다운 어르신들이 더 많기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살만한 것이 아닐까?

스무 살을 먼저 살아 본 선배가 스무 살 후배에게 들려주는 재밌게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스무 살이 되는 모든 자녀에게 선물해 주면 인생에 딱 한 번밖에 없는 스무 살에 받았던 평생 보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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