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 팀 켈러의 7가지 핵심 가치
CTC코리아 엮음, 전재훈 외 옮김 / 두란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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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두란노서원에서 2019년 12월에 출간한 신간이다. 이 책은 사실 한 사람의 저자가 쓴 책은 아니고 CTC코리아와 관련된 목회자와 신학자가 각각 팀 켈러의 책 중에 한 권씩을 정해 팀 켈러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 교인에게 팀 켈러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CTC코리아는 조금 낯설 수 있다. CTC(City to City)는 원래 미국에서 팀 켈러가 복음으로 도시를 섬기는 교회 개척자들을 훈련시키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교회 개척 단체다. CTC코리아는 2015년부터 세미나, 콘퍼런스 등으로 CTC 철학을 공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CTC의 한국 지부라고 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리디머교회를 개척한 팀 켈러는 리디머교회를 6천 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이끌었다. 그런데 세계교회에서 팀 켈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목회가 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회 부흥을 추구한 목회가 아닌 분명한 도시목회의 비전을 품고 열매를 맺은 목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팀 켈러의 책이 워낙 방대하기에 팀 켈러를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대체 팀 켈러의 어떤 책을 처음부터 읽어야 할지 조금 난감할 수 있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팀 켈러란 이름을 검색하면 국내에 번역 출판된 팀 켈러의 책이 42권에 이른다. 그렇기에 국내의 최고 팀 켈러 전문가들이 집필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팀 켈러를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총 7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장에서는 팀 켈러의 중요 작품인 ‘탕부 하나님’, ‘내가 만든 신’, ‘답이 되는 기독교’, ‘당신을 위한 사사기’, ‘운동에 참여하는 센터처치’, ‘정의란 무엇인가’, ‘일과 영성’을 요약하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팀 켈러의 목회와 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복음이다. 팀 켈러는 믿는다. 복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말이다.

“팀 켈러는 복음으로 뉴욕 맨해튼에서 살아가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변화시켰다.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하는 일의 동기나 개념, 윤리와 방식 등을 새롭게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복음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자유, 행복, 진리 도덕에 대한 관점까지 변화시켜, 고통에 처했을 때 견디는 힘도 강화시켜 주었다. 그야말로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25쪽)

