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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읽고 쓰는 힘 몸해력
디아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내가 글씨 쓰는데 마음을 기울이면 좀 더 반듯하게 쓰게 되고, 요리하는 데 마음을 기울이면 요리법을 몇 가지라도 더 배우게 되고, 한 사람에게 마음을 기울이면,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죠.
나는 '내 몸'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아플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책 제목의 몸해력이라는 말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내 몸을 읽고 쓰는 힘, 몸해력》이라니? 몸을 어떻게 읽고 쓴다는 걸까? 문해력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내 몸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일까?
저자의 말처럼 어떻게 지내느냐라고 묻기 보다 "몸은 좀 어때요?"라고 물으면 훨씬 친근감이 느껴지고 구체적인 답변이 돌아오는 것 같다. 아마 '몸'이라는 말은 마음까지 담긴 개념이어서가 아닐까? 먼저 몸을 어떻게 읽고 쓰는지 알아보자.
몸을 읽어요
우리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그저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모든 게 엉망이어서 회피 하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남들 때문에, 환경 때문에 늘 마음의 주인으로 살지 못한다. 그런데 진짜 괜찮아지려면 몸과 마음을 직시해야 한다.
몸 읽기에서는, 불안이 어떻게 몸으로 표현되고 어떤 방식으로 다스려야 좋은지 알아본다 그리고 지금에 맞는 열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내가 좋아지는 느낌에 집중하기. 이것이 마음건강을 으뜸 동기로 둔 몸 챙김이다. 이렇게 할 때 관리는 하되 몸에 덜 집착하게 되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불안할 때는 불안하구나, 그만큼 잘하고 싶구나, 하고 불안의 긍정적인 의미를 알아준다. 심장박동이나 땀처럼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몸의 반응도 차분히 읽는다. 자주 숨을 고르며 마음을 순간순간 불안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호흡법이란 몸이 알아서 숨 쉬도록 내버려두고, 마음은 깨어서 호흡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호흡을 지켜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폐의 건강도 좋아진다.
나는 요가가 하면 다리를 목 위에 걸칠 수 있는 어려운 동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찾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척추를 중심으로 분포된 생명 에너지가 강하게 교차하는 7개의 지점을 차크라 (chakra)라고 하는데, 차크라의 불균형으로 몸과 마음에 병이 찾아온다. 척추를 따라 분포되어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고루 좋게 하는 전통 치유 프로그램이 요가다. 그래서 척추를 부드럽게 하는 동작이 시작이자 끝일 정도다.
요가 동작으로 하체를 강화하며 버티거나 균형을 잡는 가장 쉬운 동작은 한 다리로 버티는 '나무 자세'다. 많은 사람이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이 맞지 않는데, 그럴 때는 안 되는 쪽(대부분 왼쪽)을 좀 더 하면 좋다. 만족이란 말에는 발 족자를 쓴다. 저자는 '지금 여기에 발 딛고 서 있기가 곧 만족하는 마음을 내는 연습이다'라고 해석한다. 나도 나무 자세를 해봤는데 왼쪽 발로 균형잡기가 흔들흔들 더 어려웠다.
30대 중후반쯤 불안하고 절박해지는 신호는 남은 젊은 기운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바람일지 모른다. 청춘이 끝난 느낌을 받은 건 열정의 다음 계절이 시작됐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 시작은 몸의 열정 주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열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올라가다 꺾이는 것도 아니다. 삶의 주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다. 쓰임에 따라 필요한 불의 종류가 다르듯 내 안의 열정 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불(열정)은 무엇일까? 그 불은 어떻게 누구를 향해서 타올라야 할까?
우리 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병으로 알려준다.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 전에 몸이 미리 경고장을 보내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몸이 경고장을 보내기 전에 몸을 잘 읽으며 지켜보자.
