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문학 트렌드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김시천 기획.대담, 박석준 외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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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인문학 트렌드’는 글담 출판사에서 2016년 11월에 출판한 신간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있어서 처음 1부는 삶, 사회와 소통하는 인문학이란 주제로 ‘음식인문학’, ‘치유인문학’, ‘경제인문학’, ‘의료인문학’, ‘영상인문학’을 소개한다. 그 다음 2부에서는 ‘과학,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하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빅데이터인문학’, ‘진화심리학’, ‘생명인문학’, ‘신경인문학’, ‘디지털인문학’을 소개한다. 각각의 인문학 소개는 전문가의 개론적 설명과 이 책의 기획자인 김시천 교수와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 나는 인문학의 뷔페를 다녀온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인문학이란 키워드로 10개의 인문학을 엮었지만, 각각의 인문학의 성격과 속성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진화심리학’, ‘생명인문학’, ‘신경인문학’이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이 인문학들은 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와 인문학을 연결시키며 의미 있는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과학책보다는 문학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한 학부전공은 정보 사회학이고 대학원 전공은 신학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물학과 우주과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였다. 게다가 어릴 적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풍토 속에서 과학과 신앙은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과학의 최신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과학과 신앙이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해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순의 관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을 때 과학의 언어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라고 말하겠지만 신앙의 언어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과학의 언어는 분석하고, 신앙의 언어는 해석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문학과의 융합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최신과학기술을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에 있기 때문이다. 신학, 문학, 사학, 철학 등의 인문학적 소양과 성찰이 과학의 한계를 규정해줌으로써 과학을 과학 되게 만들뿐더러, 과학을 의미 있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동물과 기계 사이에 있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생명체지만,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인간됨은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기계와 인간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올해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은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 나는 인간의 인간됨은 인간의 동물화나 인간의 기계화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인간의 인간됨은 인문학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인간들이 살아간 흔적과 삶의 경험이 녹아있는 인문학에서 인간은 오래된 새 길을 찾는다. 동물이 동물의 길을 걷고, 기계가 기계의 걸을 걷듯 인간은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바쁜 세상 속에서 인문학 서적을 한권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기계화와 인간의 짐승화에 저항하며 진리의 촛불을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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