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교수의 '뉴노멀의 철학'은 사실 나의 기대와는 실제 책의 내용이 조금 달랐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메시지를 조금 더 고찰하는 책이라 기대했는데,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 철학과 독일 철학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프랑스 철학과 독일 철학이 코로나19를 해석하는 어느 정도의 틀거리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지금 이 시대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엇인가 새로운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나에게는 이미 유명한 철학적 담론을 그저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철학은 의견 차이로 유지된다. 의견 일치는 철학을 죽인다"라는 말처럼 저자가 생각하는 뉴노멀의 철학과 내가 생각하는 뉴노멀의 철학이 전적으로 일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각자가 느끼는 뉴노멀의 철학은 다를 수 있고, 뉴노멀의 철학이 나아갈 방향도 제각각일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뉴노멀의 시대를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모두가 부여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책이 시작한다.
"어떤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어떤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모두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직감한다. 세상은 다시는 전과 같지 않으리라. 코로나19는 근대화 이후 인류가 직면한 가장 끔찍한 재난이자, 전체로서의 지구를 직감적으로 느끼게 해준 최초의 사건이다. 인류는 지금 '공포와 놀라움'이라는 느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6쪽)
이 책의 제목처럼 '뉴노멀의 철학'이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하다면, '뉴노멀의 신학'도 이 시기에 가능할까? 한국교회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형적인 노멀은 코로나19를 맞아 어떻게 재구성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목회자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아직 한국교회에서 '뉴노멀의 신학'이 논의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까지 한국교회는 무저갱에 떨어지는 듯한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맞아 LG전자의 구광모 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과거의 실패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의미했다면 지금 시대의 실패는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다. 뉴노멀의 시대에는 일단 무엇이라도 도전해보고 시도해서 문을 두드리고 길을 열어야 한다. 과거의 승리 공식에 도취되어 새로운 승리 공식의 필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바라기로는 뉴노멀의 시대에 우리 한 명 한 명이 뉴노멀의 철학자임을 자각하고, 각자가 가진 뉴노멀의 철학으로 새 시대를 열어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뉴노멀의 신학자로서 나의 길을 지금처럼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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