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 회로 안에 숨은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다
윈델 H. 오스케이.에릭 슐래퍼 지음, 이하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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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게 되리라 예상하지 않았던 것들의 새로운 아름다움

사진만으로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책

이 책의 사진들을 보니 몬드리안의 네모네모 작품이 생각났다.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의 직사각형 격자무늬로 된 <심포지엄>이라는 작품이다. 한샘 로고도 생각났다. 이 책도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이런 예술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옮긴이의 말에 왜 사진만으로도 충분한 책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사진들은 모두 매크로 포토그래피(확대 촬영기법)로 찍은 것이다. 이렇게 작은 전자부품을 아주 가까이서 보니, 각각의 부품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목을 <전자부품 사진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전자 부품의 작동이나 사용 방식을 가볍게 알아보는 책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 한 부분에는 전문적인 내용도 있다. 전자 부품은, 부품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부품의 기능을 제공하는 활성 영역, 부품의 외형인 패키지로 구성된다. 컴퓨터 조립할 때 초록색 기판 위에 있던 알수 없는 것들과 핸드폰 및 다양한 전자 제품 내부에 있는 부품들을 확대해서 들여다보았다.

스위치, 모터, 스피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스마트폰 카메라 등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 엮여 있다. 그래서 <전자부품 하모니 집>이라고 해도 좋을 법 하다.

스위치에는 토글 스위치, 슬라이드 스위치, 푸시버튼 스위치, DIP 스위치, 촉각 스위치, 마우스 버튼에 쓰이는 마이크로 스위치, 커피 메이커에 사용하는 열 스위치 등 이름만 들어도 풍성해진다.

특히 하루라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1 부피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늘 쓰니까 얼마나 작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동 초점 메커니즘은 음성 코일 모터를 사용해서 마치 렌즈가 스피커의 종이 콘인 것처럼 렌즈를 센서에 맞춰 정확하게 배치한다는 말을 듣고 기술력에 "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저항기, 인덕터, 변압기, 퓨즈,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 진공관, 음극선 관, 변압기의 역할에 대해서도 가볍게 알게 되었다. 다음은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각 전자 부품들의 이름이다.

요즘은 스피커와 헤드폰, 이어폰 모두 블루투스지만 예전에는 유선이었다. 그 유선 이어폰을 오디오 등에 꽂는 부분을 오디오 커넥터라고 한다. 나는 충전하기 귀찮아서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는데 이 오디오 커넥터의 이름은 헤드폰 플러그 또는 8인치 플러그다.

설정을 조정하기 위해 돌리는, 즉 컨트롤 손잡이에 쓰이는 것은 권선 가변저항기다.

인터넷을 연결할 때 쓰는 케이블은 이더넷 케이블이라고 한다. HDMI와 VGA, USB 케이블의 단면은 꽃처럼 눈부시다. HDMI는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VGA는 비디오 그래픽 어레이, USB(Universal Serial Bus)는 범용 직렬 버스이다. 약자로만 알았지 무엇의 약자인지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계산기나 가전제품, 자동차 계기판에서 형광 초록색 빛으로 반짝이는 것은 진공 형광 디스플레이관이라고 한다.

요즘은 거의 LED(Light Emiting Diode) 전구를 쓰지만, 나는 백열전구가 촛불 켠 것 같은 아늑한 느낌이 들어 좋다. 그런데 LED 전구에 주광색이라고 쓰여있어서 주황색 같아서 샀더니 흰색! 촛불 같은 색은 전구색이다. 주광색이 제일 밝고 주백색→백색→전구색이 제일 어둡다.

백열전구의 텅스텐 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이유는 단순히 뜨겁기 때문. 열에서 빛이 나는 거였다.

옛날에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서 면봉으로 테이프 헤드를 닦아 줬던 기억이 있는데 그 헤드 이름은 자기 테이프 헤드다.

핸드폰의 SD카드는 마이크로 보안 디지털(Secure Digital) 메모리 카드이고, 신용카드에 있는 금색 칩은 EMV 칩이다. 해당 표준을 만든 회사의 이름인 유로페이(E), 마스터카드(M), 비자카드(V)에서 따온 것이다.

또, 핸드폰으로 버스나 지하철 탈 때 NFC 기능을 켜야 하는데 NFC란 근거리 무선통신(Near-Feild Communication)이다. 호텔 키 카드에서도 사용한다.

전자부품 사진집을 감상하며 작품명도 익혔던, 나 자신에게 작은 지식을 선물해 준 시간이었다.

이 정도만 배웠는데도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절로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전자 부품(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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