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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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성취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과 긍지와 자존감에 비하면 실패에서 오는 고통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p.8)


<새 마음의 샘터>라는 한 권의 책을 계기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었고,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돌베개 출판사의 대표가 되기까지 힘들고 슬프지만 우리를 힘나게 하는 여정이 담긴 에세이다.


한창 응석 부리고 돌봄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당장 먹고 자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던 저자. 구걸을 하고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시인은 우리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니까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돈을 주는 것이 그분들의 자립을 방해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사람의 선한 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정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도 저자처럼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다.

 

음지에서 꽃망울 하나라도 피워보려고 애쓰는 국화꽃을 보며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 국화꽃처럼 저자 역시 음지에서 자랐지만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슴 벅차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책에서 읽은 것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를 교육한 사람의 자부심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한자를 외울 때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무의 상태에 외웠는데 무의 상태에서 익히다 보니 심신이 맑아져서 나중에는 결핵까지 완치되었다고 한다. 기적처럼 결핵 완치판정을 받을 때 나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니까 하늘도 돕는구나 생각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뇌를 아무것도 없는 진공으로 만든 다는 표현은 요즘 말로 몰입이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반복되는 생활을 계속했다는 것은 루틴을 만들어 실천 한 것이다.


5월 19일 월요일 오전, 전라도 광주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신문사 같은 곳에 연락 좀 해 달라고, 태양이 뜬 아침나절에, 군인들이 시민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저자는 혹시나 해서 서점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다음날 신문 기사를 아무리 뒤져도 광주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것을 비롯한 그 당시 민주화 운동의 생생한 묘사들은 나를 그 시대로 데리고 간다.


어머니를 죽인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누구였을까? 아직도 찾지 못한 2명의 형과 2명의 누나와 남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부분을 각색해서 영화로도 만들면 좋겠다. 임승남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분의 반딧불이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는 이야기다.



♥ 다산책방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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