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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인류의 역사
데이비드 맥윌리엄스 지음, 황금진 옮김 / 포텐업 / 2025년 9월
평점 :
아일랜드 출신 경제학자 데이비드 맥윌리엄스가 쓴 '머니: 인류의 역사'는
단순히 돈의 기원이나 경제 시스템의 발달사를 훑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의 5천 년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을 '돈 문제'로 규정하고,
이 하나의 렌즈를 통해 인류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완전히 새롭게 해부한다.
'총, 균, 쇠'가 인류를 지배하기 이전에
돈이 먼저 인류의 역사를 재단했다고 선언하는
맥윌리엄스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빚 청산 기록에서부터 출발해,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한 주화의 등장,
중세의 상업 혁명과 어음 및 지폐의 발명,
그리고 금융 부르주아의 등장과 금융 시스템의 확대,
마침내 오늘날의 디지털 결제와 암호화폐에 이르는 돈의 진화 과정은
마치 생명체가 발달하는 모습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신뢰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응축된
'혁신의 강력한 수단'이라는 돈의 속성과 관련하여
방대한 역사를 '돈'이라는 일관된 프레임워크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인문 교양서로 추천!
📖 p.98 <상업의 신, 메르쿠리우스> 중
일반 시민들도 상업의 놀라운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현재 우리가 쓰는 상업(commerce)이라는 단어는 로마식 표현인 'com Merx' 또는 'with Mercury'를 문자 그대로 옮긴 것이다. Merx와 함께 로마인들은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제국도 변화시켰다.
📖 p.149 <상인 은행가의 등장> 중
'오늘 갖고있는 돈이 내일 돈을 받을 수 있는 약속보다 낫다'는 뜻인데 이는 모든 차입과 대출의 근본 원칙이다. (...) 나중에 당신이 내게 돈을 갚을 때는 내가 놓친 기회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기회비용이다. (...) 현대인들은 모두 이 논리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중세 시대에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자가 붙는다는 개념은 가히 상상하지도 못했을 만큼 혁명적인 것이었다. 금리라는 개념을 통해 상인들과 은행가들은 자금을 융통해줘야 할 다양한 대상의 우열을 가려냈다. (...) 그리고 그 결과 상인과 은행가라는 두 계층이 합쳐지면서 상인 은행가가 탄생했다.
📖 p.193 <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이유> 중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화폐는 혁신의 강력한 수단이다. 아즈텍문명에 금융시스템이 전무했다는 점만 봐도 왜 유럽이 기술으로 앞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해주는 거 아닐까?
📖 p.261 <돈과 미국인의 DNA> 중
"미국인의 국민성을 깊이 파고들면, 그들이 세상 모든 것의 가치를 오직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 즉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것인가'에서만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은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유럽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체제를 위협했다. 신분제, 계급제, 군주제라는 견고한 틀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전혀 달랐다. 돈만 있으면 출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