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미, 무엇이 나를 통제하는가 - 인생각본, 해방에 대하여
이진동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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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기 이전의 아기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신체 조직에 새겨진 기억은 평생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뇌의 기억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짓, 태도, 발걸음, 음성 등으로 출현된다.

아기의 기저귀를 계속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나는 보살핌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몸에 저장한다니... 아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피부와 온몸에 기록하고 있었다.

피부에 저장된 이 몸의 기억은 평생 사라지지 않고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인생 각본의 근거가 된다. 부모의 바람과 욕심이 들어간 부모의 사고방식이라는 아주 강력한 틀 속에 우리를 묶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의 탐욕이 들어있는 인생 각본에 따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인생 각본을 연기하는 인생 무대에서 내려와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자유로는 삶을 위한 방법으로 교류분석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인생 각본의 해결 방안인 실존주의 철학을 접목해 본다.

교류분석(TA : Trasactional Analysis)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성격 유형과 상담이론이다. 나와 사회를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무의식, 자아, 초자아라는 개념만 익숙한데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에릭 번(Eric Bern)의 자아분석을 다룬다. 자아를 부모 자아(Parent ego), 어른 자아(Adult ego), 어린이 자아(Child ego)의 세 가지로 분석한다. 사람들의 상호작용은 이 자아 간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류분석 상담은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돕는 심리 상담 기법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여 대인관계나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와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임 분석도 소개한다.

부모가 원하는 삶이 인생 각본이다. 아이는 부모가 낳았지만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가 부모의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결과라도 그것은 부모의 것이다. 네가 아들(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던가, 너는 누구보다 못하다는 식의 비교를 통해,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자라갈 것을 강요받는다. 부모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면 아이 앞에서 결코 함부로 행동하거나 말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의 금지어는 비언어적 방법으로 전달되는데 부모에게 받는 메시지는 아이들의 의식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자라면서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확인되고 강화되면서 의식의 내면에 뿌리내린다. 이것이 성인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금지어나 몰이어(강요의 말)를 따르며 일생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에게서 사랑받기 위해 각본을 만들었다. 부모의 권위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항상 똑같이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가 만들어준 인생 각본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한다. 그러나 매 순간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참자아로 깨어 있으면 부모 자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선택과 결단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생존, 애착, 정체성, 역량, 안전 금지어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나와 공통되는 부분은 잠시 멈추어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읽었다. 나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나의 자아 상태를 파악하고 엄마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의 mbti를 알면 갈등 상황에서 도움이 되듯, 각자의 인생 각본을 이해하면 서로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자율성을 회복하려면 나의 내면에 소외시켜 왔던 진정한 수용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능력인 자발성을 개발해야 한다. 자발성은 순수하게 자신이 독립된 존재임을 깨닫는 자아의식에서 나온다. 그리고 상대의 감정 상태와 욕구를 서로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친밀감이 필요하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형을 앞둔 좁은 감옥에서 행복하기로 선택했다. 시지프스는 바위를 정상으로 끌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꼈다. 이때 신의 형벌은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주어지는 행복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다.

끝으로 금지 각본을 치유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인 선택의 자유가 각본이 초래한 삶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다. 선택의 자유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각본에서 벗어나, 변화된 삶으로 인도해 주는 선물 같은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그릇으로 태어났다. 이 그릇에는 태초에 주어진 사명이나 의무도 없었다. 무엇을 채워 나가든 자유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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