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대면 외면 -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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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곱씹는 시간‘과 ‘침묵의 공간’이 허락되기 어려운 온라인 세계에서 우리의 마음은 촉박해지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공간에서는 무한의 정보가 빛의 속도로 순환한다. 우리는 시시각각 답지하는 정보들의 진위 여부나 가치를 찬찬히 따질 여유가 없고, 그 의미를 여러 맥락 속에서 헤아리기도 어렵다.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즉흥적으로 판단한 다음, 옳음과 그름 또는 호감과 비호감의 이분법으로 재빨리 결론짓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생각으로 함께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수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발언을 쏟아내는 공간에서 순식간에 감정이 충돌하고, 이편과 저편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게다가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별하여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도록 만들어 집단 사고와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또는 메아리방 echo chamber 효과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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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카먼 마리아 마차도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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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의 침대로 돌아와, 그 좋은 침대에서, 그녀가 내 안에 손을미끄러뜨리자 나는 잡아당겼고 그녀가 들어오자 나는 열렸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손도 대지 않고 절정에 올랐으며 나는 말을 잃는 것으로 반응을 대신하며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길 일은 없으니 천만다행이야. 우리는 의미 없이 끊임없이 섹스할 수 있고, 콘돔도 피임약도 공포도 없이, 매달 날짜를 협상할 일도 없이, 바보 같은 하얀 검사용 막대기를 들고 욕실 세면대 앞에 주저앉을 일도 없이 몸을 섞을 수 있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길 일은 없으니 천만다행이야. 그러니 그녀가 "이리 와, 들어와"라고 했을 때도,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길 일은 없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그 아기가 여기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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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비대면 외면 -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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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것은 ‘본다‘는 사실입니다. 본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입니다. 보고(見), 만나고(友), 서로 안다(知)는 것입니다. 즉 ‘관계’를 의미합니다. (………)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만남이 없는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차마 있을수 없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이유가 바로 이 ‘만남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2차대전 이후 전쟁이 더욱 잔혹해진 까닭이 바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량 살상이 가능한 첨단무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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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비대면 외면 -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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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격 근무나 유연 근무가 전문직, 관리직, 사무기술직 등 일부 직종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진, 돌봄 노동자, 배달업자, 소방관 등 이른바 필수 노동자들은 재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사람들과 접촉했다. 필수 노동자란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코로나19에 의해 새로운 계급 분열이 일어났다면서 내놓은 개념으로, 실직의 위험은 적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느라 감염 위험에 노출된 직종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필수 노동자를 ‘The Essentials, 영국에서는 ‘key workers‘라고 부른다. 코로나19는 사회가 유지되고 일상이 영위되는 데 핵심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합당한지를 새삼 질문하게 해주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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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카먼 마리아 마차도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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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리 와." 남편이 말합니다.
"싫어." 나는 말합니다. "내 리본을 건드릴 거잖아."
남편은 일어나서 바지 속으로 자기 것을 집어넣고 지퍼를 올립니다.
"아내란," 남편이 말하네요. "남편에게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해."
"난 비밀 같은 거 없어." 나는 그에게 말해요.
"그 리본은."
"리본이 무슨 비밀이야. 이건 그냥 내 거야."
"그걸 달고 태어났어? 왜 목에 있는데? 어째서 초록색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한동안 잠자코 있더니, 이러는군요.
"아내란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해."
코가 빨개집니다. 나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난 당신이 지금까지 요구한 건 뭐든 다 들어줬어. 나에겐 이것 하나도 용납되지 않아?" 나는 말합니다.
"난 알고 싶어."
"알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닐걸."
"왜 그걸 나한테 숨기고 싶어하는데?"
"숨기는 게 아냐. 이건 그냥 당신 게 아니라고."
-예쁜이수술-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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