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벌이는 먼지와 햇빛과 모래를 상대로 하는 싸움, 행복하고 두려운 삶과 사랑과 불안이 겹치는 어쩔 수 없는 슬픔, 세상에 다가가면서도 멀어지려 하는 애증과 어디서나 오도카니 자신을 지켜가는 시린 고독이 눈에 보였다. 자기 것이 분명한 여자, 타인과 자신의 것을 절대 섞지 않는 여자, 세상과의 구분 속에서 외로움과 달콤한 우월감을 느끼는 여자. R과 정반대지만, 그녀 역시 어딘가 R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해변에서 옥수수를 구워 파는 노파가 그렇듯이. 나는 모든 여자에게서 R의 일부를 발견했다. 호연도 처음부터 R과 같은 부류였다. 삶의 표면 위로 튀어오르는 섬광 같은 기쁨과 심연으로 가라앉는 영원한 그늘 사이에서 모든 여자의 불안과 외로움, 좌절과 질투와 결핍과 우울, 가난과 사치와 슬픔과 공허, 그리고 상실과 해독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독은, 같은 것을 나눈 듯 서로 닮아 있었다. - P255