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불평등은 돌봄 수혜자와 돌봄 제공자 사이에 자리잡은 관계의 불평등, 곧 권력 관계를 말한다. 돌봄 수혜자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지고 돌봄 제공자는 능동적 존재로 여겨지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트론토는 돌봄에 관해 토론할 때조차 대부분은 돌봄 수혜자가 아니라 돌봄 제공자의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런 불평등이 우리 자신을 돌봄 수혜자로 인정하고 상상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이런 불평등은 우리의 관점이 변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돌봄으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스스로 무시했다. 돌봄 수혜자라고 해서 받기만 하지는 않으며 돌봄 제공자라고 해서 주기만 하지도 않는다. 지금 당신이 돌봄 제공자라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돌봄을 하면서 무엇을 받았을까? - P177
돌봄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김희강은 ‘함께 돌봄 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제안한다. 함께 돌봄 책임제는 가족 돌봄 때문에 고용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보호 장치, 돌봄에 주는 충분한 보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명시한 헌법,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정한 나이가 된 때 영유아, 노인, 장애인하고 함께할 수 있는 돌봄 책임 복무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초중등 의무 교육 과정에 돌봄 교육을 넣자는 주장이 가장 눈에 띈다. 학교에서 돌봄을 교육한다는 발상이 낯설지만, 우리 민주주의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돌봄 교육은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을 교과 과정에 넣은 한국 사례나 노동의 구실이나 노사 갈등 해결 등을 수업 시간에 배우는 유럽 사례를 생각하면 좀더 쉽게 다가온다. 민주 시민과 노동 시민을 사회가 인정하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마련될 수 있다. 돌봄을 하거나 돌봄을 받는 사람을 ‘돌봄 시민’으로 인정한다면 돌봄을 교과 과정에 넣자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 P77
자산기반의 접근은 욕구중심의 접근과 대비된다. 욕구중심의 접근은 문제를 중심에 놓고 이것이 더 나빠지지 않거나 더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복지서비스를 운영해 온 주류적 방식이다. 반면에 자산기반의 접근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스스로 대처해 가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행 차원에서 보면 아직 자산 중심의 접근은 어색하고 낯선 방식이다. 또한 이 접근법의 긍정적인 영향 또한 증명된 적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과 근거 부족은 강점기반, 자산기반접근의 실천을 구현하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제한적이고 도전적인 상황은 이 방식의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시스템이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Garven 등(2016)은 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의 건강한 조직문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 다른 서비스 조직, 지역사회 단체 등과 협력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자산접근을 주도할 수 있는 지도자가 양성되어야 하며, 이를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실천가들이 교육되어야 한다. 이들을 통해서 자산접근의 비전이 개발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다. 또한 사람과 조직들을 연결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 P32
출생과 삶과 죽음이 우연인 세상에서 우연한 출생과 죽음은 감수하겠지만 우연한 삶은 살지 않겠다. 세상에 대한 답은 없고 늘 불확실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방향은 정했고, 죽음은 궁극의 위안이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도 사는 이유와 방법은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길이다. 우연히 받은 목숨에 이유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문제는 부당한 세상보다는 어떻게 사는가이다. - P225
부조리니 허무니 실존과 본질을 붙잡고 갖은 말과 사상을 만들어내는 철학자들보다, 그런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더 처절한 부조리와 허무의 진창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