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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을 품은 신약 본문 해석
김경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20년 8월
평점 :
[구약을 품은 신약 본문 해석을 읽고]
1. 한국사회에 '초품아'란 말이 있다. '초품아'란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란 뜻이다. 그런데 '초품아'라는 사실만으로 집값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왜 '초품아'는 비쌀까? 그 이유는 '초품아'에서는 초등학생 자녀가 큰길을 건너지 않고 안전하게 초등학교에 등하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다른 아파트보다 자녀가 안전하게 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초품아'를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선호도를 반영해 '초품아'에는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2. 누구나 '초품아'에 살면 좋겠지만, '초품아'는 비싸다. 그렇지만, 누구나 '구품신'은 읽을 수 있다. '구품신'은 다름아닌 김경식 교수가 쓴 '구약을 품은 신약 본문 해석'이다. '구품신'은 정가가 만구천원이고, 이리저리 할인받으면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구품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학부모가 '초품아'에 살고 싶어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품신'은 그리스도인의 성경 해석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왜 그리스도인에게 안전한 성경 해석이 중요한가? 성경 해석은 단지 우리의 지적 유희를 넘어 우리의 영혼과 관련된 생사의 문제이다. 우리가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는 우리가 정통과 이단의 경계에서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판가름하는 분명한 기준이 된다. 빛과 어둠, 참과 거짓 그리고 영생과 영벌이 모두 올바른 성서 해석과 밀접하게 관련있다.
3. 김경식 교수의 '구품신'은 '신약에서의 구약 사용'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약 15년 간 연구했던 아홉 편의 논문이 실린 책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바울의 구약 사용'에 관한 논문이, 2부는 '요한계시록의 구약 사용'에 관한 논문이 각각 실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강조한다. 이는 이 책의 결론에 해당되는 '신약 저자들은 구약 본문을 제대로 읽었는가'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홉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성경의 문맥과 원래 의미를 무시했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는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 성경 본문의 문맥을 존중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바울과 요한계시록 저자인 요한이 구약성경 본문의 문맥과 원래 의미를 어떻게 존중하며 재사용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신약성경은 구약을 품은 것이지 그것을 삼킨 것이 아니다." (339쪽)
4.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히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은 올바른 '구품신'을 지향해야지, '구삼신'(구약을 삼킨 신약 본문 해석)을 하면 안된다고 말이다. 한국교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구삼신' 설교를 들었던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삼신' 설교자에게 넌지시 이 책을 선물로 주는 일이다. '영해'를 좋아하는 그들이 과연 이 책을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5. 물론 70인역과 히브리어 성경이 원문 그대로 이 책에 등장하기에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성경 원어를 읽지 못하더라도 책을 끝까지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지레 겁먹고 초반에 책을 덮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저자가 바울서신과 요한계시록에서 구약본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주목하기에 정작 복음서에서는 구약본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언젠가 저자가 '구품복'(구약을 품은 복음서 해석)이라는 책을 출간해서 나의 소박한 아쉬움을 달래주지 않을까? 저자가 '구품복'을 출판하는 게 빠를지, 내가 '초품아'에 거주하는 게 빠를지 모르지만, 둘 중에 하나만 내 삶에 이루어져도 나는 기뻐하고 또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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