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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평점 :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펜촉이 조금 두꺼운 펜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펜촉이 최소한 0.5mm이거나 0.7mm 정도일 때 글이 가장 잘 쓰이는 느낌을 받는데 심지어 내가 자주 사용하는 LAMY 만년필의 펜촉은 1.0mm 정도 되는 것 같다. 내 만년필 글씨를 보고 내가 아는 지인은 네임펜으로 글을 쓴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중에 펜촉이 굵으면 글을 쓰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왜 펜촉의 굵기가 굵으면 글을 쓰기 힘들어하는지 그의 글씨를 살펴보니 그는 글씨를 상당히 작게 쓰기 대문에 펜촉이 굵으면 원래 쓰던 방식으로 글을 쓰기 힘들어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굵은 펜촉의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선호하는 펜촉의 굵기가 읽는 법이다.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인 구본진 박사가 쓴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손글씨에 그 사람만의 지식, 성품, 인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필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21년간 검사로 지내면서 수많은 범죄자들의 필적을 조사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그는 직업적으로만 범죄자들의 필적을 조사하는 것을 넘어서 독립운동가의 필체와 친일파의 필체, 재벌의 필체와 성공한 운동선수의 필체 등을 일일이 찾아서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구 박사는 우리나라의 필적학의 독보적인 일인자가 되었다고 한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3,000년의 내공이 담긴 '최고의 나를 만드는 법', 2부는 '글씨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 운명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3부는 '쓰기만 해도 이루어지는 손글씨의 마법', 4부는 '인품을 쌓고 싶으면 인격자의 필체를 써라, 5부는 '이름을 남기는 글씨는 따로 있다'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저자는 국내에는 필적학이란 분야가 생소하지만 서구에서는 필적학이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간직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필적학이란,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 등을 알아내는 학문 분야라고 했다. 필적학에서는 글자 크기, 형태, 압력, 속도, 기울기, 정돈성, 전체적인 인상, 자연스러움, 조화, 리듬 등을 살핀다. 자음과 모음의 세부적인 형태, 글자의 시작 부분 및 끝부분의 형태, 필순, 자획을 이어 쓰는 방법, 운필 방향, 획 사이의 공간, 자획의 굴곡 상태와 꺾인 각도 등 세부적인 운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21쪽)
흔히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 중에 천재의 글씨를 본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사람들이 많이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천재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손으로 급하게 옮겨 적는 경우가 흔해서 손글씨가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 해석한다. 그러다 보니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이 유행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추측한다. "천재는 악필이다"를 대표하는 천재가 바로 베토벤이라고 한다. 우리가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알고 있는 그 곡의 원래 제목은 '테레제를 위하여'라고 한다. 그러나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하고 그 제목을 너무나 휘갈겨 썼기 때문에 출판업자가 '테레제'를 '엘리제'를 잘못 알고, 그 악보를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출판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필적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전에 듣지 못한 신선한 이야기들이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는 것 같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씨체를 소유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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