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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도문화의 악의적 취사모방 - 2017년 『제국과 유신의 검찰』 전면 개정증보판
최영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으로 검찰 제도문화의 선의적 모방으로서 일부 개혁이 있었으나 아직도 일제를 악의적으로 모방한 반문명적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검찰 제도문화의 악의적 취사 모방》을 통해 검찰의 과거 회귀 차단,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 및 검사실 참여 제도의 폐지, 집행관 임명제도 개선, 검경 간 견제와 균형 확립을 통한 검찰의 무소불위 해체, 그리고 이 책이 검찰의 과거사 행적에 관한 심층 연구를 촉발하는 밀알이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2017년 출간한 <제국과 유신의 검찰>이후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 지금까지 연구 성과를 모두 반영하고, 전면 개정, 증보해서 이 책을 펴냈다.
이 땅에 최초로 검찰 제도를 심은 주체는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검찰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일제였다. 1872년 현재 법무대신인 사법성 초대 사법경 에토 신페이(江藤新平)의 주도로 프랑스의 검찰제도를 모방한 사법직무정제(司法職務定制)를 공포했는데, 이 법령에서 검사(檢事)와 판사(判事)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1910년 설치된 식민통치기구인 '조선총독부'는 조선 총독이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을 모두 장악하며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때까지 우리나라를 강압 통치했다. 오늘날 '검찰청'이라는 명칭은 일본의 '검사국'이 효시이고, 일본의 '검찰청 법'을 모방한 것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뒷받침하며 현재까지도 그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검사의 수사권 독점' 조항은 일본 검찰의 무소불위를 악의적으로 취사 모방 한 것이고, 66년 만인 2020년 폐지는 경찰이 국민보다 검사를 섬기던 검찰의 무소불위 해체를 향한 선의적 모방이었다.
'검사에 대한 수사보고 의무'조항은 일본이 패망 직후 폐지한 검찰의 무소불위 제도를 악의적으로 취사 모방 한 것이었고 61년 만인 2020년 폐지되었다. 그리고 '검사의 지배적 수사지휘권' 조항 역시 66년 만인 2020년 폐지되었다.
제3장의 '검사실 검사의 아바타 제도'는 '참여 수사관'을 말한다. 1991년 저자가 처음 검찰에 들어왔을 때, 검사실에서 검사의 대역이 되어 피의자를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 직원을 '입회 계장' 또는 '참여계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입회 서기'라고 불렀고, 그 이후 현재까지 '참여 수사관'으로 부르고 있다.
검사실에는 보통 검사 한 명당 참여 수사관 한 명 또는 두 명이 근무한다. 참여(參與)는 어떤 행위의 주체가 아니면서 그 행위를 지켜본 것에 관하여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피의자 신문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검사다. 검사의 직무수행은 참여 수사관의 능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 참여 수사관에 대한 검사의 신임은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해서 검사에게 바치느냐에 달려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참여 수사관으로서 15명의 검사와 차례로 근무하는 동안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직무는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업무였다고 한다. 저자는 지금의 '검사실 참여'제도를 폐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검사실 참여'라는 규정을 빙자해 형사사법 정의와 절차를 교란해 온 검사는 마치 자신이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한 것처럼 유죄의 증거로 법정에 제출한다. 이런 조서를 "검사가 신문하고 작성한 조서다"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거나 궤변이다. 이 말을 들으니 도서를 무료로 받고, 출처를 밝히지 않으시는 분들 생각이 났다. 침묵도 때로는 거짓이 된다.
저자는 검찰에 입문 당시, 참여계장 선배들에게 피의자로부터 자백 받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검사에게 대우를 받을 수 없고, 검찰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얻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2000년 5월부터 검사실 참여 수사관으로 근무했는데, 자백을 받지 못하는 참여계장은 무능한 취급을 받았고 자백 강요가 만연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검찰 제도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달라져야 할 것을 전제로 일제 입회 서기를 대체한 일본의 검찰사무관의 직무 범위에 관한 일본 형사소송법 규정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형사사법 정의와 절차를 교란해 온 '검사실 참여' 조항은 일본이 패망 직후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 검찰 권력의 산실인 검사실에서 행해진 검사의 아바타 제도를 악의적으로 취사 모방한 것이다.
검찰은 아직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존재한다. 2020년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처'가 신설되었으나 영장 청구권을 지닌 검사를 주축으로 구성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허수아비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았던피의자 신문조서는 어차피 검찰에서 다시 조사하고 증거능력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의식 때문에 경찰이 무성의하게 조사해서 경찰의 수준 향상을 가로막았다. 검찰은 경찰 조서는 열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경찰에서 진술 한 내용인데도 사건 관계인을 소환해 이중 조사를 했다. 이런 차별은 검사실에서 얻은 피의자의 자백이 증거의 왕이 되게 해서 자백 강요와 가혹 행위를 부추겼다.
저자는 2000년 7급(검찰주사보)에 승진하여 검사실 참여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전관예우'의 실태를 알기 시작했다. 전관예우에는 검찰 부패의 진실을 무덤까지 가져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세월이 더 지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관예우는 검찰 내에서 가장 강력한 구속력과 집행력을 지닌 그들만의 초법적, 관습법적 제도이고, 사건 담당 검사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약물이며, 용을 미꾸라지로 변신하게 하는 마법 램프다. 만약 전관예우를 거역하거나 그 실상을 비판하거나 외부로 발설하면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검사장 이상의 고위 전관이 고위 현관에게 전화 한두 통 하면 그 아래는 도미노처럼 모두 무너졌다. 전직 고위는 3년 이내에 100억 원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3장에는 경찰부장에 대한 고등법원 검사장 훈시 원문과 번역이 실려있다. 나카무라(中村)고등법원 검사장의 10개의 훈시(1921~1929년)와 1931년 마츠 테라(松寺)고등법원 검사장 훈시, 1932년~1933년까지의 사카이(境)고등법원 검사장 훈시, 1935년~1937년까지의 카사이(笠井)고등법원 검사장 훈시, 1938년~1941년까지의 경찰부장에 대한 마스나가(增永)고등법원 검사장 훈시가 실려있다. 가타카나로 표기된 원문이 신기했다. 일제강점기로 시간 여행을 한 기분.
검찰개혁 완수는 이 땅의 100년(일제 36년+해방 후 74년)적폐를 청산하고 진정한 광복을 이루는 과업으로서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깨어 있는 국민의 여론을 바탕으로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성찰과 노력, 학자의 정론, 언론인의 직필, 공직자들의 도움과 성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 지식과 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