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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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어떻고,

흙수저가 어떻고

하는 생각은 품지 말자.

 

금수저 ? 은수저 ?

필요 없다.

 

어차피

밥 먹을 때 쓴다.

 

그냥

스테인레스 수저,

평생 써도 닳지 않는

그런 수저 하나면

인생은

충분하다.

p.34

 

 

첫 부분부터 압도적인 포스로 등장하는 이 스테인리스 수저 명언에 푸욱 꽂혔다. 스테인리스 수저 하나면 좋아진다. 즉 밥을 먹으면 좋아 진다는 말이다. 살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좋아진다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수저의 운명으로 태어난다. 태어날 때는 맞는 말이다. 흙수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금수저가 되고자 애쓴다. 그런 금수저에 대한 로망을 그린 것이 <금수저>라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시인님은 멋찌게 스테인리스 수저를 꺼내 오셨다. 수저의 본질은 밥 먹을 때 쓰는 도구 일뿐이라는 것이다. 하루 세끼 먹는 것은 어떤 수저든 똑같다. 물론 요새는 하루 두끼를 드시는 분들도 많지만.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비교다. 금수저는 아마 다이아몬드 수저랑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비교를 자꾸 하니까 불행하다.

 

 

수저는 수저다. 그런데 흙으로 빚으면 흙수저라고 하지 않고 도자기 수저라고 한다. 나무 수저, 놋 수저도 있고, 찾아보니 금 수저 은 수저 심지어 동 수저도 있다. 다 같은 수저다. 그리고 다 똑 같이 아름답다. 그런데 도자기 수저는 깨질 염려가 있고 다른 수저는 닳는데 반해 스테인리스 수저는 깨지지도 닳지도 않는다.

 

 

절망적일 땐,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수저 하나만 생각하자. 밥 한 술 떠 먹을 수 있으면 산다. 아무리 힘들어도 수저 하나만 생각하면 먹고 싶어질 것이다. 수저는 밥 먹을 때 쓰라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살고 싶어야 산다.

 

 

시인님도 드디어 식사를 하게 되셨을 때 살았다고 하셨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도구. 물론 금수저도 좋다. 그런데 금수저는 내가 수저를 떠받들고 먹어야 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하고 모시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진정 소중하고 귀한 것은 공기처럼 밥처럼 나를 숨 쉬게 한다.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녹슬지도 않는 스텐 수저처럼.

 

 

또래가, 주변 사람이 나보다 빨리 성공한 것을 마냥 부러워하지 말고, 따라잡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고 자기 안의 가능성을 믿고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 (p.35)

 

 

이제 금수저 은수저의 금과 은을 보지 말고 수저를 보자. 비교하지 말자. 따라 잡으려 애쓰지도 말자. 그냥 살자. 그러면 좋아진다. 시인님의 약속처럼 살아 내면 분명 좋아진다. 나를 사랑해 준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세상 사람들은 타인이 아니라 정다운 이웃이요, 혈족이었던 것이다. (p.237)

 

 

난 사리 분별을 못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분별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닥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분별 없이 기뻐하라(p.238) ? 살아오면서 살짝 아팠던 맘이 나아졌다. 사리 분별하지 말고 그냥 기뻐하라니까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마음이 훨훨 날다 보니 자주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들이. 하트 모양이 숨어 있는 하늘에 시인님의 <풀꽃>이라는 시를 그려봤다.

 

 

이 책은, 읽고 또 읽고 자꾸만 읽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반짝이는 문구를 캐낼 수 있는 보석 같은 책이다. 스텐 수저 하나면 충분한 인생에, 위안이 되고 힘이 나는 책이다.

 

 

같이 밥 먹어 줘서 고맙습니다. (p.91)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한 말. 거기에 한몫하는 스테인레스 수저도 젓가락도 참 고맙습니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실제로 밥은 스텐 수저로 먹는다. 우리 제각기 다른 수저들은 모두 다 기적의 사람이다. 아프지 말고 매일 매일 내 안에 있는 작은 기적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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