몸을 써요
어른의 재능은 꾸준함이다. 그래서 건강관리에서 꾸준함이라는 재능을 발휘하려면 목표를 생각했던 것보다 살 짝 낮게 잡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몸 관리를 할 때 자꾸 독해지자고 다짐하지 말자. 자기를 괴롭히며 살지 않아도 괜찮다. 운동이 좋아서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적금을 붓는 심정으로 하루치 운동을 하고, 약간의 보람을 챙긴다.
어른들은 자기를 파악하는 데 꽤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손해를 봐야 내가 얼마나 귀가 얇은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욕심쟁이인지 파악할 수 있다. 잡생각은 일상에서 몸 감각을 단절시킨다. 저자도 빈 시간이 조금만 생기면 영화, 영상, 음악 등 강박적으로 찾아 들어야 뭔가 알차게 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요가와 명상으로 생각을 따라가며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몸 감각을 느끼는 시간이 길었던 날일수록 콘텐츠들을 덜 보고 싶었는데, 마치 몸에서 콘텐츠를 밀어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생각을 줄이고 싶다면 클릭을 멈추고 몸에 일어나는 감각들에 주의를 돌려보자. 자주자주 몸 감각을 읽으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습관을 몇 초씩이라도 평화롭게 머무는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감각이 정화되면 가장 좋은 점이 알아서 해로운 것을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호흡 수련만 잘해도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내 의지력으로 독하게 술을 끊는 것보다 몸 감각이 정화되어 몸에서 과한 술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내가 가장 따라 하기 쉬은 것은 가슴을 하늘로 내밀고 걷는 것이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이 많을수록 등이 구부러지는데 가슴을 앞이 아니라 위로, 척추가 길어지는 느낌으로 걸으면 긴장까지 풀리게 해 준대서 집에서 의자에 앉아서도 하고 있다. 가슴 펴기는 평소 우울했던 사람이 웃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좋은 상태로 조율해 준다. 가슴을 펴고 있으면 우울한 생각을 하기 어렵다.
"지금 나의 몸 어디에 힘이 집중되어 있나? 그 힘을 어디로 옮기면 좋을까?"는 삶에서 균형을 잃었다 싶을 때나 몸과 마음이 아플 때 던져보면 좋은 질문이다. 우리 몸의 3가지 보물이 정·기·신(精·氣·神)인데, 정은 세포, 기는 에너지, 신은 정신이다. 이 세 가지 보물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좋은 것을 채우고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
허리 통증을 줄이는 가장 좋은 약은 배꼽 당기기의 생활화다. '잠그다, 조이다'라는 뜻의 '반다'는 너무 기본이라 중요한지도 몰랐다가 실제로 도움을 받은 저자는 역시 모든 공부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습관을 만들 때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지속하는 힘을 길러준다. 쉬우면 좋을 것 같은데 쉬울수록 쉽게 그만둔다. 수고로움은 몸이 기억하므로 습관을 들이기에 유리하다. 자기 전에는 핸드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북 등을 들어야 한다. 수면 음악보다 어렵거나 지루해지는 콘텐츠를 듣는 것이 수면에 더 도움이 된다. 수면 유도 음악은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책 표지의 바지 부분이 나는 여자의 긴 머리카락인 줄 알았다. 우울한 여자분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몸해력을 읽고 표지처럼 빛난다는 뜻인가? 했다는~ 그림을 자세히 보니 허리를 반으로 꺾은 모습이었고, 머리카락이 아니고 검은색 바지였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그라미는 거울이 아니고 삶이라는 동그라미였다.
시간이 일직선이라는 관념은 수학처럼 순수 관념일 뿐 '몸'이라는 삶의 변수가 개입되는 순간, 시간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굴러간다. 몸을 가진 동그라미 시간 속의 나, 지금 어느 시간대를 둥글게 걸어가고 있을까? 몸을 데리고 사는 우리의 성찰은 우리의 욕망을 거침없이 깨부순다. 그래서 몸은 마음공부를 하기에 안성 맞춤한 대상이다.
지금 내 몸에 어떤 감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을까? 몸이 말하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열심히 몸을 써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동그라미 시간 속을 걸어가 보자!
♥ 더퀘스트(길벗)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