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곱씹는 시간‘과 ‘침묵의 공간’이 허락되기 어려운 온라인 세계에서 우리의 마음은 촉박해지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공간에서는 무한의 정보가 빛의 속도로 순환한다. 우리는 시시각각 답지하는 정보들의 진위 여부나 가치를 찬찬히 따질 여유가 없고, 그 의미를 여러 맥락 속에서 헤아리기도 어렵다.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즉흥적으로 판단한 다음, 옳음과 그름 또는 호감과 비호감의 이분법으로 재빨리 결론짓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생각으로 함께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수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발언을 쏟아내는 공간에서 순식간에 감정이 충돌하고, 이편과 저편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게다가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별하여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도록 만들어 집단 사고와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또는 메아리방 echo chamber 효과다.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