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61 | 62 | 63 | 64 | 65 | 66 | 6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무엇이 인생을 바꾸는가 - 타고난 운명에서 원하는 삶으로
조한규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인도의 카스트는 일종의 운명론이다. 인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카스트가 정해져있고, 그 카스트에 따라 직업을 구하고, 자신의 카스트와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 카스트에 따라 브라만은 브라만의 삶이 불가촉천민은 불가촉 천민의 삶이 결정된 것이다. 인도사회에서 카스트를 벗어나 삶을 바꾸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물론 법적으로 인도의 카스트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카스트는 사람의 영과 혼과 몸을 속박한다. 카스트에서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선행을 해서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카스트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희망일까? 절망일까?

‘무엇이 인생을 바꾸는가’의 부제는 ‘타고난 운명에서 원하는 삶으로’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한규는 운명론을 거부한다. 그는 인생이 각자가 추구하는 신념과 가치체계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그는 책의 서두에서부터 일관되게 뇌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뇌가 곧 나고, 내가 곧 뇌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자극을 주는 지가 뇌세포, 뇌신경, 시냅스, 커넥톰을 활성화해서 판단력과 기억력, 예지력등을 증진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뇌를 자극하는 7가지의 구체적인 수행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독서, 명상, 소식, 차와 음악, 공부, 목표, 적선이다.

7가지의 구체적인 수행법에서 내가 가장 도전받았던 수행법은 바로 공부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정보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였다.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더 이상 20대 시절 4년간 배웠던 대학 지식으로는 남은 80년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 즉 100세 시대에는 100세 공부가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는 대학을 가기위한 공부, 학위를 위한 공부, 취직을 위한 공부, 승진을 위한 공부를 넘어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ultimate value)를 위한 의미 있는 공부(meaningful study)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메디치 가문을 꿈꾸며 세워진 ‘건명원’을 소개한다. 건명원은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이란 뜻으로 국내 최고의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이 소수의 학생들을 선발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 창조적 소수를 키우는 교육기관이다. 이 모든 교육과정은 두양문화재단이 적극 후원하여 교육비가 무료라고 한다. 작년 2015년에 세워져 아직 건명원은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매우 명약관화하다. 이 건명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데 그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의 학위나 직업적인 배경이 전혀 들어가서는 안 된다. 뚜렷한 자신의 신념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창조적 인재만이 건명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아마 건명원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공부법도 단순히 학위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닌 급변하는 시대가운데서 진리를 찾고,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가도록 일깨워주는 진짜 공부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잘 닦으면 본성을 알게 되어 잘 따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참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누구의 도움을 받아 내 인생을 바꿀 수 있겠는가. 내 인생은 오직 내가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자기 스스로 독서하며 공부하기를 포기한다는 건 자기 스스로 인생이 변화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카스트에 자신의 삶을 내어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토마스 머튼의 말처럼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학위는 끝났으되 학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 인문학 트렌드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김시천 기획.대담, 박석준 외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인문학 트렌드’는 글담 출판사에서 2016년 11월에 출판한 신간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있어서 처음 1부는 삶, 사회와 소통하는 인문학이란 주제로 ‘음식인문학’, ‘치유인문학’, ‘경제인문학’, ‘의료인문학’, ‘영상인문학’을 소개한다. 그 다음 2부에서는 ‘과학,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하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빅데이터인문학’, ‘진화심리학’, ‘생명인문학’, ‘신경인문학’, ‘디지털인문학’을 소개한다. 각각의 인문학 소개는 전문가의 개론적 설명과 이 책의 기획자인 김시천 교수와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 나는 인문학의 뷔페를 다녀온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인문학이란 키워드로 10개의 인문학을 엮었지만, 각각의 인문학의 성격과 속성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진화심리학’, ‘생명인문학’, ‘신경인문학’이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이 인문학들은 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와 인문학을 연결시키며 의미 있는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과학책보다는 문학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한 학부전공은 정보 사회학이고 대학원 전공은 신학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물학과 우주과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였다. 게다가 어릴 적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풍토 속에서 과학과 신앙은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과학의 최신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과학과 신앙이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해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순의 관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을 때 과학의 언어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라고 말하겠지만 신앙의 언어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과학의 언어는 분석하고, 신앙의 언어는 해석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문학과의 융합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최신과학기술을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에 있기 때문이다. 신학, 문학, 사학, 철학 등의 인문학적 소양과 성찰이 과학의 한계를 규정해줌으로써 과학을 과학 되게 만들뿐더러, 과학을 의미 있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동물과 기계 사이에 있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생명체지만,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인간됨은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기계와 인간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올해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은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 나는 인간의 인간됨은 인간의 동물화나 인간의 기계화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인간의 인간됨은 인문학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인간들이 살아간 흔적과 삶의 경험이 녹아있는 인문학에서 인간은 오래된 새 길을 찾는다. 동물이 동물의 길을 걷고, 기계가 기계의 걸을 걷듯 인간은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바쁜 세상 속에서 인문학 서적을 한권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기계화와 인간의 짐승화에 저항하며 진리의 촛불을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61 | 62 | 63 | 64 | 65 | 66 | 6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