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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리더의 질문 -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의 길을 묻다
권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평점 :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는 이미 월드 클래스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동네 깡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처럼 경제와 정치가 이토록 차이가 많이 나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을까?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의 수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경제와 정치가 처한 경쟁의 장이 전혀 다르다는 것에서 찾고 싶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한국 기업은 기업 성장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은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전 세계 기업을 경쟁상대로 삼아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을 거쳐 세계 1위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정치는 이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정치는 철저히 내수용이다. 정치는 외국과의 경쟁이 전혀 없고 철저히 국내 정당끼리 선거를 통해 경쟁한다. 그러다 보니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과 선거철이 되어 상대 정당만 이기면 되는 정당하고는 조직문화와 생존전략이 전혀 다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차이가 누적되어 현재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의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로 벌어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과연 대한민국 정치계에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위대한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패거리 문화와 진영논리에 중독되어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국내 정치인에게 월드 클래스란 말이 가당키나 할까?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만든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의 '초격차: 리더의 질문'은 그의 전작인 '초격차'의 후속작이다. 나는 사실 '초격차'를 읽지 못했지만, 후속작인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읽으며, '초격차'가 어떠한 내용을 다루는 책인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권 고문은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월드 클래스에 다다른 삼성전자의 성과는 단지 그들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리더의 탁월한 통찰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즉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의 시의적절한 '초격차'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격차' 전략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탑 리더라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과 권 고문의 머리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권 고문은 시종일관 이 책에서 조직의 미래는 리더의 수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조직은 리더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조직은 리더의 생각과 사고의 수준만큼 성장한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은 총 3장으로 나누어졌고, 1장은 혁신과 문화의 선도자인 리더에 관해, 2장은 생존과 성장의 조건인 혁신에 관해, 3장은 초격차 달성의 기반인 문화에 관해 논한다. 이 책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되어 있고, 딱딱한 이론보다는 따뜻한 예화가 많이 담겨있어 권 고문이 강조하는 '초격차 리더십'에 대해 머리와 가슴으로 배울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하며 우리나라에 어떤 리더가 많아져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더라도 그릇 모양에 맞게 형태가 바뀝니다. 리더들이 물처럼 유연한 사고를 하려면 끊임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공부란 책에 파묻혀 지내라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올지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는 뜻입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나름의 대안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92쪽)
만물의 근원인 물은 유연하고, 갇혀 있지 않고, 쉼 없이 흐른다. 고인 물은 썩지만, 쉼 없이 흐르는 물은 바다를 만나게 된다. 한국 정치에서 썩은 내가 나는 것은 그들이 너무나 한자리에 오래 고여 있어 생각과 사고가 썩은 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까기만 하고 그들에게서 좋은 점은 전혀 배우려고 하지 않는 집권 여당의 정치 꼰대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지금은 정쟁에 빠져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만, 몇 년 내로 선거에서 떨어져 백수가 되면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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