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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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어는 산으로 갔다. 봇짐장수 아들 최성원(미카엘)의 손에 들려 산속에 사는 배초향(베스티나)의 어머니 손에 전해졌다. 밥을 얻어먹고 감사의 마음으로 드린 고등어를 인연으로 원이와 초향이 결혼을 약속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 푸른 생선 고등어의 이야기는 초향, 송이, 유화 세 여인의 이야기다. 세월의 채찍에 멍든 등 푸른 이 여인들의 뒷모습에 울게 된다. 고마운 마음에 산으로 간고등어의 사랑은 엄마에서 엄마에게로 그리고 엄마가 된 나에게로 전해졌다.

아들이 천주교인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원이의 엄마가 초향이의 부모를 고발한다. 아무리 천주교를 믿는 며느릿감이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이 고발하면 죽을 줄 알면서 일부러 죽으라고 신고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 자식만 귀하고 부모 없이 살게 될 남의 자식은 어떻게 되는 상관없다는 말이니까.

결국 초향의 부모님(배문호 베드로와 마리아)은 고문 끝에 돌아가신다. 그래도 시아버지가 될 뻔했던 최서봉 덕분에 초향은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초향 앞에 울면서 사죄하는 최서봉. 이런 분이 계서서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 같다. 초향은 자기 부모를 죽게 만든 시어머니를 용서하며 고향인 경북 청송으로 내려간다.

부모님을 잃은 충격으로 유산을 한 데다가 몸이 쇠약해져 쓰러진 초향을 박춘삼(안드레아)이란 옹기장이 노총각이 구해준다. 산에서 굴을 파고 홀로 지내던 초향은 엄청난 한파가 닥친 어느 겨울날 동사 직전에 처하는데, 이때 춘삼이가 초향이를 또 한 번 살린다. 동상으로 발가락 3개를 잘라낸 초향은 결국 춘삼과 결혼하고 1892년 박송이(엘리사벳)를 낳는다.

초향이의 부모를 밀고해서 죽게 한 시어머니는 중풍에 걸리고 원이마저 초향이를 찾아다니다가 콜레라(호열자)에 걸린다. 최서봉은 죽어가는 아들을 수레에 싣고 38년 만에 초향이를 찾아온다. 그렇게 그리워했던 고등어가 맺어 준 인연인 원이는 초향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음 해 춘삼마저 72세의 나이로 시름시름 앓다가 곁을 떠난다. 초향은 딸 송이의 교육을 위해 경성으로 올라가 용산에 자리를 잡고 최서봉이 남긴 목돈으로 생선가게(어점)를 열었다.

전염병도 두려워하지 않고 원이의 마지막을 함께한 초향이의 행동에 울고, 박춘삼이 얼어붙은 초향이를 살리는장면도 감동이었다. 거듭되는 감동적인 장면드에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송이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민영민 얼굴에 화상을 입히고 자신의 손도 불구가 된다. 얼굴에 화상을 입어 흉하게 된 민영민의 복수로 초향의 가게는 1916년 폐업한다.

송이와 요한을 고문하고 괴롭히던 민영민은 결국 자살한다. 송이는 요한과 결혼해서 1920년 상하이로 간다. 송이는 백화점 구두매장에서 일을 하고 요한은 사무보조 알바를 하면서 첫째 딸 현화가 태어났지만 콜레라로 돌이 될 즈음 죽고, 둘째 딸인 고현아와 아들 고이현, 그리고 막내딸 고유화(아가타)를 낳는다. 그리고 어머니 초향이 72세의 나이로 두 남편 사이에 묻힌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기 전인 1945년 4월 송이는 53살이 되어 아들 고이현(15세)과 막내딸 유화(9세)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큰 딸 현아는 오브라이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아들 고이현은 전쟁에서 죽고 막내딸 유화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화는 자기 대신 총에 맞아 목숨을 구한 임현(가브리엘)과 결혼해서 임세현(스테파노), 임화령(마티아), 임세령(스텔라)을 낳았다. 유화의 엄마 송이는 미국 큰딸 현아에게로 가서 살다가 1978년 낙마 사고로 크리스마스 전야에 기쁨 가운데 고등어(高登魚, 높이 오르는 물고기)가 된다.

세 여인의 등 푸른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더 슬펐다. 나도 이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요한이 딸 유화에게 자장가로 불러주던 동요 <반달>, <고드름>, <고기잡이>는 가사를 읽을 뿐인데도 눈물이 났다.

명태 새끼를 노가리라고 하는 건 알았는데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라고 하는 건 처음 알았다. 고스톱의 고도리가 아니고 순우리말이란다. 한 손이 된 고등어의 고도리인 우리들은 또다시 고등어 한 손이 되어 고도리들을 낳고 사랑하고 그리고 다시 하늘로 오르는 고등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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