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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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곱디고운 소리

내가 밥 먹는 소리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거니까

나부터 잘 챙겨 먹이라는 손글씨부터 감동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김제동 님의 공감 에세이 집이다. 중간중간 예쁜 그림도 많고 큰 글씨도 많은데, 나도 모르게 책을 덮고 생각하느라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여백에 총총히 박힌 평범한 일상의 말들이 밤 하늘에 박힌 별같다. 언어도 별이 될 수 있구나.

두부 짜글이 이야기 중 스스로에게 밥 잘 챙겨 먹이자는 말이 왜 이렇게 따듯한지 모르겠다.

살면서 미루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첫째는 설거지. 나도 밥그릇을 불려야 잘 닦인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는데, 식사와 설거지가 한 세트라니 잠시도 틈을 주지 말고 바로바로 씻기를 실천하겠다.

둘째는 대파 제때 자르기. 극 공감한다. 대파 손질 미루다가 다 썩거나 말라비틀어져 버린 적이 많아서 이젠 사자마자 바로 손질한다. 나는 대파를 사면 씻지 않고 바로 반 잘라 물 빠지는 야채통에 보관한다. 나는 실천 중.

셋째는 사랑고백하기.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님과 배우자에게 그리고 자녀에게 미루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자.

유기견 탄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좋은 점이, 커서 효도하겠지? 좋은 대학 가겠지? 하는 기대와 걱정이 전혀 없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도 자녀를 키우며 기대와 걱정 대신 "밥 잘 먹어라" 그럼 됐다, 이렇게 살 수 있으면 너무 행복하지 않을까?

김제동 님의 천재견 교육법. 탄이가 앉아 있을 때 "앉아"라고 하고, 서 있을 때 "서"라고 하고, 뛸 때 "뛰어" 하고 한다. 우리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 잘 하고 있을 때를 놓치지 말고 칭찬하자.

나도 탁자 귀퉁이에 잘 부딪힌다. 그래서 조심성 없단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땐 진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픈데, 거 좀 조심 좀 하란 말만 들어 봤다. 하나도 위안이 안 됐다. 이런 말 대신, 옆에서 "아, 그거 진짜 아픈데" 하며 누군가가 알아주면 낫는다고 한다. 옆에서 "오!", "어떡해!" 이래야 낫는다. 앞으로 나는 이렇게 말해야지.

아이가 컵을 깨면 이 컵이 얼만데라는 말말 대신 "놀랬겠다, 다친 데는 없니"란 말이 먼저고,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내가 너한테 들인 학원비가 얼만데라는 말 대신, "속상하겠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라는 말이 먼저이듯, 누가 무섭다, 아프다, 힘들다고 하면 "무섭겠다. 아프겠다. 힘들겠다." 하며 공감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도 배웠다.

김제동 님이 어릴 적에 강가에서 물놀이하던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나도 따라 행복해진다. 관장님께 혼나가며 어린 김제동 님에게 개인 지도를 해 주신 사범님 같은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사범님 지금은 관장님 되셔서 행복한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 내셨을 거다. 김제동 님이 행복했듯 그 사범님도 행복하시길...

수능 필수 과목에 국영수가 아닌 국수게, 즉 영어는 선택이고 게임을 넣자는 말에 아이들이 열광할 모습이 보인다. 왜 영어대신 게임일까 생각 해 보니, 일본만 해도 옛날부터 영어가 필수과목이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같은 제2외국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옆집 민철이는 18시간 동안 컵라면만 먹고 게임하다가 지쳐서 잤다는데,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게임을 못하는지 모르겠네.아휴 속터져." 아이가 "영어 공부 1시간만 하게 해주세요." 하면, "안 돼! 게임해야지 영어 할 시간이 어딨어!" 이렇게 혼 내키는 상상을 해 본다. 왠지 속이 후련한 기분이다.

나는 아들이 게임 실컷 하면 질려서 안할줄 알고, 게임 공략집은 물론 '현질'까지 지원 했었다. 엄마가 공부 하란 말이 제일 듣기 싫었어서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한 거였는데, 그냥 게임만 하더라. 이건 나의 실책. 김제동님 역시 게임만 하게 내버려 두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간절히 원할 때 그런 마음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당신을 웃기고 싶다' 이 말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음을 원초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웃기고 싶은 경우는 없으니까. 책 속 이야기 속에는 작은 웃음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듯한 온기가 흐른다. 나도 주위 사람들을 웃기기 까진 못 하더라도 미소 짓게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우는 사람에게 왜 우냐고 묻는 사람이 아닌, 옆에서 같이 울어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어머님 말씀에 무조건 네, 네 하신다는 말이 참 좋았다. 진작 알았으면 나도 그렇게 했을 텐데... 무조건 그러겠다고 하고 돌아서서 내 길 가면 되는 거였는데 굳이 엄마랑 싸워가면서 내가 옳다고 짜증 냈던 내가 부끄러웠다. 특히 교회 권사님이신 김제동님 어머님이 왜 스님과 자꾸 돌아다니냐고 난리가 났을 때 스님을 전도할 생각이라고 대답한 재치에 빙그레 웃었다.

나침반이 계속 흔들리며 방향을 찾듯, 흔들리는 건 끊임없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여러분도 좀 흔들려도 된다는 말... 김제동님 표현을 빌리면 마음이 후두둑 떨어졌다.

김제동의 팬이냐 물으면 아니라고 3번 부인한다고 해서 붙여진 팬클럽 이름 '베드로'. 나도 오늘부터 베드로 1일.

앞으로의 목표는 자기가 나무라는 생각도 없이 그냥 서 있는 나무처럼 무해한 인간 되기라고 한다. 유익한 인간은 피곤해서 되고 싶지 않단 말에 여유로움과 평안함이 잔뜩 묻어있다.

'머리말'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대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거라고 했는데, 정말 "내 말이 그 말이에요!" 하고 맞장구를 쳐 가며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을 일상의 귀한 여행자들, 여러분 각자의 길 위에 언제나 꽃들이 활짝 피기를 빕니다(p.95).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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