팀 켈러의 신학에서 복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책이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이라는 사실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탕부 하나님’은 팀 켈러의 대표작으로서 누가복음 15장에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향해 아낌없이 사랑을 탕진하는 아버지를 통해 복음의 진수를 소개한다.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팀 켈러의 신학과 사상을 한국교회가 단순히 수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의 신학과 사상을 한국교회의 현실에 맞게 상황화한 좋은 선례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 켈러의 책을 이미 좋아하는 이와 처음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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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자의 눈에 비친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
김미경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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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나는 인도에서 외국인 신학생들과 선교 프로그램을 7주 정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신학생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참석했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나는 그들과 영어로 소통하면서 한 가지 어려운 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교수를 ‘교수님’이 아닌 그의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교수의 이름이 이삭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삭 교수’님 이렇게 호칭해야 하건만, 영어에서는 그냥 ‘이삭’이었다. 나는 그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삭’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러나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신학생들은 그 교수를 향해 ‘이삭’이라 부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적합한 마인드가 먼저 내면에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수직적, 위계적 마인드가 아닌 수평적, 민주적 마인드였다. 상대방과 내가 계급장을 떼고 서로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수평적, 민주적 마인드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고, 부드러운 발음을 구사해도, 영어회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영문학자인 김미경 박사는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에서 한국어가 가진 존대법이 한국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한국어 존대법은 지금과 같은 수평적, 민주적 사회에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어의 존대법 때문에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번역하는 데 생기는 그 미묘한 딜레마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즉 예수님의 가르침을 반말로 번역해도 문제가 생기고, 존댓말로 번역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독일어, 영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어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예수 존대법은 단순한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신앙관의 문제이자 인간관의 문제이다. 존대법은 사람 간에는 높낮이가 있다는 기본 가정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2000년 전 예수는 자신의 높낮이를 백성과 비교하지 않았다. 예수에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 한국어 존대법은 예수가 성경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만민평등사상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한국어 성경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81쪽)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는 원래 존대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이 스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어적으로 제자들이 예수님을 존대하고 예수님이 제자들을 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어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하대하고, 제자들이 예수님을 존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 한국어 성경에 나타난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의 예수님이 실제 예수님의 모습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의 많은 성경학자들이 다양한 번역 방식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번역 방식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당분간 성경에서 반말을 하는 예수님을 주로 만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존댓말을 하는지, 혹은 반말을 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을 얼마나 존중하며 말을 하는 지 일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상대방이 정중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차가운 분노가 실려 있음을 느낄 때가 있고, 상대방이 반말로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한 경어법에서 자유롭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경어법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담아 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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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파이돈·크리톤·향연 (양장) - 죽음으로 완성시킨 소크라테스의 진리
플라톤 지음, 강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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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중에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대해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에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실제로 읽은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스타북스에서 2020년에 출간한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을 읽어보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지혜를 맛보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이 한권을 통해 독자는 소크라테스의 인생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의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저자 플라톤으로 전해진다. 플라톤은 이 각각의 책들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그리고 그의 죽음이 얼마나 의로웠는지를 강조한다. 이는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모습이 얼마나 의롭고, 거룩했는지를 강조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육체의 부활까지를 더 언급하지만, 플라톤의 대화편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막을 내릴 뿐 육체의 부활을 더 언급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파이돈’을 읽을 때 마음속에 슬픔이 밀려왔다. 그 당시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언도받지만, 그가 죽을만한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당시 권력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영향력이 더욱더 커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선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해서 소크라테서의 지혜와 철학이 증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그의 지혜와 철학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최후의 변론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깊이 존경하고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명령을 따르기보다 신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목숨이 끝날 때까지, 힘이 미칠 때까지 지혜를 사랑하고 누구를 만나든지 권고하고 가르치며 나의 생각을 전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겠습니다.” (43쪽)

권력자들이 합법이란 이름으로 권력의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일은 역사에서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권력자들은 당대에 승리자처럼 보이지만, 역사에서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다.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 우리가 소크라테스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소크라테스를 죽인 권력자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현 정부가 자신들의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 결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머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배우지 못한 자들에게 실패란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닌 철저한 자업자득이다. 사필귀정의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장차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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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9가지 습관 - 혼자 읽는 사랑의 편지, 명사들의 지혜서
류중현 외 지음 / 샘솟는기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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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거닐다 보면 벽면에 붙은 사랑의 편지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우두커니 멈추어 서서 사랑의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다 보면 지하철 오는 줄도 모르고 사랑의 편지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사랑의 편지를 종종 읽으면서도 사랑의 편지가 문서선교의 목적으로 지하철역에 게시된 것인 줄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사랑의 편지에는 익숙한 전도 문구가 한 구절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누가 읽더라도 거부감을 가질만한 문구가 전혀 없다는 것,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사랑의 편지가 오랫동안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에게도 사랑받은 게 아니었을까?

도서출판 샘솟는기쁨에서 2020년 1월에 출간한 ‘사랑의 9가지 습관’은 지난 시간동안 사랑의 편지에 기고한 9명의 보석 같은 글들을 한권으로 엮은 책이다. 사랑의 편지에 기고한 9명의 작가들 중에는 손봉호 교수, 홍정길 목사, 김상복 목사 등의 교계원로는 물론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꾸준히 책을 출판하고 있는 배경락 목사가 포함되어 있다. 엄밀히 말해서 ‘사랑의 9가지 습관’에 실린 글들은 처음부터 9명의 작가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쓴 글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9명의 서로 다른 작가가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사랑의 9가지 습관’을 읽으며 이 서로 다른 글 속에서 나는 한 가지 공통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공통된 감정은 바로 따뜻함이었다. 여기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연약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이 따듯함이 ‘사랑의 9가지 습관’에 수록된 수많은 글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사랑의 끈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실린 수많은 글 중에 손봉호 교수가 쓴 ‘평준화 인간’이란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이 짧은 글 속에 현대인들의 고질병과 현대인들이 그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잘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평준화 인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대도시가 될수록 특색을 잃어버립니다. 어디에서 보든 높은 빌딩과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리고 비슷한 간판과 광고들이 넘쳐납니다. 모두 가장 편리한 것, 가장 효율적인 것, 가장 즐거운 것을 찾고 똑같이 누리며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인(奇人)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좀 독특하게 생각하고 독특하게 행동하며 세상이 뭐라 해도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기인입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만들고, 독특한 예술품을 만들고 충격적이며 감동적인 글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다르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입니다.” (31쪽)

