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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나 비영리 단체에 속해 대부분의 시간들을 일하며 보낸다. 누군가에게 일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밥벌이로 여겨진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며 보내지만, 정작 일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마치 물고기에게 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에서 태어난 물고기에게 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물고기는 물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문화적으로 조직에서 시키는 방식대로 일을 하는데, 과연 그 방식이 일을 하는 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커스 버깅엄과 애슐리 구달이 쓴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일과 관련된 잘못된 통념을 산산조각 내는 놀라운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것들이 실상 일을 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일에 관한 거짓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거짓말: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
두 번째 거짓말: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
세 번째 거짓말: 최고의 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목표를 전달한다
네 번째 거짓말: 최고의 인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다섯 번째 거짓말: 사람들은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여섯 번째 거짓말: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일곱 번째 거짓말: 사람들에게는 잠재력이 있다
여덟 번째 거짓말: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홉 번째 거짓말: 리더십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이 9가지 거짓말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가장 공감 갔던 주제가 두 번째 제시된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라는 거짓말이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연말연시에 회사마다 최고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들에게 다소 의아한 말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것인가? 계획을 잘 세우면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입으로는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은 딴판이다. 많은 계획, 특히 큰 조직에서 만든 계획은 지나치게 일반적이라 금세 시대에 뒤처지며 그 실행을 요구받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각 팀원이 보유한 정통하고 상세한 정보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팀 활동을 조정하는 편이 훨씬 낫다." (66쪽)
이처럼 계획과 현실이 딴판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금의 한국 경제다. 현 정부는 취임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상승과 같은 경제정책을 새롭게 계획하고, 그것을 지난 2년 반 동안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에 미치지 못한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바닥경기도 최악이다. 만약 현 정부가 들을 귀가 있는 정부라면,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내년에도 지금보다 더 강화된 소득주도성장을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불행하게도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금처럼 완벽한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현실에서 그 계획이 성취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진다. 지난여름에 청와대에서 '90년생이 온다'를 직원들끼리 나눠주면서 읽었다고 하는데, 나는 이번 겨울에 청와대에서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고기가 물이 무엇인지 알 때 물고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듯이, 직장인이 일이 무엇인지 알 때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을 넘어 9가지 진실을 대면하는 과정이 조금 고통스럽지만 일에 관한 고정관념을 넘어 탁월한 업무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