손 교수는 ‘평준화 인간’에서 이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지 말고, 기인으로서 기이한 일들을 꿈꾸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차피 단 한번이다. 단 한번 살아가는 인생을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아류작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함을 추구하는 명작으로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의미로 충만한 삶을 사는 것 아닐까? 새해에는 새로운 해가 뜬다. 따뜻한 온기를 듬뿍 담은 에세이로 새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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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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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펜촉이 조금 두꺼운 펜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펜촉이 최소한 0.5mm이거나 0.7mm 정도일 때 글이 가장 잘 쓰이는 느낌을 받는데 심지어 내가 자주 사용하는 LAMY 만년필의 펜촉은 1.0mm 정도 되는 것 같다. 내 만년필 글씨를 보고 내가 아는 지인은 네임펜으로 글을 쓴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중에 펜촉이 굵으면 글을 쓰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왜 펜촉의 굵기가 굵으면 글을 쓰기 힘들어하는지 그의 글씨를 살펴보니 그는 글씨를 상당히 작게 쓰기 대문에 펜촉이 굵으면 원래 쓰던 방식으로 글을 쓰기 힘들어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굵은 펜촉의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선호하는 펜촉의 굵기가 읽는 법이다.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인 구본진 박사가 쓴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손글씨에 그 사람만의 지식, 성품, 인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필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21년간 검사로 지내면서 수많은 범죄자들의 필적을 조사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그는 직업적으로만 범죄자들의 필적을 조사하는 것을 넘어서 독립운동가의 필체와 친일파의 필체, 재벌의 필체와 성공한 운동선수의 필체 등을 일일이 찾아서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구 박사는 우리나라의 필적학의 독보적인 일인자가 되었다고 한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3,000년의 내공이 담긴 '최고의 나를 만드는 법', 2부는 '글씨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 운명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3부는 '쓰기만 해도 이루어지는 손글씨의 마법', 4부는 '인품을 쌓고 싶으면 인격자의 필체를 써라, 5부는 '이름을 남기는 글씨는 따로 있다'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저자는 국내에는 필적학이란 분야가 생소하지만 서구에서는 필적학이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간직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필적학이란,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 등을 알아내는 학문 분야라고 했다. 필적학에서는 글자 크기, 형태, 압력, 속도, 기울기, 정돈성, 전체적인 인상, 자연스러움, 조화, 리듬 등을 살핀다. 자음과 모음의 세부적인 형태, 글자의 시작 부분 및 끝부분의 형태, 필순, 자획을 이어 쓰는 방법, 운필 방향, 획 사이의 공간, 자획의 굴곡 상태와 꺾인 각도 등 세부적인 운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21쪽)

흔히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 중에 천재의 글씨를 본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사람들이 많이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천재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손으로 급하게 옮겨 적는 경우가 흔해서 손글씨가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 해석한다. 그러다 보니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이 유행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추측한다. "천재는 악필이다"를 대표하는 천재가 바로 베토벤이라고 한다. 우리가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알고 있는 그 곡의 원래 제목은 '테레제를 위하여'라고 한다. 그러나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하고 그 제목을 너무나 휘갈겨 썼기 때문에 출판업자가 '테레제'를 '엘리제'를 잘못 알고, 그 악보를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출판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필적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전에 듣지 못한 신선한 이야기들이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는 것 같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씨체를 소유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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